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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죽을 얻어 무과에 급제했던 홍 견
자명죽을 얻어 무과에 급제했던 홍 견
  • 최학삼
  • 승인 2022.02.03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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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학삼 김해대교수 사회복지상담과
최학삼 김해대교수 사회복지상담과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자명죽과 삼락정에 관한 이야기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의 덕산해변에서는 덕봉산(德峰山)이 섬처럼 솟아있다.조선 선조(宣祖) 때의 일이다. 이 덕봉산에는 대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그 중에 밤마다 스스로 소리내며 우는 대가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웃 맹방리(孟芳里)에 사는 홍 견(洪堅)이란 사람은 자명죽(自鳴竹)을 얻기 위해 덕봉산 신령에게 제사를 올렸다.

 제를 올리고 기원을 한 지 7일째가 되는 날 밤 산신령이 나타나 자명죽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 그가 자명죽을 찾아 살펴보니 대 한 포기에 줄기 5개가 자라나 있었으며, 마디마디가 총총하고 고르게 자라 있었다. 홍 견은 이것을 끊어서 화살을 만들었다.

 홍견은 어릴 때부터 말을 잘 타고 활을 잘 쏘며 담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선조 5년(1572년)에 별시(別試)가 있었는데, 이 화살을 사용해 무과(武科)에 급제하고 이 화살을 가보(家寶)로 간직했다. 그 후 선조 21년에는 그의 동생인 홍 확(洪確)역시 이 화살을 사용해 알성무과에 급제했다. 홍씨 가문은 이 자명죽의 혜택을 톡톡히 보았다. 또 세상 사람들은 홍 견이 급제한 후 9년마다 그의 아들ㆍ동생이 무과에 급제 됐다고 홍씨는 구구의 수로 번성한다고 했다.

 이렇게 자명죽을 얻어 무과에 급제한 홍 견은 여러 관직을 거치는 동안 임진왜란을 겪으며 이순신을 도와 많은 전공을 세웠다. 이후 김해부사를 마지막으로 벼슬을 그만두고 노구의 몸으로 삼척 고향 맹방리로 돌아왔다. 또 그의 동생 홍 확도 무과에 급제한 후 울진현령 및 울진포 만호의 벼슬을 지내다 노구의 몸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셋째 동생인 홍 광(洪圓)은 원래 성품이 온화하고 산수를 좋아했다. 그는 벼슬에는 나가지 않고 전토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이들 형제들은 관직을 버리고 백발이 성성한 몸으로 맹방구은(孟芳舊隱)에 돌아와 서로 만나게 됐다. 젊었을 때 청운의 꿈을 안고 공명 사업을 펴 보겠다는 그러한 기백을 다시 생각하며, 서로 손등을 두드리며 형제애를 나눴다. 임진왜란이라는 큰 국란을 겪던 격량기에 객지에서 향수를 느끼며 고향에 돌아온 3형제의 우애는 더욱 돈독했다. 그러나 이 상봉의 기쁨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서로 간에 생활의 터전을 찾아 3형제는 남북 40리를 사이에 두고 생활 근거지로 헤어지게 됐다.

 홍 견은 맹방리 고향집에 그대로 있고, 동생 홍 확과 홍 광은 북명으로 분가해 살게 됐다. 모처럼의 상봉에서 다시 이별한 형제들은 남북 40리 중간 지점인 삼척 남양리(南陽里) 속칭 사대에 정자(亭子)를 지었다. 그리하여 매월 보름이면 서로 술과 안주를 마련해 이 정자에 모여 그들의 뇌수 속에 아로새긴 지나온 인생 행로를 더듬으면서 형제의 우애를 해가 저물도록 나누게 됐다.

 이러한 모임은 1년 열두 달 보름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행됐다. 그러던 어느 날 홍수로 오십천 강물이 넘쳐흘렀다. 이들 형제는 술과 안주를 마련해 이 정자에 모이려고 했으나 물이 불어 강을 건널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형은 남쪽강 언덕에, 동생들은 북쪽강 언덕에 서로 바라보며 자리를 잡았다. 술잔을 들어 강 건너 형에게 술을 권하면 형은 잔을 직접 받을 수가 없어 스스로 술잔에 술을 부어 동생들이 권한 술로 생각하며 마셨다. 형도 동생들에게 잔을 권하면 동생들도 형과 같이 자작으로 술을 마셨다. 이들 형제는 온종일 잔을 같이 들어 권하고 마시면서 강물이 사이에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형제 간의 화락(和樂)을 즐겼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이들 형제의 우애를 부러워할 뿐만 아니라 이 정자를 삼형제가 화락한 곳이라 해 삼락정이라고 불렀다. 이 삼락정(三樂亭)은 삼척시 남양동 사대에 있었다고 했으나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 오늘날에는 그 흔적 조차 찾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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