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4:33 (금)
인류의 생존전략, 배려와 협력
인류의 생존전략, 배려와 협력
  • 허성원
  • 승인 2021.12.28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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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의 여시아해 (如是我解)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손흥민은 왜 축구를 잘합니까?" 이에 대한 답을 한 국회의원이 국가대표 축구감독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한다. "손흥민 같은 체력과 기술을 가진 선수들은 유럽리그에서 넘쳐납니다. 손흥민의 강점은 인성입니다. 참 좋은 사람입니다. 패스를 많이 해주니까 패스를 많이 받아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를 많이 맞이합니다." 신선한 충격이다. 패스는 협동과 배려다. 그것이 세계적인 축구스타의 진정한 핵심역량이라니.

 "인류 문명의 첫 증거는 1만 5000년 전 인간의 넓적다리뼈에 있습니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가 `문명의 첫 증거는 무엇인가?`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마도 그 학생은 토기, 사냥 도구, 종교적 유물 등을 예상했을 것이다. 마가렛 미드가 발굴했던 넓적다리뼈는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흔적이 있었다.

 넓적다리뼈가 부러지면 다 나을 때까지 적어도 6주 동안은 꼼짝하지 못한다. 그건 곧 죽음이다. 위험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고 물을 마시거나 사냥도 할 수 없으니, 굶어 죽거나 포식자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러졌던 것이 다시 붙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그 낙오자를 지켜주었다는 뜻이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 상처와 회복을 돌봐준 것이다. 문명이 없는 원시사회라면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 동료를 버리고 떠나는 게 옳다. 그런데 동료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 동료의 어려운 사정을 공감하며, 자신의 위험이나 수고를 무릅쓰고 간호하였다. 그것이 바로 인류 문명이 시작된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 마가렛 미드의 설명이다.

 `약자의 말살은 당연하다. 자연계에서는 약육강식이라는 말처럼 약자가 강자에게 포식 당한다. 그런데 인간사회는 왜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가. 지금 이 사회는 약자를 세금 등으로 살리고 있다. 그것은 뛰어난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요지의 질문이 일본 야후의 지혜 주머니에 올라왔었다. 이 질문에 대해 기가 막힌 통찰적인 명답이 있었다. 그 요지는 이렇다.

 자연계의 법칙은 약육강식이 아니라 적자생존이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적자`가 살아남는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 종이 환경에 적응한다는 뜻으로, `개체의 생존`이 아니라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종의 적응 방법은 다산, 소산, 빠름, 느림, 강함, 큼, 작음 등 무한히 많다. 그 중의 어느 생존전략을 채택한 결과 자손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 적자생존에 성공한 것이다.

 그럼 인류의 생존전략은 무엇이었던가. 바로 `사회성`이다. 고도의 상호 협조가 가능한 기능적인 사회를 만들어 그 상호 협력으로 각 개체를 보호한다. 인간은 `사회`라는 것이 없으면 개별적으로는 자연 상태에서 장기 생존이 불가능한 `약자`다. 즉 우리 모두는 약자이며 그 약자들이 모여 가능한 한 많은 약자를 살리는 것이 인류의 생존전략이다. 라고 지혜 주머니 명답은 마무리한다.

 "인류는 친절함이라는 `초능력`을 갖춘 덕분에 협동할 수 있게 됐다." 네덜란드의 젊은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33)이 그의 저서 `휴먼카인드`에서 한 말이다. 수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유라시아에서 공존하였다. 두 종족은 비슷한 식성에 모두 도구와 불을 사용하는 능력을 가졌지만,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고 더 늦게 나타난 현생인류는 번성하고 있다. 브레흐만은 그 주요 이유로서, 인류가 늑대를 길들여 그와 동맹함으로써 신체적 열세를 극복하고 사냥능력을 극대화한 점과, 인간들끼리의 모방을 통해 서로 배워 똑똑해지고 지식을 자식에게 전수하는 문명을 이룬 점 등을 들고 있다. 배려와 협동 역량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운명을 가름하였다는 말이다.

 배려와 협력이 대단히 효과적인 생존전략이라는 것은 현대 인류의 번영이 웅변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최근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등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일부 사람들은 근로 의지 저하, 게으름 중독, 국가 연금의 노예 등의 논리로 극렬히 반대한다. 그 생각에는 약육강식 내지는 강자존의 논리가 은근히 바탕에 깔려 있다. 혹 그런 말이 그럴듯하게 들린다면, 수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채택한 배려와 협력의 생존전략을 꼭 상기해보라. 연말 추위가 매섭다. 해를 넘길 때의 이런 추위는 약자에게 유독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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