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7:48 (수)
“코로나로 힘든 시기, 저보다 더 어려운 이웃 도울 때 힘이 나죠”
“코로나로 힘든 시기, 저보다 더 어려운 이웃 도울 때 힘이 나죠”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1.11.28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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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황윤하 씨 오태식해바라기치킨 창원대점
오태식해바라기치킨 창원대점 황윤하 씨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오태식해바라기치킨 창원대점 황윤하 씨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창원 장애인단체 2곳 치킨 후원
고2 때 어머니 여의고 방황 겪어
아버지 따라나선 봉사활동에서
새로운 활력과 삶의 계기 찾아
23살 코로나로 힘든 시기 창업
이웃 도울 수 있어서 감사할 뿐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본인도 여유롭지 않은 형편에서 더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19 시국에 호기롭게 치킨집 창업에 도전한 청년은 문을 열자마자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로 매출이 줄었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남는 이윤으로 장애인 단체 아동과 학생들에게 정기 후원을 하면서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이가 있다.

 지난 23일 오후 창원대학교 앞 우영프라자 1층 오태식해바라기치킨에서 황윤하(24) 씨를 찾았다. 배달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그는 홀에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20분 뒤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의 선행에 대해 물었다.

 황윤하 씨는 현재 창원 북면 바른손어린이집(장애 영유아 대상)과 마산 합성동 파란들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센터에 치킨과 음료 등을 한 달에 한번 제공하고 있었다. 그는 말 그대로 ‘입에 풀칠만 하고 산다’면서도 힘든 시기에 이렇게 생활할 수 있고, 소소하게나마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여력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저처럼 몸이 멀쩡한데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인데, 그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제가 후원해준 치킨을 먹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보람차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는 올해 초 21살 청년이 창원 상인들에게 생활비와 음식을 상습적으로 빌리고 다녀 문제가 됐던 외상남 사연 주인공에게도 도움을 줬던 기억도 있었다.

 “저도 어린 시절 그 청년처럼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기에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조금 나이가 들어보니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됐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 청년이 학업과 일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오태식해바라기치킨 창원대점 황윤하 씨는 창원 소재 장애인 단체 2곳에 정기적으로 치킨과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오태식해바라기치킨 창원대점 황윤하 씨는 창원 소재 장애인 단체 2곳에 정기적으로 치킨과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 어떤 이유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됐던 걸까. 선행의 계기를 묻자 황윤하 씨는 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들려주었다.

 여느 중학생들처럼 잔잔했던 일상에 파도가 일기 시작한 것은 그의 어머니가 뇌종양 진단을 받으면서 부터다. 어머니는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장기간 치료를 받았고, 가족들도 그의 곁을 지키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병원비와 간병인 비용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당시 황씨는 아버지의 바쁜 회사일과 친형의 군대 시기와 맞물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는 방황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어린 나이에 돈을 벌어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가족들의 애씀에도 그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어머니는 결국 뇌종양 재발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영업 일로 바빠 집안을 잘 돌보지 못했고, 행여나 자식들이 어긋날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은 계속해 나갔다. 그가 처음 장애인 단체들과 연을 맺은 것도 아버지의 봉사활동에 따라나서면서부터였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이 전달됐던 걸까. 공부에 흥미가 없었던 아들은 마음을 다잡고 돈을 모아 창업에 나섰다. 치킨집을 하게 된 계기도 오랜 아르바이트의 경험을 살린 것이다. 개업한 지 딱 일 년이 됐다는 어린 사장은 주방과 홀을 넘나들고, 시간 날 때마다 배달까지 하고 있었다.

 어려운 장애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모두 주변 사람들 덕이라며 연신 감사함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그의 착한 성정을 느낄 수 있었다. 치킨집을 많이 찾는다는 창원대 학생들, 월세를 깎아준 임대주, 결석이 잦던 중학생 시절 집에까지 와서 학교로 태워간 은사님, 아버지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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