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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ㆍ귀감 훼손하는 연말 ‘상’ 풍년
품위ㆍ귀감 훼손하는 연말 ‘상’ 풍년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1.12.26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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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연말 ‘상’ 풍년이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국가와 기업, 단체 등에서 모범이 되는 단체와 개인에게 상을 준다. 수상은 기쁘고 영광스럽다. 그러나 영광스런 상이 수상의 본래 목적으로 벗어나 기계적 나뉘 주기 등으로 변질하면서 상의 희화화로까지 변질돼 불편하다.

 지난 18일 한 지상파 방송이 마련한 ‘2021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상의한 경외심을 무너뜨리는 한 장면이 연출됐다. ‘시상식’이라는 타이틀의 예능프로그램이 되면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논란은 상의 이름에서 출발했다. ‘명예사원상’이라는 듣고 보지도 못한 상 이름이 호명돼 시청자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지석진 조차도 수상소감에서 “명예사원상은 최초가 아닌가 싶다. 퇴직금이 나오는지 4대 보험은 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 데뷔 30년인데, 안정적인 직장이 생긴 것 같다. 이경규 형님도 못 받은 상을 제가 받았다. 이 멋진 상을 안 받으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 너무 감사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석진의 말을 들은 이경규는 버럭 화를 내면서 “줘도 안 받는다. 나가라는 거 아니냐”라며 말도 안 되는 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석진은 “경규 형님 SBS 시상식을 모독하는 발언이다. 이런 멋진 상을 안 받는 사람이 어디있느냐 ‘마상(마음의 상처상)’을 받은 탁재훈을 보면서 위안을 삼겠다. 저는 명예사원이니까 ‘런닝맨’ 맴버들 혹시 사장님이나 본부장님에게 하실 얘기가 있으면 제가 다이렉트로 만나서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하겠다. 명예사원상 너무 감사하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유력 대상 후보인 지석진에게 ‘명예사원상’을 준 것이 논란의 화근이 됐다. 논란이 있자 지난 19일 OSEN은 SBS 측이 지석진에게 대상 대신 이름도 희한한 ‘명예사원상’을 준 배경을 분석 보도했다. OSEN은 “특히 이날 수상 리스트 중 ‘명예사원상’이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지석진은 최우수상을 포함해 그 이상의 트로피를 받아도 될 만큼 충분한 활약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유도 목적도 불분명한 ‘명예사원상’을 만들어서 최우수상과 대상 주기에는 애매하고 빈손으로 돌려보내기엔 미안해서 구색 맞추기식으로 쥐여주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은 하나 챙겨줘야겠고 공동수상은 눈치 보이고 그래서 선택한 게 ‘명예사원상’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연말 시상식이 집안 잔치 성격이 강하고 권위가 떨어졌다고 해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고 지적했다.

 SBS 측은 “사실상 첫 팀 대상이라며 ‘미운 우리새끼’ 수상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올해 독보적인 1강의 활약이 없었던 탓에 시청률 효자인 ‘미우새’에게 ‘팀 대상’을 수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SBS의 시상행태는 개그맨 장동민이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지난해 신스틸러상은)억지로 만든 상이다. 삐칠까봐 주는 상이다 SBS는 그게 너무 추잡스럽다. 아무 상이나 막 만들어서 다 주는 거~”라고 농담 섞인 답변으로 사태를 예견했다. 네티즌도 “지석진한테도 못 할 짓이 아닌가 싶다. 그냥 안 주는 게 나았다 연예대상이어도 장난스런 상을 안 주면 안 되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런 논란은 비단 연예대상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연말 상 풍년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심하다. 경력관리용, 공치사, 나뉘주기 등 속이 보이는 시상 행진은 모범ㆍ귀감인 상의 본질을 훼손한다. 품위와 공감ㆍ귀감이 되어야 상의 권위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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