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51 (금)
가을 타기
가을 타기
  • 박지숙
  • 승인 2021.11.28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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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유니시티코리아 사파이어
박지숙 유니시티코리아 사파이어

 시몬,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프랑스 시인 구르몽의 시구가 오른다. 아직 가을인가 보다. 울긋불긋 산에도 거리에도 낙엽들이 이리저리 깔려있다. 노랑은 노랑이고, 빨강은 빨강이다. 자신의 색이 분명하다. 거침없다. 쫙쫙 펴져 있다가 떨어질 때쯤이면 살짝 오그라든다. 떨어져서 부스럭거린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어디로 가는 걸까? 낙엽은. 올해 나의 낙엽은 유난히 아름답다. 나이 들어서 좋은 것도 있네 싶다.

 고개를 들어 보라. 눈부시게 청명한 하늘에 하양 구름이 떠다닌다. 구름은 흩어졌다 모였다.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린다. 올려다보는 사람들 마음대로 구름 그림을 해석하면 된다. 정답이 없으니.

 잠깐! 눈을 감고 바람의 소리를 들어보자. 여름을 잊지 못한 뜨거운 햇살 아래 빙정이 묻은 듯 차가운 바람이 볼에 닿는다. 살아 있음이 느껴진다. "소원을 말해봐" 속삭이는 듯하다.

 땅에 닿을 듯한 긴 바바리를 장롱에서 꺼내 입는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함께하니 참 매력적이다 싶다. 가을 자연의 소리를 듣는 사이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아, 외롭다. 옆구리가 시리다." 유난히 가을 축제가 많다. 음악, 그림, 춤, 음식, 불꽃 등으로 감성에 빠진다. 각자의 모습으로 가을 타기를 한다.

 여태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의 여파로 2년 넘게 거리두기가 진행 중이다. 만나서 손을 잡기도, 주제 없는 수다 떨기도 조심스럽다.

 사람들은 여느 때보다 더 외로운 가을을 맞았다. 잠시라도 가을 자연의 소리를 듣고 축제를 즐기면서 가을 타기 해 보면 어떨까? 외로움의 섬에 잠시 머물면 행복의 물줄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줄 안다. 외로움을 모르는 사람은 가을의 낙엽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외로움을 오래 묻어두면 병이 된다. 외로움도 바깥으로 향하는 외로움이어야 한다. 마음의 문을 꼭 잠가 놓고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속으로 더 들어가면 안 된다. 이번 가을에 잠시 외로움 앓이를 하면 겨울을 더 따뜻하게 맞을 수도 있다.

 깊어 가는 가을을 누려보자. 외로움을 더 외롭게 맞닥뜨려 마지막 낙엽 밟는 소리를 가슴에 그려두자. 올가을이 준 외로움을 깔고 계절의 속살까지 누렸으니 낙엽 소리는 행복한 멜로디가 돼 오는 겨울로 안내하리라. 차가운 겨울이 아닌 따뜻한 겨울이 되리라. 외로움의 반대는 성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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