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8:20 (토)
해반천 환경지킴이 `경우회`
해반천 환경지킴이 `경우회`
  • 김병기
  • 승인 2021.12.22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김병기 가락김해시종친회 사무국장

추운날 봉사의 손길들
늘 걷던 길 쓰레기 줍기
행복 한아름 미소 띤 얼굴

 "와 춥다, 바람 부니 더 춥네." 노란 조끼에 흰 모자를 쓰고 목장갑을 낀 손에는 쇠젓가락을 하나 들었다. 지난 11일 토요일 10시 30분 김해도서관 앞 공영주차장에 하나둘 모여든 왕년에 이 지역을 손가락 보듯이 들여다본 선후배들이 모처럼 의기투합해 봉사활동에 나선 것이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산하 김해중부경찰서(회장 차환식) 경우들이 해반천을 따라 한 팀은 삼계정수장 쪽으로 한 팀은 김해우체국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아내와 걷는 곳이기에 더욱 애착을 갖고. 모인 분 중 막내였기에 한 손에는 노란 쓰레기봉투를 한 손에 쇠젓가락을 들고 쓰레기 줍기에 나섰다.

 평소에 그 많던 사람들이 날씨 탓인지 드문드문하다. 다들 이순(耳順)을 넘긴 이들이 그 옛날 소년이 되어 풀 속 구석진 곳에 자리한 과자봉지에 담배꽁초 찾기에 열심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쓰레기봉투는 차츰 배가 불렀다. 해반천 물에는 원앙 무리와 청둥오리ㆍ새오리 무리가 야단법석인 가운데 물속 깊은 곳에는 어른 팔뚝만 한 잉어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김해지리지를 보면 해반천(海畔川)에 대해 해반내(海畔), 거북내(龜川)라고도 하며, 삼계동의 북동쪽의 여러 골짜기에서 발원해 시의 서쪽을 흐르다가 봉곡천을 합해서 화목3통에서 조만강에 합류한다며 방포(防浦)라 해 옛날에는 돌다리가 있었다 한다. 김해 지리지뿐만 아니라 영남읍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방포가 나오는데, 해반천의 해반은 한자 말로 바닷가 정도를 의미할 것으로 생각되며 바닷가에 있는 내였기에 해반천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 한다.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해반천을 경계로 서상동을 비롯한 동쪽은 주거단지가 형성되었으나, 서쪽인 지금의 내외동 중심지는 물구덩이 논으로 `미끄지(메기) 하품만 해도 물에 잠기는` 논이었는데, 개발붐으로 매립되어 지금의 아파트들이 자리잡고 군데군데 공원 조성으로 오늘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한참을 해반천을 따라 쓰레기 보물찾기에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땀이 흘렀다. 아내와 걸을 때 잘 보이지 않던 담배꽁초가 유독 많은데 놀랐고 누군가 먹고 버린 과자봉지에다 생수병이 나와서 더 놀랐다.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갖고 가야 하는데 남몰래 버린 양심에 날 풀리면 따라나설 손녀가 볼까 두렵다. 오랜만에 좋은 일을 하니 밥맛이 좋다는 찬사를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한 달에 두세 번은 아니더라도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덕담에 고무된 차환식 회장님의 얼굴에 미소가 핀다. 아직은 건재하다는 당찬 의지에 박수를 보내며 다음 봉사활동 날이 기다려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