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9:22 (토)
격물치지의 실천방법론
격물치지의 실천방법론
  • 이광수
  • 승인 2022.01.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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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의리역의 종지 정이(정이천)과 함께 공자역(십익)의 양대 산맥인 주자(주희)는 <대학집주(大學集註)>에서 `격물치지(格物致知)란 앎을 지극하게 함은 사물의 이치(理致)를 속속들이 깊이 연구함(窮究)에 있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이 영특해서 천하사물에 이치가 없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치를 속속들이 깊이 연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앎의 완성(得知)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필부필부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삿(邪)된 짓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곧 들통 날 얄팍한 지식과 연구경험으로 전문가처럼 행세하는 사이비지식인들의 경거망동을 경계하는 말이기도 하다. 주자는 또 <대학장구(大學章句)>에서 `대학에서 이치를 궁구한다고 말하지 않고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다고 말한 것은 단지 사람들이 사실적인 것에 나아가 그 이치를 속속들이 깊이 연구하기 위해서이다.`라고 했다. 이는 사물의 이치를 궁구함은 단지 한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이 아니고, 앎이 지극하게 이름(致知)은 곧 사물의 이치를 모두 궁구해서 얻은 뒤에 나의 지식이 다 알지 못하는 것이 없음을 뜻한다. 치지(致知)는 경(敬)과 더불어 공부의 양대 방법의 하나로 궁극적인 이치탐구(窮究)를 통해 사색해야만 가능하다.

 우리가 배운다는 것은 미혹(迷惑)의 마음을 극복하는 것이며 학문의 성과는 마음에서 느껴야하기 때문이다. 필자와 같은 세대는 책을 통해서 자득(自得)하는 것을 공부의 기본으로 삼았다. 그러나 급변하는 밀레니얼시대를 맞아 홍수처럼 쏟아지는 새로운 지식의 범람으로 적응성의 위기를 절감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화된 학습노하우가 필요하다. 이제 공교육은 헌법이 정한 의무교육의 확대에 따라 절차상 시행하는 통과의례로 전락했으며, 오히려 사교육이 판치는 `학원전성시대`가 됐다. 방과 후 밤 10시까지 계속되는 사교육은 유치원 이전 조기교육부터 대학생이 된 후에도 계속된다. 사교육이 낳은 교육양극화의 병폐는 금수저와 아빠찬스로 치환돼 빈부격차까지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치지(致知)는 그런 물질이 뒷받침 되는 의타적 학습법으로는 한계에 부닥치기 마련이다. 삶에 필요한 지식은 자득(自得) 없이는 기억의 창고 속에 오래 머물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로 수억 개의 뇌세포 속에 잠시 머문 기억들은 망각의 시간 속으로 홀연히 사라진다. 치지의 방법론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사색(近思)을 통해 깨달음(知覺)을 얻어야 명실상부 진정한 앎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자득의 학습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대의를 파악하고 지엽말단적인 문자에 구애받지 않고 한가지 씩 공부해 쉼 없이 흐르는 물처럼 성찰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선현들은 사서육경(四書六經)을 공부할 때도 대학을 맨 먼저 읽고 난 후 논어와 맹자를 읽어 경학의 근본을 익힌 후 시경, 서경, 중용을 읽은 후 궁극의 경인 역경(주역)까지 모두 읽고 외웠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간과하고 있는 암기공부에 대해 장자(莊子)서를 인용해 고언 한다. `책은 반드시 암기해야 한다. 암기하지 못하면 사색도 행할 수 없다. 책을 통해 새로 유익한 것을 알게 되면 학문은 진보하고 내가 모르는 게 무엇인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고 했다. 밀레니얼시대에 암기공부가 뭔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필자 역시 끝없는 독서와 자득의 학습을 통해 지득한 사실이지만 외우지 않는 공부는 사상누각에 불과함을 잘 안다. 이 점을 간과한 공부로는 결코 치지(致知)의 경지에 이를 수 없다. 얼마 전 끝난 올해 대학수능이 어려워 `불수능`이었다고 여론이 분분했다. 물론 수능의 난이도 적정여부는 해마다 나오는 소리다. 쉽게 출제되면 변별력이 부족해 `물수능`이라고 비난한다. 입시전문가들의 평가에 의하면 우리학생들의 문해력(文解力)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예시된 답안용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정답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독서력 부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명배우는 대사를 외워 잘 구사해야 살아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 기업이나 개인PR의 정석인 PT 역시 마찬가지다. 내용을 먼저 외워야 이해가 되지 이해한다고 외워지는 건 아니다. 원어민에 버금가는 영어실력도 단어와 문장패턴을 통째로 외워야만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이는 어린이가 부모의 말을 듣고 외워서 사물을 이해하는 원리와 똑같다. 격물치지란 사물에 대한 궁극의 이치에 도달함이다. 격물치지의 요채(要體)를 터득하지 못한 불광불급의 상태에서 학지(學知)의 도에 이른다는 것은 산에 가서 생선을 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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