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01 (금)
희한한 세상에서 보는 불편한 진실
희한한 세상에서 보는 불편한 진실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2.01.18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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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여야 녹취록 공방의 천박성
진실은 없고 전략만 있을뿐
침묵에서 나온 동의 두려워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상에는 불편한 진실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요즘 들어 불편한 진실이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와 호흡하는 걸 새삼 실감한다.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가 힘겹다고 하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와의 끈질긴 악연도 한몫하지만 대선 앞서 벌어지는 희한한 일들이 더 큰 몫을 한다. 대통령 선거는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라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여야가 맞서는 건 당연하다 해도 너무 멀리 나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야가 녹취록으로 맞섰다. 먼저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목소리가 방송을 탔다. 이어 이재명 후보의 욕설 녹취록이 또 공개됐다.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나"라고 자문하거나 체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참 묘한 경험을 하고 있다.

 2020년 7월 3선 서울시장을 하면서 대권까지 꿈꾸던 사람의 죽음을 두고 나라가 갈라졌다. 당시 4년 동안 성추행 등 고통을 당한 고소인이 2차 가해를 당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가해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진영 논리로만 치부하기에는 뒤가 켕기는 이상한 나라에서 뿜어내는 광기인 듯 했다.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는 뜨거운 논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촛불 광장에 음습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기운을 느낀 사람도 많았다.

 어느 누구도 전체 하늘을 볼 수는 없다. 부분을 보면서 전체를 보는 양 착각하면서 산다. 우리 사회가 불행한 이유는 진영 논리가 너무 진하게 걸쳐있다는 데 있다. 세련되지 못한 내편 네 편의 구도는 진실을 거부한다. 불편한 진실을 만들어 진실의 옷을 입는다. 한국형 불행은 너무 진하다. 진실을 옆에 제쳐놓고 허깨비를 놓고 진실을 만들려고 하니 `헬조선`은 아직도 유효하다.

 김건희 녹취록 방송과 이재명 녹취록 공개는 우리사회의 천박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불편한 진실을 쌓기 위해서 권력을 동원하고 집단의 힘이 가세했다. 천박한 사회는 과정이 필요 없고 결과만을 중시한다. 만든 결과를 가지고 과정을 정당화하는 나쁜 짓을 서슴지 않는다. 너무나 다른 추한 세상을 만들려는 `큰 힘`이 작동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분명 광기가 흐르는 굿판과도 다르지 않다. 대중의 침묵에서 나오는 동의가 무서울 뿐이다.

 녹취록에 나온 한 줄을 과대 해석해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작태를 내세워, 여야가 최고의 전략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다른 어떤 전략보다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표심이 후보나 후보 부인의 한마디에 요동친다고 믿거나 후보가 연기하는 악어의 눈물에 심장이 쿵 하고 뛴다고 생각한다. 예전 대통령 선거에서 온갖 `바람`을 일으켜 승리의 고삐를 잡은 경험을 깔고 있는 여야가 `최순실2`와 `생태탕2`로 맞서고 있다. 대선판에 진실은 뒤로 물러나 있고 최순실을 소환하고 생태탕을 잘 끓이면 되는 게임으로 가고 있다.

 유례없는 녹취록 시리즈물이 인간의 약점을 배우는 교훈을 준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말로 위안을 삼아도 뒷맛은 안 좋다. 음모론을 갖다붙여도 틀린 말은 아니다. 특정 세력군에서 이런 시리즈물이 자주 방영하는 이유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는 방증이다. 불편한 진실은 `진짜` 진실이 나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어둠을 걷어내는 힘은 대선 승리 외 대안이 없다.

 권력자들이 대중 앞에 서서 여성의 권리를 옹호한다고 핏대를 올리고 여성 피해를 막는 조직을 가동하면서 본인은 여성의 인권을 짓밟았다. 광장에서 정의를 외친 사람이 돌아서서 정의를 찢어놓은 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불편한 진실이 정의가 되는 사회는 막아야 한다. 기만적인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다른 촛불을 들어야 한다. 광장의 촛불이 진실의 바람에 한들거리는 잔영이 참 처연하다. 이번 대선에선 진실에 가까운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안 깨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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