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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리사법 물상
역리사법 물상
  • 이지산
  • 승인 2022.02.0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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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산 주역 연구가

 다산의 역리사법 중 하나인 물상(物象)은 어떤 특정한 해석방법이라기보다는 주역해석의 기본원리이다. 물상이란 사물의 상징이란 뜻으로 괘상이 상징하는 대상을 가리킨다. <공자십익>설괘전에서 건(乾)은 소(牛), 감(坎)은 돼지, 리(離)는 꿩이라고 한 것을 말한다. 공영달은 <주역정의 소>에서 물상의 의미를 `무릇 역이란 곧 상이다. 물상으로써 사람의 일을 밝힘은 마치 시경(詩經)의 비유와 같다.`고 했다. 의리학파는 물상을 역사(易詞)해석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설괘전의 물상해석은 전국시대 말기부터 한대에 걸쳐 유행한 음양재이(陰陽災異)사상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경전의 가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상수학파는 역사(易詞)가 철저히 물상과 연계되어 있다고 보고 설괘전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의 자의적 해석을 배제하기위해서는 괘상→물상이라는 연관관계를 규정하는 명확한 규칙체계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설괘전에 의해 어떤 괘상이 어떤 물상을 상징하는지를 파악한 후 괘사와 효사를 해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설괘전은 팔괘의 괘상(卦象)과 괘의(卦意)에 대한 설명으로 이뤄져 있다. 다산은 <서경>의 요전(堯典)과 순전(舜典)에 나타난 방위가 설괘의 방위와 일치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설괘의 방위순서는 요. 순임금시절부터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설괘의 방위가 오래전부터 확립되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그는 더 나아가 설괘는 팔괘와 동시에 이뤄진 것이며 만약 설괘전의 물상이 없었더라면 주역 자체가 성립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물상을 취하지 않는다면 팔괘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 소용도 없으며 만들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방인. 주역사전)이처럼 설괘는 팔괘의 성립과 동시에 존재한 것이므로 그 연원은 주역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았다. 그는 하나라의 연산역(連山易)과 은나라(상나라)의 귀장역(歸藏易)이 실재했으며, 설괘전의 물상과 괘덕이 주나라역과 함께 세 종류 역에 공통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구양수 등이 주장한 공자 설괘전의 위작설을 반박하고, 설괘전은 어느 한사람에 의해 지어진 것이 아니라 요순시절부터 존재해 왔으며 <공자십익>은 후대 유생들의 주역해석이 포함된 것으로 보았다. 다산은 설괘전의 근거를 <춘추좌씨전>서례19장과 <국어>서례 3장에 순구가(荀九家)의 물상설을 선택하여 역리사법 물상의 이론적 근거를 확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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