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21 (금)
청소년 낮은 문해력, 종이책 읽어 극복해야
청소년 낮은 문해력, 종이책 읽어 극복해야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1.12.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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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식 사회부 기자
황원식 사회부 기자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문해력이 낮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지난해에는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 때문에 뜬금없는 `사흘` 논란이 벌어졌다. `사흘`을 3일이 아니라 4일로 알고 있었던 네티즌들이 예상보다 많았던 것.

 `당신의 문해력`을 제작한 김지원 EBS 프로듀서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이 긴 글 읽기를 어려워하고 있으며 어휘력이 떨어져 있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그는 "현재 10대들이 다양한 출처의 문서를 읽고 검증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비판적 읽기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특히 `사흘`, `글피`와 같은 어휘를 모르는 세대가 어른이 되면 세대 간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책을 읽기보다는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면 문해력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난 8월 유시민 전 장관이 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 북스` 30회에서 종이책을 읽지 않는 청소년들이 걱정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문명의 도구이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과 기억이 마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이책을 밑줄 그어가면서, 느낌을 기록도 하면 지식이 아닌 지혜를 기를 수 있다. 전 세계가 지금 책을 많이 읽는 나라가 과학도 발전하고 문화도 더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출판 산업 트렌드 보면 읽기 힘든 인문 교양서가 덜 읽힌다"며 걱정했다.

 한편으로는 현재 디지털 문화로 인해 과거 세대가 느꼈을 종이책에 대한 향수를 빼앗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전자책이 없던 시절에는 사람들은 책을 오감으로 느꼈다. 도서관에서 책을 접할 때면 우선 책 냄새가 먼저 각인된다. 또 책을 베개 삼고, 가슴에 품을 수도 있다는 것에서 정서적인 위로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전자책에서는 그런 감성을 찾기 힘들다.

 알릴레오 방송에 손님으로 찾은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청소년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 것과 관련해 정부의 도서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언호 대표는 "지난해 공공도서관 예산 중 책 구입 비용이 1000억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1년 예산이 2500억 원 정도인데, 아무리 하버드대학교가 좋아도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1년 책 예산보다 많은 것은 부끄러워할 일이다"고 개탄했다. 이어 "정부는 개인에게 책 사는 일을 넘기면 안 된다. 우리나라 도서관 관리에 들어가는 예산이 1조 원인데, 책 사는 것은 1000억 밖에 안 된다. 이건 너무 모자란다. 도서관 기능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김언호 대표는 "청소년들이 책을 어려워한다는 의견에 대해 도서관에서 책을 쉽게 풀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문해력 저하와 관련해 기자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철학자 알랭드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라는 책에서는 `지능과 감수성을 발달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단순히 더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오히려 몇 권의 책을 여러 번 속독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아우구스티누스나 단테보다도 이미 더 많은 책을 읽었음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얼마 전 한번 읽고 덮어 두었던 책을 반년 만에 다시 꺼내 읽었는데 깜짝 놀랐다. 그 책 내용의 일부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분히 다시 읽어 보았는데 그제서야 대부분의 내용을 흡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은 3번은 읽어야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책에서 유용한 정보를 습득했더라도 한번 읽고 기록 없이 그대로 덮어버린다면 그 내용은 붕 떠있는 구름과 같아서 기억에서 영영 멀어진다. 이런 환경에서 책을 단순히 많이 읽는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겠는가?

 요즈음 사람들이 많은 독서를 하려고 하는 이유가 새로운 트렌드에 자신을 맞춰가려고 하는 이유가 큰 것 같다. 마치 영화 `레미제라블`이 인기를 얻었다고 해 빅토르위고의 고전을 찾아 읽는 것처럼 말이다. 독서에도 유행과 같은 시의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작가나 인문학 주제를 한 가지라도 더 많이 아는 것이 자신의 교양이나 지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진정한 독서의 고수들은 넓게 퍼진 사회 현상보다 그 이면의 핵심적인 가치를 노련하게 익혀야 한다. 마찬가지로 실용적인 독서도 `다독`이 아닌 `반복`이 중요하다. 그것이 망각의 동물인 인간들이 하나라도 책 내용을 제대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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