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2:45 (목)
거제서 뇌출혈 쓰러진 30대, 6명에 ‘새 삶’
거제서 뇌출혈 쓰러진 30대, 6명에 ‘새 삶’
  • 서울 이대형 기자
  • 승인 2021.12.27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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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호 씨, 신장ㆍ폐 등 기증, 100여명에 조직 기증 희망 줘
유족 “아들의 삶 충분히 가치”
6명에 장기기증하고 세상 떠난 윤성호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6명에 장기기증하고 세상 떠난 윤성호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거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진 3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환자 6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윤성호(39) 씨가 지난 21일 부산대병원에서 폐, 간, 췌장, 양쪽 신장, 오른쪽 안구 등 조직을 기증하고 숨졌다.

 윤씨는 두통에 시달렸고 갑자기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점차 상태를 회복했다. 그러나 퇴원을 하루 앞두고 뇌출혈이 발생,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 등 유가족은 의료진과 면담을 통해 뇌사 상태에서 장기 기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주면 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아버지 윤종규 씨는 “아들이 술, 담배를 하지 않아 건강한 장기를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렵게 내린 결정이어서 기증을 받으시는 분들이 건강을 잘 회복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우리 아들의 삶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고 우리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이라며 “신이 나에게 훌륭한 자식을 주셨는데 끝까지 지키지 못해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기증원 측은 이런 윤씨가 장기기증으로 6명을 살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조직 기증으로 100여 명의 사람에게 희망을 줬다.

 윤씨의 부모는 아들 윤성호 씨를 ‘모범생’으로 기억했다. 중학교 때 전교 회장을 맡았다. 수능 시험에서는 영어를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아버지 윤종규 씨는 20년 이상 시내버스 기사로 일했다. 이 때문에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윤씨를 제대로 가르칠 여유가 없었지만, 잘 자란 아들이 고마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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