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6:30 (금)
초상권에 관한 단상
초상권에 관한 단상
  • 김주복
  • 승인 2022.01.05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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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산책
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인격적인 이익 보호 `프라이버시권`
초상 사용 독점 이용 `퍼블리시티권`

최근 대법원은 `구속영장 집행 과정에서 검찰이 강제로 포토라인에 서게 해 초상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어느 사업가 A씨에게 "국가는 A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항소심을 확정했다고 한다.

A씨는 호송차량 안에서 검찰수사관들에게 "도착하면 포토라인에 서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자 이를 거부했고, "얼굴과 수갑을 가릴 수 있는 물품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제공받지 못했다. A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수건으로 수갑만 가린 채 호송차량에서 내렸고, 얼굴이 노출된 채 취재에 응하는 모습 등이 촬영됐다. 이후 언론에 보도된 일부 사진들은 A씨의 얼굴 윤곽과 이목구비가 대략 식별됐다. 당시 법무부훈령인 `인권보호수사준칙`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는 수사과정의 촬영 등을 금지하고, 사건관계인에 대한 초상권 보호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었다.

항소심의 판단 근거는 이렇다. "원칙적으로 `범죄사실` 자체가 아닌 그 범죄를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 즉 `피의자` 개인에 관한 부분은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할 공공성을 지닌다고 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예외는 피의자가 공인으로서 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이 되는 경우, 특정강력 범죄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재범방지와 범죄예방을 위한 경우 등에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뿐인데, A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어떠한 의미에서도 `공인` 또는 `공적 인물`이라고 볼 수 없고, 이미 구속영장이 집행돼 공개수배 및 검거를 위해 신상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아니기 때문에 신원 공개가 허용되는 예외사유에도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A씨의 신원과 초상 공개를 정당화할 사유가 없으므로 A씨는 사진과 동영상 촬영으로 위법하게 초상권을 침해당했다." 

초상권이란, 사람의 얼굴이나 기타 신체적 특징에 관해 타인이 동의 없이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촬영하지 아니하고, 신문ㆍ잡지ㆍ도서ㆍ광고 등에 허가 없이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이 초상권은 인격권에서 파생하는데, 인격권은 개인의 인격에서 따로 분리할 수 없는 이익, 즉 생명ㆍ자유ㆍ명예ㆍ신체 등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인격권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은 없지만, 대한민국헌법 제10조(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이다. 인격권의 침해를 당한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고, 형사법상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범죄들(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이 있다.

최근 초상권의 개념을 세분하여, 인격권의 성격을 갖는 `프라이버시권(right of privacy)`과 재산권의 성격을 갖는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을 동시에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프라이버시권은 개인의 인격적 이익의 보호를 위한 권리로서, 주로 언론과 관련하여 신문이나 잡지의 사진, 텔레비전 화면영상 등으로 유출되는 경우에 침해받는데, 만약 이 권리를 침해받은 개인은 침해자에게 초상 사용의 중지 및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청구, 명예회복을 위해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퍼블리시티권은 자신의 초상의 사용을 독점적으로 이용(이를테면, 상품 등의 선전에 이용)할 권리로서, 주로 광고와 관련하여 광고주가 특정 유명인의 초상을 임의로 사용하는 경우에 침해받는데, 만약 이 권리를 침해받은 사람은 침해자에게 손해배상과 초상의 무단사용으로 인한 부당이익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초상권을 구성하는 이 두 가지 권리는 서로 독자적으로 작용하는바, 유명인, 배우, 연예인 등의 경우에 초상권은 인격적 이익과는 별개로 독립된 경제적 이익의 대상이 되므로 초상의 무단사용으로 설사 인격적 고통(프라이버시권 침해)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경제적 이익의 침해(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이유로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한편, 퍼블리시티권은 그동안 유명인의 경우에 문제가 되었으나, 최근 인터넷과 SNS 등 미디어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보편화됨에 따라 일반인의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한 분쟁과 소송 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관련 법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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