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0:42 (토)
시민과 문화의 힘으로 도시의 대전환 햇살이 드리우다
시민과 문화의 힘으로 도시의 대전환 햇살이 드리우다
  • 조성태ㆍ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2.0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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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문화도시 밀양
2021 밀양대 페스타 현장. 밀양대학교 캠퍼스는 17년간 닫힌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2021 밀양대 페스타 현장. 밀양대학교 캠퍼스는 17년간 닫힌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도시 선정… 최고 200억원 지원
인구소멸위기에 찾아온 반전 기회
박일호 시장 "지역성장 발판 마련"
포럼ㆍ워크숍 등 시민의견 적극 반영
미리미동국 등 유휴 공간 장소 재생
밀양대학교 거점 도시전환 프로젝트
밀양 정체성 확립 도시브랜드 구축

 지난해 12월 23일, 밀양 지역사회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쁨으로 들썩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제3차 법정문화도시에 밀양시가 선정된 것이다. 그동안 문화도시로 지정받기 위해 밀양시와 함께 노력해왔던 시민ㆍ문화예술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들 워킹그룹은 최종 발표회날 문화도시 지정 기원 현수막을 걸어주며 응원을 보냈고, 선정 소식을 듣자 함께 기뻐했다.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과 지역주민의 문화적 삶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지정된 도시를 말한다. `문화도시` 공모는 정부 사업 중에서 가장 큰 예산 규모를 자랑한다. 그만큼 타 도시와 경쟁이 심하고, 1년간의 예비사업 기간을 거쳐야 하는 만큼 지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밀양시는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올해부터 5년간 국비 최고 100억 원과 지방비 최고 100억 원으로 총 최고 20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문화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이번 문화도시 지정을 두고 앞으로 밀양 시민들이 더 나은 문화적 삶을 향유하게 됨과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밀양의 지역 변화를 이끌어 갈 성장 발판이 될 수 있음에 의의를 뒀다.

 앞서 밀양시는 지난 2020년 예비문화도시 신청 때 `삶의 회복, 새로운 미래, 햇살문화도시 밀양`을 비전으로 내세워 최종 승인 받았다. 밀양시 관계자는 `햇살문화도시`라는 용어가 원래 밀양(密陽)이 햇볕이 든다는 의미가 있고, 아울러 `비가 온 후의 햇볕이 드는 밀양`을 상상하며 만든 말이라고 전했다. 한차례 비가 쏟아진 뒤, 땅이 더 다져지듯 어려움이 있은 뒤에 문화로써 더 강한 공동체를 회복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2021 밀양대 페스타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박일호 밀양시장.
지난해 2021 밀양대 페스타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박일호 밀양시장.

 인구소멸 위기… `문화`서 가능성 찾아

 실제 밀양시는 과거 1970년대까지 경남 최대 인구(1960년대 20만 명 이상)를 보유한 행정과 교통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1980년대 산업화에 실패하면서 인근 도시로 인구, 관광객, 행정기관 등이 계속해서 유출되기 시작했다. 결국 현재는 인구가 전성기와 비교해 반 토막이 나 10만 명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더해 고령화, 밀양대 이전, 밀양 송전탑 사건 등 악재가 겹쳐 이제는 도시 소멸의 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밀양시는 과거의 영광을 찾을 원동력을 바로 `문화`에서 찾고 문화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서 밀양시로서는 법정문화도시 신청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 2019년 제2차 예비문화도시를 신청해 한 번의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2020년에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도전해 제3차 예비문화도시에 선정됐다.

 밀양시가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자원과 역량이 충분했다는 평가도 있다. 우선 밀양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밀양아리랑대축제와 밀양아리랑을 떠올린다. 밀양아리랑대축제는 밀양강과 영남루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퍼포먼스와 공연들이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고 있다. 밀양아리랑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음원 개발, 공모전 개최 등 콘텐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밀양시는 시립박물관, 밀양연극촌(현 밀양아리나), 밀양문화원, (사)한국예총 밀양지회 등을 중심으로 밀양 문화예술 분야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밀양시는 지난 2016년 밀양아리랑아트센터를 개관했으며, 앞서 밀양문화재단을 설립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밀양아리랑아트센터는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가 이어졌다. 또 지난 2020년 밀양연극촌은 명칭을 밀양아리나로 변경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문화와 예술 교육이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밀양 시민워크숍 모습. 밀양시는 문화도시 사업 추진에 있어 `시민력`을 강조했다.
밀양 시민워크숍 모습. 밀양시는 문화도시 사업 추진에 있어 `시민력`을 강조했다.

 지속적 문화사업 추진 안정적 기반 마련

이에 더해 밀양시의 문화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도 대단했다. 우선, 지난 2019년 3월 예비문화도시에 선정되기도 전부터 과감하게 `문화도시`라는 이름까지 넣은 `밀양시문화도시센터`를 조직해 사업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를 내비쳤다. 그래서인지 지난 몇 년간 구도심에서 이뤄진 도시재생사업과 청년친화도시 사업까지 문화도시사업과 연계돼 추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곧 효과를 보이며 옛 영남대로를 중심으로 도시가 젊은 감각으로 색을 더해 살아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이 일대에서 사진기를 든 청년들과 관광객들도 쉽게 눈에 띈다.

 이런 성과들로 2020년 제3차 예비문화도시에 최종 승인된 후 밀양시는 본격적으로 문화도시로 지정받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시는 `햇살문화도시 밀양`을 비전으로 4개 분야 12개 세부사업과 문화도시 전략으로 햇살문화 전환캠퍼스 1개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박일호 밀양시장을 필두로 부시장과 22개 부서장으로 행정협의체를 구성했다. 또한 문화예술ㆍ교육ㆍ도시 등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로 `제2기 밀양시 문화도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단독 조례 제정 등 사업 추진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지역 내 각종 기관, 단체와도 실질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다양한 실험적인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구도심 중심지였던 옛 밀양대학교를 활용한 공간 전략이 문화도시 선정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밀양대를 햇살전환캠퍼스 중심으로 조성하고, 도시 곳곳으로 확산시킨다는 청사진을 보여줬다. 햇살전환캠퍼스란 옛 밀양대 일대를 거점으로 새로운 햇살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기술ㆍ실험ㆍ공동체ㆍ문화 공간을 발굴, 상호 연결해 지역 문화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계획이다.

지난 2019년 오픈한 진장문화예술플랫폼 미리미동국 전경.
지난 2019년 오픈한 진장문화예술플랫폼 미리미동국 전경.

 시민이 자율적 환경서 주도적 사업 추진

 밀양시는 `햇살문화도시` 실행에 있어 4개 핵심 가치를 도출했다. 따뜻한 문화, 비추는 문화, 퍼지는 문화, 반짝이는 문화가 그것이다.

 따뜻한 문화의 키워드는 `사람(시민)`이다. 이와 관련해 밀양시는 여러 문화사업에서 `시민력`을 강조해왔다. 시는 지난 2019년 문화도시 공모를 처음 준비할 때부터 시민 대상 설문조사, 시민포럼,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다양한 형태의 지속적인 의견 수렴을 진행해왔다. 시민의 문화 역량 강화를 위해 문화기획자 양성 과정, 시민공모사업, 문화햇살이장, 문화다(多)공감 사업 등도 추진했다.

 밀양시문화센터 조직 때부터 시민ㆍ예술가ㆍ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시민ㆍ워킹 그룹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중요한 행사 때에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으며, 이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했다. 2021 밀양대 페스타 같은 큰 행사에서도 문화캠핑, 예술인 공연 등 시민들의 참신한 기획으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법정 문화도시 선정 때 참여했던 모든 시민들이 진심으로 함께 기뻐했던 것이다.

 밀양 시민들은 한옥공간을 문화교육 체험 코스로 개발, 특색 있는 시장 먹거리 개발, 빈집과 유휴 공간을 영화ㆍ드라마 등 촬영 장소로 제공, 빈집마다 스토리 부여, 역사 버스킹 등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밀양시도 앞으로 주민참여 예산, 네트워크 등을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따뜻한 문화는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를 지향한다. 소외지역 방문, 농촌지역 문화 행사, 소규모 문화공동체 형성, 장소기반 공동체 문화 사업 등도 포함된다.

 유휴 공간, 버려진 곳 아닌 새 가능성으로

 비추는 문화의 키워드는 `도시발견`이다. 유휴 공간을 활용한 장소 재생을 통해 문화도시의 가치를 생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시는 문화적 장소를 재생하기 위해 △원도심 빈집프로젝트 △문화팝업 △문화햇살발전 등 사업도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오픈한 진장문화예술플랫폼 `미리미동국`이 있다. 미리미동국은 원도심이 쇠퇴하면서 극심한 침체를 겪으며 빈집들이 늘어나게 된 곳이다. 이곳은 빈집 6채를 무상으로 받아 2019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유휴 공간 문화 공간화 사업으로 지역 예술가들이 리모델링에 직접 참여해 조성된 곳이다. 12개의 방과 공유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빈집들을 연결해 옥외공간을 하나로 갤러리화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곳은 지역예술가들이 입주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새로운 문화생태 공간으로 변신했다. 실제로 가보면 예쁜 벽화와 공방, 미로 같은 좁은 길을 지나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 공간이 눈을 사로잡는다. 최근 이곳을 중심으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식당과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5~7일까지 진행된 햇살전환캠퍼스 실험 프로젝트로 열린 2021 밀양대 페스타도 큰 관심을 받았다. 구도심 시내에 위치한 밀양대학교는 지난 2005년 캠퍼스가 삼랑진읍 임천리로 이전됐고, 2006년에는 밀양대가 부산대학교로 통합되면서 오랜 시간 문을 닫았다. 그래도 83년 동안 밀양시민들과 함께 해온 공간이었던 만큼 밀양 사람들에게 이곳은 추억의 장소였다. 시민들은 내이동 거리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밀양대학생 5000여 명이 북적이면 활기 넘치는 도심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에 밀양시는 문화도시사업과 청년친화도시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미래다`라는 주제로 17년간 교문이 굳게 닫혀있던 밀양대를 활용할 아이디어를 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문화도시ㆍ밀양대 아카이브 △문화캠핑 △지역예술인 공연 △부스 등 전시와 체험 공연을 풍성하게 펼쳤다. 당시 코로나19에도 관광객들이 1만 명이 넘게 찾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밀양대 페스타를 준비하는 기간이었던 지난해 11월 1일 밀양대 강당에서 문화도시 현장실사를 실시했다. 이날 심의위원들은 오래된 강당 건물에서 과거 학교에서 쓰던 테이블에 앉아 "이런 공간 자체가 예술이다"는 호평을 했다고 전해졌다. 이처럼 밀양시는 도심의 유휴공간, 농촌지역, 자연생태 공간을 재조명해 관광상품 등과 연계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올릴 예정이다.

 사업 종료 후에도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퍼지는 문화의 키워드는 `지역실험`이다. 말양시는 문화도시 효과 및 신성장 동력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해오고 있다. 소규모 문화공간 조성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지역시민 문화 발제 및 실험을 위한 시민문화 리빙랩도 추진하고 있다.

 반짝이는 문화는 `밀양만의 문화 정체성`을 추구한다. 밀양시는 `밀양`다운 문화가치를 통해 문화도시로서의 고유색과 도시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시는 밀양의 마을 역사, 예술 등을 활용한 문화원형을 활용해 고유의 도시를 만드는 `햇살 문화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밀양의 새로운 문화를 젊은이들이 만드는 `영남대로 프로젝트`에서도 그런 개성이 나타난다. 밀양의 생태공간을 보존하고 즐기는 문화플로깅도 밀양의 환경을 활용한 수변ㆍ생태문화 프로그램이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앞으로 시민이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밀양만의 문화 정체성 확립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시민과 함께 햇살과 같은 따뜻한 문화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밀양시는 오는 2026년까지 200억 원이 투입되는 법정 문화도시의 단계별 추진 계획을 통해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를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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