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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에 관한 소고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에 관한 소고
  • 김주복
  • 승인 2022.02.09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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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했었는데, 2020. 2. 4. 법률개정으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로 개정되어, 2022. 1. 1. 부터 시행이 되었다. 즉, 개정 법률에 의하면,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내용이 진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의견표시만 하면, 판사는 그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다만, 시행일 전에 공소제기 된 사건에 관하여는 개정 법률이 적용되지 않고 종전의 규정이 적용된다. 그 동안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증거능력이 부여되어 왔다(이에 비하여,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었다). 특히, 개정 전 조항은 `전관예우`라는 사법폐단의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였다. 즉, 검사가 작성하는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쉽게 부여되었기 때문에 고소인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조서에다가 피의자에게 불리한 말이 담기도록 시도할 것이고, 반대로 피의자로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말이 담기게 할 필요가 클 것이므로, 일반인들은 이러한 욕구들이 전관(검사출신)변호사들에 의해서 더 잘 구현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개정 전 조항에 대하여, 헌법상 재판청구권 및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이라는 점을 근거로 위헌소송이 제기된 바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1995년과 2005년에 모두 합헌으로 결정했다.(결정이유의 핵심은,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전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형사소송에 있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론이었다, 한편, 2005년 합헌결정에서는 위헌의견이 4명이나 있었다)

 개정된 조항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건, 그 동안 검사가 작성한 조서가 경찰이 작성한 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요건이 완화되어 있는 바람에 검사가 경찰에 대하여 우월한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수단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법률의 개정으로 인해 나타나게 될 문제는, 향후 형사사건 절차의 진행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이다. 먼저, 검사는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을 대부분 생략하게 될 것이다. 피고인 법정에서 조서의 내용을 부인해버리면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에 경찰이 수집한 증거(증거물, 조서 등)를 가지고 공소제기 및 유지에 집중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검경수사권조정의 취지대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신문제도(형소법 제296조의2)가 많이 활용될 것이다. 그 동안 잘 활용되지 않았던 피고인신문을 통하여 검사는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피고인의 진술을 법정에서 현재의 증인신문과 같은 방식으로 현출할 수밖에 없다. 이것으로 자연스럽게 공판중심주의는 실현될 것이다. 만일 피고인이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피고인의 진술을 탄핵하는 증거로는 사용할 수가 있으므로, 조서의 내용과 다른 진술을 하는 피고인과의 진실공방은 뜨거워질 것이다.

 또한, 검사는 검찰수사관을 증인으로 내세우는 조사자증언제도(형소법 제316조 제1항)나 영상 녹화자료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쉽게 인정되었기 때문에 조사자증언제도는 지금까지 활성화 되지 않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활용률이 10% 미만이었던 영상녹화도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개정으로 인해 이제 피고인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모든 조서에 대한 증거능력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의 수사관행(객관적인 증거보다는 자백에만 의존하는 경향)에는 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헌법에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 된 만큼, 사법기관들은 후속조치를 신속, 정확하게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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