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종말 시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노동의 종말 시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2.01.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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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식 사회부 기자
황원식 사회부 기자

 얼마 전 대형마트를 갔다가 자율계산대가 늘어난 것을 본 적 있다.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계산하고 신용카드를 리더기에 읽혀서 나오면 된다. 이런 시스템은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 요즘은 셀프 주유소가 직원들이 기름 넣어주는 곳보다 더 많은 것 같다. 이제 어디를 가도 직원이 많이 필요 없다. 은행 ATM기기 한 대가 무려 37명의 은행원 일을 한다는 보고도 있다. 게다가 병이 드는 일도 없다. 우리 근처에 무인민원발급기가 늘어날수록 공무원의 일도 줄어들 것이다. 최근 김해와 창원공단 취재를 하며 중소기업에서도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감시카메라가 많아질수록 경비 인원은 줄인다.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책은 이런 일자리 부족의 문제를 지적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런 자동화ㆍ기계화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동화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더 많은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그 높아진 수요가 더 큰 생산을 만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원래는 희귀해서 구경도 못할 도넛을 대량생산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살 수 있다. 도넛을 먹으면 커피도 먹고 싶다. 커피가 먹고 싶으면 커피 공장이 있어야 하고 새로 생긴 공장에서는 직원이 필요하니 일자리 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 이쯤 되니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고 돈이 없어서 상품을 못 살 지경이다.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으면 회사도 결국엔 망한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것인가. 우선 `노동시간 단축`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직원들이 2교대로 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2교대에서 3교대, 4교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2배, 3배의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월급을 받으면 그 돈으로 도넛과 커피를 사고 회사는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다른 방법은 사람들에게 돈을 쥐여 줘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사실상 `분배`에 가까운 정책이 과거에는 사회간접자본에 많이 투자했다. 그런데 무분별한 투자로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이용하지도 않는 다리나 도로가 늘어나자 정책 방향을 바꿔 갔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일 이외의 방법으로 분배를 하려면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할까. 우선 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일을 한다는 것은 생산적인 재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짓거나, 옷을 만드는 등 행동은 인류가 생존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일이다. 또한 부차적으로 남을 웃기거나, 운동선수가 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도 누군가에는 만족을 주기에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돈을 주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만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심리적인 만족과 긍정적 영향을 주는 사람도 돈을 받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정부나 기업에서도 제3부문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제3부문이란 기업도 정부도 아닌, 제3의 영역을 말한다. 그린피스, 적십자, 협동조합, 월드비전, 어린이재단 같은 단체를 생각하면 된다. 생각해보면 글쓰기 모임을 하든, NGO에서 고래를 살리든 국가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는 보기 힘들다. 다만,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고 긍정적인 영향도 커지니 국가에서는 돈을 주는 것이다. 노동의 종말 시대에는 더 많은 창의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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