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8:37 (목)
가야불교의 흔적 쌍어문
가야불교의 흔적 쌍어문
  • 도명 스님
  • 승인 2021.11.29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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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 정 담 (山寺情談)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인류가 지구의 패권을 쥐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첫 번째는 생각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생각의 발달은 도구와 무기의 활용을 가져왔고 다른 동물과의 생존 경쟁에서 유리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또한 생각의 발달은 인류에게 기억과 학습 그리고 창의성을 가져다주었다. 그 결과 언어와 문자 그리고 상징은 소통의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초기의 소통은 주로 몸짓이나 짧은소리였지만 나중에 인류는 동굴이나 바위에 그림을 그려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그림은 의미를 압축해 문양(文樣) 또는 문자로 발전하였다.

 문자는 일어난 상황이나 개인의 의사를 가장 잘 전달해 주지만 때로는 메시지가 함축된 상징인 문양이 더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해 주기도 한다. 문양은 지금도 국기나 기업의 로고에 쓰이며 잘 활용되고 있다. 월드컵 때 우리나라 응원단인 붉은 악마의 상징인 치우천왕은 전쟁의 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응원단의 결속력과 선수의 사기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가락국기`에도 이러한 문양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그것은 허왕후가 바다로 올 때 그녀의 배에 천기를 휘날렸다는 대목이다. 이때 천기란 꼭두서니 깃발을 말하는데 이는 `꼭두서니 풀잎 모양`을 깃발에 그린 것이다.

 수로왕을 모신 납릉 정문에도 특이한 모양의 문양이 있다. 문양 위쪽은 코끼리를 표현한 것이라 하며 아래쪽에는 물고기 두 마리가 중간에 돌로 쌓은 탑을 향하고 있는 모습인데 흔히 쌍어문(雙魚紋) 또는 쌍어 문양이라고 부른다.

 인도에서 쌍어 문양은 소중한 것을 지키고 보호하는 의미라고 한다. 인도 드라비다 고어(古語)로 물고기를 `가락`이라 하고 드라비다 현대어로는 `가야`라고 하며, 공교롭게도 가락이든 가야든 두 단어 모두 물고기와 관련되어 있다.

 쌍어문은 은하사 대웅전 신중 불단에도 있는데 가야불교 또는 가야와 인도 아요디아의 교류를 알게 해 주는 중요한 문화 코드 중 하나이다.

 허왕후의 고향인 인도 아요디아에서는 지금도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이 쌍어문이며 관공서나 행정 서류 또는 오래된 건물 등 시내 곳곳에서 쌍어문을 볼 수 있다.

 김해 시내도 다니다 보면 가로등이나 다리 등 곳곳에서 쌍어 문양의 조형물을 만나는데 오래전부터 김해에 내려오던 상징적인 문양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아요디아와의 교류를 기념하기 위한 시의 문화 정책인 듯하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김병모 명예교수는 젊은 시절부터 수십 년간 허왕후 도래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 여러 번 인도와 옛 수메르 제국이었던 아랍 여러 나라를 탐방하였다.

 쌍어가 아요디아와 가야의 연결 코드임을 최초로 밝힌 이는 아동문학가이자 향토사학자였던 이종기 선생이었으나 쌍어의 비밀을 학술적으로 규명한 이는 김병모 교수이다.

 김 교수는 허왕후 일족이 정치적인 변란으로 인하여 인도 아요디아에서 중국의 안악현(安岳縣) 보주(普州)로 이동하여 정착하였다고 보았으며 쌍어는 국가의 문장(紋章)으로 함께 이동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주 지방 허씨 사당이나 허황옥의 전설이 있는 신정(神井)이란 우물에서도 쌍어문을 찾아내어 `허왕후 보주 도래설`의 주요한 근거 중 하나로 삼기도 하였다. 김 교수는 수메르 제국에서 기원한 쌍어문이 아요디아로 전해졌고, 중국 보주를 거쳐서 허왕후가 올 때 가야에까지 온 것으로 보았다.

 고대 인도에서는 쌍어가 소중한 것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는데 가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은하사 회주 대성 큰스님은 "쌍어가 은하사 대웅전 불단 아래에 조각된 것은 부처님이라는 신앙의 대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납릉 정문에 그려진 탑을 보호하는 두 마리 물고기도 허왕후가 험한 바다를 안전하게 항해하기 위해 싣고 온 불교 상징물인 불사리(佛舍利)탑을 보호하는 형상으로 추측된다. 김해 김씨 종친들은 납릉 정문의 쌍어를 신어(神魚)라고도 부르며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가야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납릉의 정문의 문양을 보면 중앙에 활 두 개가 그려져 있는데 인도 고대의 서사시 `라마야나`에는 아요디아가 고향인 영웅 라마가 활의 명수로 등장한다. 이런 점에서 아요디아, 라마, 활 사이에도 어떤 연결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쌍어를 비롯한 이러한 문양들은 가야의 성격을 드러내는 문화 코드 중 하나이며 차후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리라 본다.

 문양을 통해 가야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준 김병모 교수님을 일주일 전 한 포럼에서 영상으로 뵈었고, 학문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 건강하시길 기원하며 직접 뵙고 좀 더 자세히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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