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0:21 (금)
감성의 미학 `서체` 내면 울림 아직도 남아
감성의 미학 `서체` 내면 울림 아직도 남아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2.01.27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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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갤러리 허재 윤판기 추모전
윤판기 한글 물결체로 그린 작품 `거덕유예`. / 이정민 기자
윤판기 한글 물결체로 그린 작품 `거덕유예`. / 이정민 기자

경남산가람협 등 오픈식 참여
하이그라피 `거덕유예` 등 35점
5개 서체 병풍 3점ㆍ도자 `눈길`

 1월 26일, 경남을 대표하는 명필가이자 독창적인 서체 개발로 서예의 새길을 개척한 고 윤판기 선생의 타계 3주기를 맞아 그와 깊은 관련을 맺었던 단체, 지인,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해 율하 남명갤러리에서는 고 윤판기 서예가의 3주기 기일에 맞춰 지난 26일 오후 3시 오픈식을 시작으로 다음 달 26일까지 약 한 달간 특별기획전 `고 허재 윤판기 타계 3주기 추모 초대전`을 진행한다.

 오픈식에는 윤 선생이 창립이사로 각종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사)고향의봄 기념사업회 김일태 화장과 10여 년간 단체를 이끌어 온 경남산가람협회 장선자 회장, 경남서예단체총연합회 박금숙 회장과 유가족 그리고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그의 예술정신과 삶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자에 윤 서예가의 독특한 글씨체를 담은 `홍종무성`. / 이정민 기자
도자에 윤 서예가의 독특한 글씨체를 담은 `홍종무성`. / 이정민 기자

 전시장 앞에 걸려있는 정태수 한국서예사연구사 소장의 평문에는 "서예가 윤판기는 전통서예를 폭넓게 익힌 뒤 문학과 글씨와 그림을 깊이 탐구하여 이를 융합하거나 대문화와 접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영역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그림 같은 글씨, 시각성이 두드러진 글씨, 색채가 들어간 글귀 강조할 곳에 색상이 들어가 한눈에 주목성을 높이거나, 내용을 연상할 수 있는 문자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작품, 디자인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 등으로 기존의 전통 서예와는 확연하게 차이 나는 요소들이 많다."라는 글에서 윤판기 서예가가 한글 서예, 문학과 미술 영역까지 두루 섭렵한 작가였다는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추모전에는 윤 선생이 남긴 5개의 서체 `한글 물결체`, `동심체`, `한웅체`, `낙동강체`, `광개토호태왕비체`로 만들어진 35개의 작품과 병풍, 그의 서체를 품은 도자 3개가 전시되고 있다.

 먼저, 광개토호태왕비체를 사용한 작품은 동중정의 감성이 짙게 묻어나며, 한국인이면 공감하게 되는 자연적인 미의식을 나타낸다. 또한, 낙동강체로 그린 서체에서는 작가가 성장한 낙동강 변의 구불구불하면서 유창하게 흐르는 강풍경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특히, 기존 전통예와 확연한 차이가 나는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서예라고 하면 딱딱하게 한자에 까만 글씨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통서예와 회화를 접목해 상시한 하이그라피 작품 `거덕유예`, `상운무진`, `화풍숙기`에서는 반듯하게 일자로 적혀진 글이 아닌 동그란 원 속 봄 같은 싱그러운 색채와 그림 같지만 시각성이 두드러지는 서체가 누구나 쉽게 감성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작품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갤러리를 따라가다 보면 날카롭고 딱딱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체가 아닌 따뜻한 분위기의 서체들이 눈은 즐겁게, 마음에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고 윤판기 서예가
고 윤판기 서예가

 이처럼 문자에 대한 남다른 감각과 탁월한 예술적 안목을 자랑한 고 윤판기 선생은 의령에서 태어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소년 명필가로 서예에 입문해 한글서예와 한문서예, 그리고 문학과 미술 영역까지 두루 섭렵한 작가로 경남도의회 등 전국 곳곳에 걸쳐 700여 점에 달하는 기관에 관광유적지의 금석문과 슬로건을 휘호 하는 등 인기 작가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번 추모전을 기획한 남명갤러리 이병열 관장은 "허재 선생 타계 3주기를 맞아 선생의 삶과 예술적 업적을 기리는 초대전을 개최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이 전시회를 통해 선생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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