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5:03 (금)
아름다운 남해 자연 속 아이들 위한 평생 배움 터전 만들어야죠
아름다운 남해 자연 속 아이들 위한 평생 배움 터전 만들어야죠
  • 김명일 기자
  • 승인 2021.12.29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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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아이를 품다 ④ 지역을 살리는 마을교육공동체 -폐교 위기서 살아난 남해 상주중
지난 10월 14일 열린 상주중 체육대회,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서로 손잡고 원을 그리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열린 상주중 체육대회,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서로 손잡고 원을 그리고 있다.

학부모 설립한 동고동락협동조합
지역민ㆍ외지인 180여명이 가입
마을교사 직접 나서 돌봄교실 운영
목욕탕 리모델링 ‘마을빵집’ 개업
학생 직접 설립한 무지개협동조합
조합원 매점 운영해 장학금 전달
공동체연구회서 인문학 강좌도
금산 교육마을에 ‘인생학교’ 계획

 내년부터 경남 18개 시군에서 행복교육지구가 운영된다. 행복교육지구는 행복학교의 철학과 이념을 학교단위를 넘어 지역단위로 확산하기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가 교육 발전을 위한 교육협력 모델을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다. 이에 경남매일은 행복교육지구 출범과 학교와 지역을 잇는 행복교육지원센터, 마을학교 운영 사례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학령인구가 줄면서 폐교가 늘고 있다. 지난 10년(2011~2021년)간 경남에서만 70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반면,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가 대안교육을 실천하면서 학생이 늘고 마을이 살아난 곳도 있다. 남해상주중학교는 폐교 직전에 살아난 경우다.

남해상주중 여태전(왼쪽) 교장과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이종수 이사장.
남해상주중 여태전(왼쪽) 교장과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이종수 이사장.

 지난 2013년 상주중 전교생은 25명으로 교육부 폐교 기준(21~30명)에 부합했다. 자구책으로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축구부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부는 근근이 학교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었다.

 이에 학교법인 상주학원(이사장 강창수)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 여태전 교장이 부임(2014년)해 이대로는 얼마 가지 못해 문을 닫을 수 있다며 전국단위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대안학교로 전환하자고 제안했고, 이사장은 이를 받아들여 전국단위 학생 모집이 가능한 대안학교로 개편하기로 뜻을 모은다.

 이후 상주학원은 2014년 일반중학교에서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전환 신청을 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경남도교육청과 교육부의 심의를 거쳐 마침내 2015년 2월에 전환에 성공하고, 예산을 확보해 기숙사를 짓는다.

 남해상주중학교는 2016년 경남 최초 대안교육특성화 중학교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후 학생 수는 2021년 현재 92명으로 늘고, 인근 상주초 학생과 마을 주민도 늘고 있다.

 상주중은 대안교육 과정으로 △배움과 성찰에 목이 마른 ‘교사문화’ 만들기 △만남과 기다림으로 가슴 설레는 ‘학생문화’ 만들기 △신뢰와 믿음으로 함께 참여하는 ‘학부모 문화’ 만들기 △지역사회와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마을학교’ 만들기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는 ‘행복한 교육공동체’ 만들기로 ‘혁신 방향’을 설정, 행복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여태전 교장은 “남해 상주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상주중은 교육내용을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만들다 보니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알려졌다. 또 상주초 학생은 우선 선발하다 보니, 타지역 학생들이 상주중으로 오기 위해서 상주초로 전학을 하고, 학부모가 함께 오면서, 상주 인구가 늘게 됐다”며 “교육의 변화는 교육 3주체 중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할 때 변화가 일어난다. 상주중 학부모는 교육 연수 주제를 잡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주중 학생들이 지난 6월 다랑논에서 모내기 체험을 하고 있다.
상주중 학생들이 지난 6월 다랑논에서 모내기 체험을 하고 있다.

 상주중 학부모 설립 동고동락협동조합

 남해 상주중을 살리는 과정에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이사장 이종수)의 역할이 컸다.

 ‘동고동락’은 상주중이 대안학교로 전환한 이후 입학한 1기 학부모가 주축이 돼 결성한 조합이다. 당시 학부모 5명이 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꿈꾸며 뜻을 모아 설립했다. 시작 초기엔 상주중 학부모와 가족, 지인들이 대부분 이었지만, 최근에는 지역민과 외지인도 가입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은 180여 명 규모다.

 동고동락은 첫 사업으로 아이들 돌봄을 위해 상상놀이터를 만들었다.

 상상놀이터는 학교 앞 빈집을 고쳐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학부모가 마을교사로 나서 돌봄교실을 운영했다. 2019년에는 어른들의 커뮤니티 공간인 ‘동동회관’도 마련했다.

 학부모들은 이 곳에서 소통하며 도시락 반찬 만들기 사업도 하고 있다. 올해는 마을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마을 빵집 동동’도 개업했다.

 동고동락은 다양한 교육 협력 사업도 하고 있다. 올해는 ‘보물섬어린이갬프’, ‘청소년 아웃도어 캠프’ 등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위탁 받아 진행했다.

 ‘보물섬어린이캠프’는 상주중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 아웃도어 캠프’는 남해교육지원청과 남해군이 협력해 운영하는 남해행복교육지구에서 위탁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동고동락은 또 학교 협동조합과 마을협동조합 설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상주중 학생들이 창립한 ‘무지개협동조합’은 설립 당시부터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설립 준비 단계에 있는 가칭, 상주은모래마을협동조합 설립도 지원하고 있다.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은 이러한 다양한 협력 사업으로 창립 3년 만에 전국적인 우수 사례로 인정받아 2019년 경남도지사 표창장,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장도 받는 등 협동조합운영 모범 사례로 인정받았다.

 동고동락 이종수 이사장은 “설립 당시 학부모들이 단순히 학교에 아이를 맡기는 것을 떠나서 학부모도 교육과정이나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지원하자는 뜻을 모아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며 “자립 기반을 갖췄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도 있지만, 조합원들과 협력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외지인 주도에 지역민이 껄끄러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제는 조합 활동을 지원하고 가입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상주중 무지개협동조합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 모습.
상주중 무지개협동조합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 모습.

 상주중 학생 설립 무지개협동조합

 상주중 무지개협동조합은 상주중 학생들이 교육청 공모를 통해 설립한 조합이다. 2018년 창립 당시 학부모가 운영하는 동고동락협동조합 임원들로부터 설립 절차 자문을 받았다. 무지개협동조합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체득하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했다.

 조합원은 학생 27명, 교직원 8명, 학부모와 지역민 8명 등 총 43명으로 구성됐다 조합은 학생 조합원이 자치적으로 학교 매점을 운영하며 수익금은 장학금으로 나눔 활동을 한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협동조합의 날’을 기획해 협동조합의 가치와 운영원리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상주중이 매년 6월 시행하는 주요 교육활동 중 하나인 해양스포츠 활동.
상주중이 매년 6월 시행하는 주요 교육활동 중 하나인 해양스포츠 활동.

 남해 행복교육지구 2017년 협약

 경남교육청과 남해군은 지난 2017년 행복교육지구 협약을 체결했다.

 행복교육지구는 경남교육청과 남해군이 일대일 매칭 투자로 학생과 마을주민을 위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사업이다. 남해교육지원청은 행복학교 10교, 행복맞이학교 3교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행복학교는 상주초를 비롯해 해성중, 남해제일고 등 총 10개교이다.

 보물섬 남해행복교육지구는 초등 돌봄 교실 지원과 상주 마을 캠프, 청소년 여름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역 마을교육공동체와 협력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여름캠프는 ‘나와 우리를 치유하는 시간’을 주제로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5일까지 상주중학교와 상주면의 산과 바다에서 운영됐다.

 이 청소년 캠프는 남해군과 남해교육지원청이 함께 운영하는 보물섬행복교육지구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했으며, 코로나19로 청소년들에게 발생한 관계의 단절과 수업결손에서 기인한 청소년의 불안과 우울을 점검해 치유ㆍ힐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마련했다. 프로그램은 남해 상주 동고동락협동조합에 위탁 운영했다.

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학부모들이 마련한 돌봄형 놀이터인 ‘상상놀이터’.
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학부모들이 마련한 돌봄형 놀이터인 ‘상상놀이터’.

 남해금산 교육마을과 보물섬 인생학교

 주민 1600여 명의 작은 상주에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

 상주마을교육공동체연구회는 2018년 우리마을 인문학 강좌(우인강)를 개설했다.

 연구회는 ‘배움과 성찰에 목마른 사람이 아름답다’는 가치로 끊임없이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려는 마음으로 모였다.

 남해행복교육지구 사업의 일환으로 활동 경비를 일부 지원받아 매월 1회씩 책 읽는 모임, 초청 강연 듣기, 마을 현안 사업 협의 등을 하는 자발적인 연구회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 우인강을 열었다. 이제 입소문을 타고 우인강 강좌를 듣기 위해 타 지역에서도 참석한다.

 남해 상주 마을공동체는 또 하나의 꿈이 있다. 상주 마을주민들은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라는 슬로건으로 남해 금산 교육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남해금산교육마을’은 상주초등학교와 상주중학교, 남해보물섬고등학교에 이어 ‘보물섬 인생학교’를 설립하는 큰 그림이다.

 보물섬 인생학교는 남해군이 6500평(2만 1487㎡) 부지에 주택 15~20호를 건축하고, 중심엔 센터 역할을 할 ‘인생학교’가 들어서는 구상이다.

 센터는 마을주민과 수강생이 함께 어울리는 학교 형태로 건축될 예정이다.

 상주 마을주민들은 상주면을 대한민국 교육마을공동체 메카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여태전 교장은 “마을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남해금산 교육마을’이 마지막 미션이다. 이 아름다운 자연에 평생 배움의 터전을 만들자. 이게 곧 ‘남해금산 교육마을’이다”라며 “이곳에 교육마을과 함께 하는 인생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1차적으로 교육마을에 입주할 15~20가구의 주민들을 모집하고, 그 주민들이 주축이 돼 인생학교를 운영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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