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판과 디지털 증거물
형사 재판과 디지털 증거물
  • 김주복
  • 승인 2022.01.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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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현대사회는 고도로 발달된 디지털이 지배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만큼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범죄와 증거도 다양해지고 있다.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거나 전송되는 증거로서 가치를 가지는 정보를 디지털 증거물이라고 하는데, 물리적 증거와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자 장치에 저장되어 있는 문서, 이미지, 영상, 음향 등과 네트워크를 통해 교환되는 네트워크 패킷 등이 있다.

 디지털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이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 디지털 기록 매체에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암호 등 보안을 해제하거나, 하드디스크 내부에 삭제 로그를 저장하는 스왑 파일에서 삭제 로그를 복원하는 방법을 통하여, 디지털 기기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이를 통해 오고간 정보의 내용을 추적하거나 조사하는 기법을 말한다.

 디지털 증거는 증거재판주의가 지배하는 형사소송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증거재판주의란, 재판에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는데,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동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증거만 확보되면 무조건 범죄의 증명이 가능한 걸까? 디지털증거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려면(증거능력을 가지려면) 어떤 요건과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할까? 디지털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ㆍ처리ㆍ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2007도7257 판결)"고 판시하거나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한다(2012도16001 판결)"고 판시한다.

 또한,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과정에서나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 당사자, 변호인 등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이미 압수수색된 파일을 사본으로 출력하는 절차에서는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이다(2011모1839 결정).

 나아가, 디지털 증거가 사본으로 제출된 경우, 검사는 원본과 사본과의 동일성을 적극적으로 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전자문서를 수록한 파일 등의 경우 그 성질상 작성자의 서명 혹은 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작성자ㆍ관리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의해 그 내용이 편집ㆍ조작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사본일 경우에는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된 사본임이 증명되어야 하고, 증명이 없는 경우에는 쉽게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다.

 최근, 압수수색 영장 없이 디지털 증거물을 임의제출을 권유하여 증거물을 수집하는 그 동안의 수사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선고되었다(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종래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정보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전문 인력에 의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견해였고(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법리가 정보저장매체에 해당하는 임의제출물의 압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고, 나아가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ㆍ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영장에 의하지 않고 임의제출 한 경우에도 전자정보의 임의제출 범위를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구체적ㆍ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피의자에게 참여권 보장 및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 교부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로써 그 동안의 잘못된 수사관행의 개선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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