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4:07 (토)
성공 기법 ①
성공 기법 ①
  • 박정기
  • 승인 2022.01.17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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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사람은 누구나 두뇌의 통제를 받는다. 두뇌야말로 신비로운 영역이어서 현대 과학이나 의학이 밝혀내지 못한 점이 많다. 그런데 두뇌의 위력은 대단해서 인단 두뇌가 된다고 믿으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두뇌가 믿는 대로 이뤄진다는 것. 소위 긍정적인 신념의 힘이다. 예컨대, 성공률 100%에 가까운 태권도 격파 선수도 실패할 때가 있다. 그들 말에 의하면 손을 내려칠 때 한 치의 의구심이라도 있으면 실패한다. 성공하려면 대개 내려치기 직전 두뇌는 이미 격파가 성공해서 벽돌은 두 조각이 난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짜약으로 병을 고치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 가짜약인지 모르는 환자는 지금 먹는 약이 틀림없이 자기 병을 고칠 것이라는 확신을 두뇌가 믿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어떻게 하면 두뇌가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성공한다는 확신을 하게 하는가이다.

 현대 스포츠에서 널리 통용되는 기법이 하나 있다. 소위 연상기법이다.

 이 기법은 나도 큰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좀 오래된 얘기지만 필자가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으로 86 아시안 게임을 치를 때다.

 멀리뛰기의 김종일 선수가 당시 기록 7m 94로 우승했다. 평소 8m 안팎의 기록을 보여줬지만, 허리 부상으로 시합 2주 전부터 연습을 못했다. 그가 결선 마지막 기회인 여섯 번째 점프에서 놀랍게도 7m 94를 뛰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선수는 시합 당일까지도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2주 동안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 무엇을 했을까. 담당 의사가 만류한 것은 당연한 일. 그는 의사에게 사정했다.

 "선생님 지난 일 년, 오늘을 위해 준비하다가 운이 없어 허리를 다쳤는데, 포기는 실격이지만 다친 것은 실격이 아니니 출전만이라도 하게 해주십시오."

 간곡한 선수의 애원에 마침내 의사는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진통제부터 맞았다. 신체의 고통이 전혀 안 느껴졌다.

 결선까지 탈락하지 않고 잘 나갔다. 결선 시기는 모두 6번, 6회의 기록 중 제일 좋은 기록으로 승부를 가린다.

 첫 번부터 네 번째까지는 몸이 무겁다. 그런데 다섯 번째부터는 조금씩 나아지는가 싶더니 드디어 여섯 번째다. 조주 때부터 마법 융단을 탄 듯 몸이 미끄러지듯 모래판으로 빨려 들어간다. 눈을 감았다. 몸을 솟구쳤다. 구름을 탄 듯 하늘을 난다. 시원하다. 착지했는데도 구름을 탄 기분이다.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뛰긴 뛴건가?

 7m 94! 우승이다. 금메달이다.

 기적이다. 2주를 누워 있던 김 선수다. 그날 출전 때의 유니폼은 한국대표팀 유니폼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직행하느라 훈련 때 입던 훈련복 그대로였다. 여담이지만, 86 아시안 때 한국 육상은 애초 남자 200m의 장재근 하나만 금메달을 딸 거라는 예상과 달리 모두 7개의 금메달을 따면서 처음으로 일본을 꺾었다. 김종일뿐만 아니라, 여자 800, 1500, 3000m 3관왕 임춘애, 남자 800m의 김복주, 남자 5000m의 김종윤 등 생각지도 않던 선수들이 일본, 중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육상은 아니지만, 여자 역도의 장미란 선수도 연상기법을 활용한 대표적 선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회(2005, 2006, 2007, 2009) 우승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해 세계의 여장부로 국위를 선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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