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마음은 시속 25㎞ 구간입니다
현재 우리 마음은 시속 25㎞ 구간입니다
  • 이예담 기자
  • 승인 2021.11.25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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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담 편집부 기자
이예담 편집부 기자

 현대인은 일주일 중 3분의 2를 보통 업무로 시간을 쓰곤 한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 익숙해지며 덤으로 얻은 피로감을 굳은살처럼 달고 다니며 무거워진 하루하루를 보내기 바쁘다. 정신없이 분주한 와중에도 얽혀 있는 여러 관계와 주어진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해내기 위해 눈 떠 있는 동안 긴장감 속에서 살고 있는 만능 기계들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모처럼 맞은 평화로운 주말에도 평일에 쌓였던 피로감으로 몸져눕기 급급하기만 하다. 더구나 훌쩍 다가온 겨울에 시린 몸을 이불 속에 가둬두고 잠을 청하는 시간까지 평소보다 길어졌다.

 코로나19 핑계로 몸과 마음마저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요즘, 일상의 큰 변화, 힐링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같은 장면만 반복하는 러닝타임에 지쳐버린 현대인들은 이불 밖을 나서 새로움을 찾기 위해 특색있는 관광지를 찾아가고 `물멍` 혹은 `불멍`과 같이 노지 캠핑을 즐기며 억지로나마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기도 한다. 또한 타 지역 한 달 살기와 같이 일상 탈피를 통해 생애 짧은 일탈을 만끽하기도 한다.

 왜 이렇게, 우리는 일상 속 환기에 집착하며 힐링 얻기에 노력하게 된 걸까.

 필자는 귀중한 주말에 시간을 내서 찾아가고 싶은 장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서점`이라 답하고 싶다. 현대 사회 필수템 `휴대폰` 혹은 `전자책 리더기`로 손쉽게 어디서든 읽을 수 있지만 평소 머무는 공간이 아닌 타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공기에 섞이며 환기를 얻고 싶은 이유가 크기 때문이다.

 서점을 갈 때마다 늘 베스트ㆍ스테디셀러 칸을 둘러보곤 한다. 주간마다 바뀌는 책들 사이에서 변하지 않고 꿋꿋이 매대에 자리 잡고 있는 책이 있는데 바로 `인간관계` 관련 도서다. 김재식의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레몬심리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손힘찬의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등 모두 저자 스타일을 담은 `삶과 관련된 관계 처방전`을 주제로 한 얘기다. 뿐만 아니라 각종 SNS,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타고 볼 수 있는 `관계` 관련 조언, 상담, 짧은 문구 등의 콘텐츠는 하루가 다르게 조회 수와 좋아요가 수직 상향하고 있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꾸준히 이러한 콘텐츠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 또한 콘텐츠 `좋아요`와 공유에 한몫한 사람으로서 원인을 짚어보자면 `관계`는 현대인들이 다분히 겪는 고충, 스트레스의 주요 요인이라고도 한다. 대답하기 싫은 카톡, 월화수목금금금 같은 휴식 없는 업무 무더기, 원치 않는 회식 자리, 주말에 찾아온 업무 연락, 어색한 상황에서 입꼬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 등 우린 불편한 관계 덩굴에 얽혀있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에서 지난 9월,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일상생활 속 스트레스 인식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2명 중 1명이 일상 속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꼴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특히 20~30대는 절반에 해당하는 정도의 수치 50~54%를 차지하고 있다. 즉슨 청년세대 현재 삶이 그렇게 수월하지 못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중 직장생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38.5%,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28.6%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는 우리에게 익숙한 명제인 만큼, 하루 청년 36명꼴로 세상을 등지고 있다. 40대 이상 고령층 자살률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나 청년들은 감소세에서 이탈한 것이다. 이처럼 이들의 정신건강은 감히 `위험 수준`이라 말하고 싶다.

 같은 청년의 입장으로서, 늘상 부딪히는 `관계 어려움`을 간단하지만, 매일 마주하며 밟는 인도에 비유하고 싶다. 몇 걸음을 걷는지 정해진 건 없지만, 그 안에서 힘을 빼고 걸어도 또는 빠른 속도로 달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빨리 도착해서 힘든 몸이 먼저인지, 뿌듯한 마음이 먼저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우린 이처럼 수없이 많은 갈림길에 놓여져 있는 삶을 지내고 있다.

 인도와 달리 도로교통법이 정해져 있는 도로에서는 서로 배려하며, 신호를 지켜야 한다. 속도제한 구간을 준수하며 많은 사람을 스치고 지나가며 도착지에 다다르게 된다.

 각자 어느 상황에서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역할과 책임감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간은 부족해지고 있다. 수많은 짐을 얹고 달리는 화물차가 레이싱카처럼 질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자에게 주어진 `나만의 시속`을 정해놓고 가끔은 힘을 빼고 서행해보는 건 어떨까. 완벽하지 않고 빈틈이 보여도 엉켜 찌르는 구석 없는 관계가 많아져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길 바란다. 우리 관계에는 늘 교통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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