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7:34 (화)
밀양 얼음골 사과 농촌 일손돕기
밀양 얼음골 사과 농촌 일손돕기
  • 김병기
  • 승인 2021.11.25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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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김해시 내외동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
김병기 김해시 내외동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

많은 농가들 인력 부족 골머리
먼저 도움 손길 행복한 실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춤했던 일상에 오랜만에 조심스럽게 추진한 자매결연도시 밀양으로 지난 19일 농촌 일손 돕기를 다녀왔었다. 밀양과의 인연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이어져 왔다. 밀양시 교동주민자치위원회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에 우리는 좀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코로나 감염 우려에 시행을 앞두고 실무진 사이에 몇 차례 논의를 이어온 사과 농촌 일손 돕기에 나섰다. 각자 방역 수칙만 잘 지켜서 농촌 일손을 돕자는 공감에 최소한의 인원으로 보람된 알찬 시간을 갖자며 행사를 준비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11월 초즈음 돌파감염으로 인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난 추세라 더 우려했는지도 모른다.

 출발 9시, 대성동고분박물관 주차장에 모여든 주민자치위원들과 통장단 임원들이 일사불란한 점호를 하고는 정시에 밀양 산내면 얼음골 사과밭으로 향했다. "이거 몇 년 만에 타보는 관광버스인지를 모르겠다."는 A 주민자치위원의 푸념 서린 기대감을 뒤로하고, 언제나 세련미 넘치는 미스코리아 뺨치는 류재숙 주민자치위원장께서 한 말씀 하신다. "우리가 존경하는 성인에는 공자ㆍ맹자ㆍ순자ㆍ노자가 있지만, 더욱 존중해야 할 것은 웃자이고, 웃자 보다 존중할 것은 함께 하자"라는 말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 얼마나 유머스럽고 멋진 말이던가.

 내외동에서 정년을 맞이하고 싶다는 능력 있는 팔방미인 조정현 동장께서도 어려운 행사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다 주민자치위원과의 소통으로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며 주민의 가려운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겠다는 당찬 포부에다 부족한 농촌 일손돕기에 나서게 됨을 보람으로 느낀다며 설렘을 표출한다.

 얼음골 기온이 김해보다 2~3도 낮기에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 할 것이라는 안내에 다들 옷을 야무지게 여며입고 최종 목적지인 사과밭에 도착했다. 모처럼 봉사활동에 평소 불우한 이웃을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김재윤 고문 내외분께서 하루 전에 밀양으로 와 자고 새벽밥 먹고 사과밭에 미리 도착해서 사과를 따고 계셨다. "사과를 많이 따 주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꼭지가 떨어지지 않게 따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조심해서 사과를 잡고 위쪽으로 당기면 자연스럽게 꼭지가 붙은 상태로 따는 것을 직접 시범해 보이셨다.

 10시에 사과밭에 도착해 12시까지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 향기에 듬뿍 취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부지런히 사과를 땄다. 낮은 쪽은 키 작은 사람이 몫이고 높은 쪽은 사다리 놓고 올라가 곡예를 부렸다. 한참을 따다 보니 목이 마른 지 "새가 쪼아 먹은 사과는 상품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먹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한 입 베어 먹고 하자면서 잠시 같이 쉴 것을 제안했다. 나도 마침 목이 마른 터라 울고 싶을 때 뺨 맞는 기분에 동참했는데, 아뿔싸! 일은 안 하고 사과만 먹는다던 B주민자치위원의 사진 찍기에 파안대소다.

 초등학교 때 칠판에 들뜬 사람 누가라더니 그래도 좋다며 껍질을 대충 옷에다 문지르고 구슬땀 흘려 먹는 사과 맛이 아주 일품이다. 코로나로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비우고는 투입된 만평 규모의 사과밭 곳곳에 사과를 가득 담은 박스가 줄줄이 서고, 그 많던 사과는 나무 잎사귀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얼음골의 해는 금방 졌다. 모처럼 기분 나게 일손을 도와서 좋고 판로가 걱정인 사과 200박스를 사준 것에 모두가 좋아한다. 돌아오는 길, 관광버스에서 무슨 노래를 부를지 고민했는데, 노래보다 땀방울이 좋았고 함께해서 더 좋았다는데 큰 박수를 보낸다.

 현재 수많은 농가들이 농번기를 맞이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일손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이런 안타까운 마음들이 한데 모이고 모여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손을 내민다면 그 손이 나에게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방역에 힘을 합쳐야 할 때다. 마주 잡은 손을 놓지 말고 함께 앞으로의 행복한 앞날을 위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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