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4:51 (수)
“11년째 집수리 봉사…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의 불꽃 지펴드려요”
“11년째 집수리 봉사…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의 불꽃 지펴드려요”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1.10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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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강대규 모닥불봉사회장
김해 동상동 모닥불봉사회 강대규 회장은 11년째 소외된 이웃을 위해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다.
김해 동상동 모닥불봉사회 강대규 회장은 11년째 소외된 이웃을 위해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다.

인테리어업 하며 주거환경 관심
복지 사각지대 노인 도움 시작
경로당ㆍ지역아동센터ㆍ골목길 등
도ㆍ시 예산 지원 받아 사업 확대
직업처럼 해야… 의지 없이 힘들어
인제대 너나들이봉사회 큰 도움
“고마워하는 모습 보면 뿌듯해”

 “TV에 많이 나오는 쓰레기집 있잖아요. 냄새가 나서 들어갈 수 없는 집이었어요. 페브리즈를 5통을 써도 들어갈 수가 없었죠. 그런 집에서 어르신이 숙식을 하고 계셨어요. 침대는 낡아서 보푸라기가 퐁퐁 날리고, 식사하고 그냥 놔둬서 다 썩었었어요. 이제 우리 회원들이 전부 다 들어내고, 침대도 다시 마련하고, 벽지도 다 뜯어내고 해서 깔끔하게 정리해 드렸죠.”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도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김해지역에서 봉사회를 만들어 11년째 지속적으로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는 이가 있어 놀라움을 준다. 특히 집수리 봉사는 육체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웬만한 의지가 아니면 장기적으로 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모닥불봉사회 강대규(58) 회장은 지난 2011년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과 함께 봉사회를 만들고 활동을 시작했다. 모닥불봉사회의 뜻은 불쏘시개가 되어 사회를 환히 밝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취재를 위해 김해 동상동에 있는 그의 업소인 삼원인테리어를 찾았다. 간판부터 내부까지 오랜 시간의 흔적이 보였다. 그는 “이제 자식들도 다 키워놓고 사업에는 크게 욕심이 없습니다. 우리가 봉사해서 주위 어려운 이웃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잘 사시는 거 보면 그걸로 행복합니다”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강대규 회장이 집수리 봉사 현장에서 시멘트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강대규 회장이 집수리 봉사 현장에서 시멘트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 홀몸 어르신 봉사 시작

 처음에는 회원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원래 직업이 홈인테리어 사업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손 안 빌리고, 이웃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도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다. 특히 동상동 일대는 원도심이고 오래된 주택들이 많아 주위의 어려운 사정을 많이 들었다. 가게에 있는 도배지나 장판 등을 조금씩 잘라 집수리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은 평소 잘 보이지 않던 이웃에게 향했다. 주로 복지사각지대의 홀로 사는 어르신 집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법적으로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능력 있는 자식이 있어도 부모를 돌보지 않거나, 어르신들 소유의 집이 있어도 집수리할 능력이 없었다.

 “자식들이 자주 온다고 말하는데 알고 보면 안 오십니다. 혹시라도 자식들에게 피해 줄까 봐 말도 못하십니다. 복지 대상자도 되지 못하고, 전구 하나 교체 못하는 집이 많습니다. 말은 못하고 컴컴하게 사는 거죠. 자기 집이 있으면서도 집이 노후하고 수리할 능력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그냥 사시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거 저런 거 따지지 말고 그냥 해드리자고 마음먹었어요. 힘들면 같이 더불어 살자는 취지였죠.”

 지자체 지원받고 더 많은 이웃 도와

 시간이 지나 점점 모닥불봉사회가 지역사회에 입소문이 나면서 집수리가 필요한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지역주민들의 제보도 잇따르기 시작했다. 이에 강 회장은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아동,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들로 봉사 규모와 대상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봉사 규모가 커지자 경제적 문제가 발목을 잡을 때가 많았다. 집수리 비용이 적게 드는 집은 회원들의 자부담으로 감당할 수 있었지만, 비용이 수백만 원 이상 들 때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미루고 있었다. 고심 끝에 회원들은 지자체 주민참여예산 제도나 도시재생사업에 공모에 신청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것은 지난 2020년 경남주도형 주민참여예산 3000만 원을 지원받았을 때였다. 강 회장은 당시 집수리를 미루던 9세대를 한 번에 수리해준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때 정말 속 후~련하게 해드렸다”는 말에 정말로 그의 마음 속 시원함이 느껴졌다.

 “예산이 없어서 못했던 부분들을 한 번에 해서 상당히 보람 있었어요. 다 낡은 창문도, 아예 손도 못 댔던 샤시, 지붕도 갈아드리고, 수도도 다 해드렸어요.”

 모닥불봉사회는 일반 주택뿐만 아니라 노후 경로당ㆍ지역아동센터 등으로 봉사 규모를 넓혀갔다. 더 나아가 동상동 7통, 8통 지역 골목길 외벽 도색, 김해 청년센터 벽화사업도 진행했다. 이는 모닥불 봉사회의 힘만으로 이룬 성과가 아니었다. 강 회장은 인제대학교 실내건축학과 동아리인 ‘너나들이 봉사회’와 동상동 행정복지센터, 동상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의 도움을 받아 이런 사업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인원이 많이 필요할 때는 인제대학교 너나들이 봉사회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집기 이동이 필요할 때, 청소와 정리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해에는 모닥불봉사회 자부담으로 중도입국 외국인 청소년 등을 교육하고 돌보는 김해 징검다리센터를 찾아 창문 블라인드 커튼 설치, 화장실 개선 등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모닥불봉사회와 인제대학교 너나들이 봉사회가 마을을 환하게 꾸미기 위해 동상동 골목길 외벽 도색작업을 하고 있다.
모닥불봉사회와 인제대학교 너나들이 봉사회가 마을을 환하게 꾸미기 위해 동상동 골목길 외벽 도색작업을 하고 있다.

 체력ㆍ시간ㆍ비용 많이 들어 어려움 많아

 이외에도 기억에 남는 집이 있냐고 묻자 “저녁 내 이야기해도 이야깃거리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할 말이 많이 있었다. 이날은 쓰레기집에 살던 어르신과 장애인 모녀 가정을 도와준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음식이 썩고, 곰팡이 피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아주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우리가 깨끗이 청소해드렸죠. 그 이후에 그 어르신이 고맙다고 우리에게 인사하고, 동사무소까지 찾아가서 고맙다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런데 그 어르신이 6개월을 더 살다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지금도 우리 회원들 만나면 몇 달이라도 깨끗한 데서 주무시게 해드려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비슷한 사례가 많습니다.”

 강대규 회장은 장애인 모녀 가정 집수리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사회복지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주거개선 환경 사업에 관심을 가진 이후로 사회복지에 대해 이론적으로 더 자세히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두 분 다 장애가 있어 걷지를 못했어요. 다른 거는 놔두고라도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변기를 안고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손잡이를 짚고 올라갈 수 있는 변기를 새로 달아드리니 정말 행복해하셨습니다. 그런데 불만이 있는 것은 장애인 용품이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국가에서 세금을 받지 않더라도 장애인들이 편안히 쓸 수 있게끔 많이 가격을 낮춰줬으면 좋겠어요.”

 모닥불봉사회가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그동안 회원들도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기술도 필요하지만 몸이 힘들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 달에도 며칠씩 나와서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쭉 매달려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비용이 있다고 해도 의지가 없으면 못 해냅니다. 또한 전문 기술자가 필요한 일이 많은데도 지자체 예산에는 재료비 부분만 반영돼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강대규 모닥불봉사회장과 인제대학교 너나들이 봉사회 회원들이 집수리 봉사를 끝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대규 모닥불봉사회장과 인제대학교 너나들이 봉사회 회원들이 집수리 봉사를 끝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봉사는 남 위하지 않고 자신 위한 것”

 힘들기 때문에 이웃과 유대감이 더 깊어지는 일이 집수리 봉사이기도 하다. 강 회장은 바로 이런 부분이 다른 봉사와 다른 점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대상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뭐가 필요한지, 어떻게 고쳐드릴지, 그들과 몸으로 직접 부딪히면서 유대도 깊어지고 그 사정도 알게 됩니다. 그들이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합니다.”

 코로나19로 주춤하긴 했지만 회원 8명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집수리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는 모닥불 봉사회는 현재까지 80가구 이상 집수리를 도왔다고 한다. 그는 꾸준한 봉사활동을 통해 봉사에 대한 철학이 생겼다.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뿌듯합니다. 할 때에는 힘들어도, 하고 나서 깨끗한 환경에서 좋아하시는 모습 보면 상당히 행복합니다. 그리고 밖에까지 나오셔서 인사하시는 장면에서 저 자신이 뿌듯합니다. 저는 그 재미로 봉사하는 것 같습니다.”

 집수리 봉사를 해드렸던 한 할머니에게서 온 좋은 시를 담은 문자를 보여주며 진심으로 흐뭇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행복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를 ‘마당발’이라고 소개하는 강대규 회장은 김해 동상동체육회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해시협의회 자문위원, 김해답게 시민정책협의회 위원 등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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