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5:13 (금)
위대한 생각과 K-컬처
위대한 생각과 K-컬처
  • 이광수
  • 승인 2022.02.06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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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지난해 8월 30일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EBS의 `위대한 수업(great minds)`은 금세기 내로라하는 세계 석학들의 지식 향연장이다. 월~금요일까지 매일 20분간 방영되는 강연은 마치 한국에서 직접 수강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석학들의 면면을 보니 가히 매머드 급이다. 국제정치, 사회, 경제, 경영, 역사, 철학, 심리학, 과학 등 제 분야의 석학들이 발표하는 강연내용은 기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자신들의 저서에 있는 내용들이다. 이분들의 강연을 들으니 우리 한국도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한다. 예전 같으면 이런 석학들이 선뜻 한국 방송국의 강연 제의를 수락했겠는가. 물론 몇몇 학자들은 이미 국내에서 자신의 저서가 번역 출간돼 수십만 부나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리고 그분들의 국내 초청강연도 수차례 있었다. 그 대표적 인물로는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와,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 <총. 균. 쇠>와<문명의 붕괴>를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은 본국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 밖에 <거대한 분기점>을 쓴 경영의 구루 폴 크루그먼, <동물의 해방>의 피터 싱어, <소프트 파워>의 조지프 나이, <이기적 유전자>의 리차드 도킨스, <강대국의 흥망>의 폴 케네디, <맨큐의 경제학>의 그레고리 맨큐, <인류는 어떻게 진보 하는가>의 자크 아탈리, <빈곤의 종말>의 제프리 삭스 등등 강연에 참여한 수십 명 세계석학들의 명 강의는 우리의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번에 참여한 석학들의 저서 대부분은 필자도 이미 일독한 내용들이라 낯설지가 않았다.

 지금 한국의 BTS와 블랙핑크 등 K-POP가수들이 불러일으킨 한류열풍은 가히 태풍이라 할 만큼 강하다. K-POP을 필두로 K-푸드, K-뷰티, K-가전, K-자동차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한류는 K-컬처라는 거대한 문화로 확장되었다. 아미(ARMY)로 불리는 BTS 팔로워들의 멤버십은 세계 대중음악계를 좌지우지할 만큼 그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어디 그 뿐인가. 미국 뉴욕 한복판 타임스 스퀘어 광장의 대형 광고판에는 BTS, 블랙핑크가 우리나라 양대 가전사인 삼성이나 엘지와 콜라보레이션 한 홍보영상물이 뉴요커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핼러윈 데이 이후 넷플릭스의 월드 와이드 네트워크를 통해 방영된 <오징어 게임>의 코스튬(costume)이 세계 각국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미 2020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 4개 부문을 석권한 후 지난해에는 <미나리>에서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골든 글로버 어워드 시상식에서는 <오징어 게임>으로 오영수 배우가 남우조연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처럼 한국의 영화까지 할리우드를 강타한 한류바람은 이제 K-컬처(Culture)로 불리는 한류열풍으로 세계인의 중요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2차 세계대전 후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룩한 유일한 개발도상국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성장발전의 저변에는 한국 특유의 인문사상을 바탕으로 독창적 아이디어가 뛰어난 민족성에 기인한 바도 크다.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한국인의 역동성은 IT산업의 급속한 진전으로 이어져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강국이 됐다. 이처럼 무한 혁신을 거듭한 결과 AI와 AR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선진화된 IT산업 기반 위에 K-컬처라는 문화 기반까지 갖추게 되었으니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이번 EBS의 `위대한 수업` 프로젝트는 우리의 국력이 경제는 물론 정신문화까지 아우르는 지식강국으로 자리매김할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한국의 청춘들은 급변하는 세상의 뉴 트렌드를 어떻게 잘 수용해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번에 강연자로 나선 세계적인 석학들은 우리 인류의 미래사회가 어떻게 전개될지 명쾌하게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에 도취해 자만하다가는 이웃 나라 일본처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고 말 것이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우리가 지닌 고유한 정신문화를 균형 잡힌 세계인의 시각으로 잘 변용하는 일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세계 속의 한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K-POP을 우리말로 따라 부르면서 하등의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동조화현상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K-컬처로 가는 길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와 한국의 젊은이들이 벌리는 랜섬대담을 지켜보면서 지식강국 한국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가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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