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13 (금)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구나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구나
  • 김선필
  • 승인 2021.12.3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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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필 칼럼니스트
김선필 칼럼니스트

 일모도원(日暮途遠), 갈 길은 먼데 해는 저물고 있어 갑자기 이 말이 뇌리에 떠올라 오늘을 잊게 한다.

 지난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평왕 때 오자서는 그의 부친 오사와 형 오상이 한낱 여인으로 인한 비무기의 모함에 궁으로 끌려가 죽게 되자 형과 부친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절치부심(切齒腐心) 오나라로 건너가 오왕 합려의 도움으로 초를 공격, 당시 이미 죽은 평왕의 시신을 꺼내 300대의 장을 치는 원수를 갚는다.

 이에 친구였던 신포서가 오자서에게 "그대의 복수가 지나치다, 때로는 많은 사람이 하늘을 이길 수 있다고 하나 결국은 하늘이 사람을 이긴다네"라고 하며 "그대는 본래 평왕의 신하였는데, 이제 그 시신에 씻을 수 없는 모욕을 가하니 이보다 더 하늘을 거역하는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

 이에 오자서 왈(曰)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일모도원 이라는 말이 태동하였다.

 오늘 우리를 맴도는 기운은 온통 어둡기만 하니 어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것인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19년 겨울 끝자락 중국 우한에서 촉발된 우한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로 개칭)로 인하여 오늘까지 만 2년이 지나도록 그로 인한 팬데믹 상황으로 지구촌 전체는 그야말로 아노미 상태로 한 치 앞을 예측 못할 불안과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과 수뇌부는 자칭 K방역을 연일 자랑하고 과시했었고, 정작 발원국을 비롯한 타 국가들은 빗장을 잠갔어도 우리는 여전히 외국인 특히 중국인 입국을 허용했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확진자 56만여 명에 사망자 4700여 명을 기록, 이미 중환자 병상을 비롯한 최소한의 기본 의료 시스템의 붕괴마저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아니었던가.

 재택치료라고 하지만 사실상의 실효성은 미미하여 사망자는 더욱 증가추세에 있으며 치료할 의사와 간호사 마저 한계점에 도달 암울하기만 하다.

 정작 발원국인 중국은 발병자 10만여 명에 사망자 역시 우리와 비슷한 4600명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웃 일본 역시 최근 하루 발병률 100~200명 대 인데 정작 우리는 7000~일만 명 대를 곧 돌파한다고 하니 실로 아연할 따름이다.

 이 현상을 무어라 표현할까? 이런 미증유의 국가재난 상황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 12~15일 호주를 국빈 방문 하고 귀국했다, 그동안 확진자는 2만 5000명 정도 늘었고 사망자 역시 274명이나 발생했다. 국민이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대통령은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과연 그 사진을 본 국민들은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방역상황이 조금만 호전되면 "K방역의 성과"라며 자화자찬, 모더나 CEO와 화상통화하며 2000만 명분 백신 확보를 자랑하더니 정작 그 백신 공급도 펑크나자 복지부 장관이 대신 사과하는 현실, 국민들의 허망함은 어디에서 위로 받을까.

 사실상의 세계 3차대전인 코로나 위기인 현재, 우리는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온 나라가 올인 하여 광분하고 각 후보들은 저마다 사활을 건 투쟁을 벌이고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상대방 흠집 내기에 사생결단을 하고 있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대한민국 대전환"이란 거창한 기치를 내걸고 종횡무진, 야당의 윤석열 후보는 "대한민국을 확 바꾸겠습니다"로 곳곳을 누비고 있다.

 각자 서로가 올바른 철학과 가치관을 내걸고 사즉생의 각오로 선거에 올인 하지만 과연 무엇을 전환하고 바꾸며 어떤 길이 올바른 길인지 그 길을 제대로 가는지조차 모호하기만 하다.

 사실상 3차대전인 코로나 재앙을 겪으며 국민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권력의 팽창을 용인하고 자유와 사생활의 규제마저 감내하여 왔지만 결과는 늘 정부의 무능을 국민 희생으로 대신하는 식이 되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만 정작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아수라 지옥인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

 수십 번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에다 코로나 환란으로 수없이 많은 자영업자가 길거리로 나앉고 청장년 백수들이 방황하며 부익부 빈익빈 실상은 도를 더해가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국가안보는 외부의 적도 중요하지만 코로나를 비롯한 미래 바이러스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더욱 중요한 사명이며 현 대통령을 비롯한 대선 후보들과 여, 야 정치 지도부 모두 새로운 각오와 소명을 다져야 한다.

 신축년(辛丑年) 하얀 소의 해도 기울고 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도" 다가올 임인년(壬寅年) 호랑이의 해는 새 희망의 태양이 찬란히 떠오르길 우리 모두 고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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