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7:27 (금)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 박정기
  • 승인 2021.12.2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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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ㆍ한국중공업 사장

 박정기 전 한전 사장이 젊은이들에게 던져주는 열정 이야기. 최근 발간한 `Wake Up Korea!`에서 발췌해 `박정기의 열정 얘기` 란에 싣는다.

 그는 권두언에 "외람되지만, 언젠가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내 얘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이 땅에서 생을 받은 한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히 붓을 들었다. 어휘 선택이 좀 거칠고 서술이 상스럽다. 체면, 위신, 가식을 버리고 싶었다. 진정, 당신과 나 사이, 우리만의 진솔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해량(海諒) 바란다" 고 썼다.

자존은 군자가 되는 길 현대적 의미로 멋쟁이 하늘 독수리 삶 살아야

 나는 나다. 너도 아니고 쟤도 아닌 나는 나다. 얽히고설킨, 참으로 우연찮은 인연으로 나는 이 세상에 나왔다.

 어제의 나도 나요, 오늘의 나도 나이며, 내일의 나도 나다. 나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네가 나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죽을 때도 내가 죽지, 네가 나 대신 죽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내가 될 수 없고, 천지간에 나는 오직 나로 실존한다.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다.

 한번 받은 내 생(生)은 그만큼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자존해야 한다. 자존은 자신감과 다르다. 자신감은 근거 없이 자기가 잘났다고 여기고 자기를 추켜세우는 일이다. 절대 굽히는 법이 없다. 내가 잘나고,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자신감은 자칫 모래 위의 성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존은 나의 실존을 받아들이면서, 타고난 나 그대로, 이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스스로를 높이고, 긍지를 갖고 누가 보건 안 보건 품위를 지키는 일이다.

 굽힐 때도 있다. 그러나 남 잘난 것 부러워하지 않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난 것은 부지런히 더 키운다. 남 눈치 볼 것도 없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 바로 공자(孔子)가 말한 군자(君子)다.

 그럼 아무나 군자가 된다던가? 아니다. 어림없는 소리. 밤낮으로 갈고닦으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목계(木階) 같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존이 어려운 거다.

 목계는 `장자(莊子)`의 싸움닭 얘기다. 어떤 닭이 도전해 와도 마치 나무로 만든 닭같이 꿈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 없는 싸움닭도 그 닭을 보면 도망친다. 목계는 으스대지 않으며, 눈초리도 사납지 않고 교만하지도 않다.

 자존은 군자가 되는 길이다. 고색창연한 옛 군자가 아니라 세련된 현대적 의미의 멋쟁이 군자다. Gentleman이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여, 안 될 것도 없지 않은가! 한 번 사는 생(生)이다.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실존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생각에 따라 시궁창을 뒤지는 쥐새끼도 되고, 창공을 나는 독수리도 된다. 이 소중한 내가 세상 빛을 본 이상, 목계 같은 자존감으로, 이왕이면 하늘을 나는 독수리의 삶을 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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