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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육성은 사학 본연 정체성 확립이 핵심
사학 육성은 사학 본연 정체성 확립이 핵심
  • 황동연
  • 승인 2022.01.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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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연 용인대 객원교수ㆍ교육학 박사
황동연 용인대 객원교수ㆍ교육학 박사

 사립학교 교원 신규채용 시 1차 필기시험의 시도 교육청 위탁 의무화와 학교운영위원회 기능을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화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지난 8월 국회에서 가결됐다. 교육부가 이에 따른 시행령을 마련하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사학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했다는 비판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개정내용은 사립학교의 특수성과 자주성에 기반한 사학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써 사후 입법갈등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사학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인재양성의 산실로 해방 이후에는 국가발전을 이루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사학의 비리 발생이 사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제공함으로써 정부 간섭의 빌미를 제공하였고, 사학의 자율성이 위축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사학의 공적(功績)이라고 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국민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재정을 국가가 확보하지 못했던 시기에 교육기회의 확충에 기여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2021년부터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체가 무상 공교육의 틀로 편입하게 되었다는 것은 격세지감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측은 사립의 무상교육은 공립학교에 준한 것으로 사실상 교육청 위탁으로 관할청의 관리 감독권한을 강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주장은 사립중고등학교 재정의 대부분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기 때문에 사립학교는 관할청의 지도ㆍ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을 전적으로 받아서 운영하는 사학은 사립학교법에 의거하여 해산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공립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상 사학을 공영제 형태로 운영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재정이 빈약할 때 국가가 감당해야 할 공교육을 민간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우후죽순으로 사학설립을 인가하여 다른 나라에 비해 사학 비중을 기형적으로 높여 놓았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도입 시대에 사립중등학교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을 이유로 사학의 자주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또 하나의 기형적 사학운영 방식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사학은 사학답게 육성하고, 공립은 공립답게 운영해야 한다는 교육 기본원칙에 충실할 때, 국민의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건전사학 육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립학교는 무엇보다 설립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에 특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이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할청의 지도ㆍ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사립학교의 운영을 공립학교보다 더 경직되게 할 수 있고, 이는 사립학교 교육의 부실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무상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무상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수혜자가 교육비를 부담하면서 보다 다양한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공립학교와 차별화되는 사립학교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적극적 평등의 실천이다. 학교운영비와 법정부담금 등 모든 재정을 확보하여 사립학교를 운영하고자 하는 재단에 대해서는 그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사립학교가 본질적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사학을 육성하는 것이 4차산업 시대의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국가재정에 의존하는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해당 법령에 근거하여 해산 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공립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사립도 공립도 아닌 그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학운영은 현장의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사학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학교법인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의 사립학교법은 사학본연의 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교육 당국은 사학육성의 근본은 사학본연의 정체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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