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22:37 (토)
마음을 사는 리더
마음을 사는 리더
  • 하성재
  • 승인 2021.11.2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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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사기>에 `연저지인`이라는 고사(故事)가 나온다. 장군이 부하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의미로, 위(魏)나라 문후(文侯) 시대 `오기(吳起)` 장군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장군의 신분이었음에도 병사들과 똑같은 생활을 했다. 의복이나 식사도 일반 병사와 똑같았으며, 군을 지휘할 때도 말을 타고 다니지 않았다. 심지어 병사들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것을 보면, 언제나 달려가서 그 짐을 함께 져주었다. 그는 "아랫사람을 극진히 사랑해야 그들의 충성을 얻는다"고 믿었다.

 어느 날 오기가 군을 시찰하던 중, 종기로 고생하는 한 병사를 만났다. 오기는 그 병사와 종기의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기야 그를 치료하기 위해 그 종기를 입으로 빨아주었다. 이 소식이 그 병사의 어미에게까지 퍼졌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그 어머니의 반응은 사뭇 이상했다. 아들을 치료해 준 장군에 대해 감사하거나, 기뻐하기보다는 오히려 통곡하며 울었던 것이다. 이에 주변 사람들은 "지체 높은 장군이 종기를 빨아 치료해줬다면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야 할 터인데 왠 통곡인가?"라고 했다. 그러자 그 병사의 어머니는 "지난 번에도 오 장군이 내 남편의 종기를 빨아주더니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죽음을 당했소. 그런데 이번에는 내 아들을 종기를 빨아주었다고 하오. 지아비도 목숨을 걸고 오 장군을 위해 싸웠는데, 하물며 아들놈이야 오죽하겠소." 결국 오기가 위나라 최고의 장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며 싸워주는 병사들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유명한 미래학자인 존 네이비스트는 언론사와의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파트너십입니다." 즉, 전통적 `리더십`의 주요한 개념이 주로 `이끄는(lead)` 것과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 21세기 사회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조직의 목적을 이뤄가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는 것이다.

 `리더십의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리더 자신이다.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람도 리더이고, 조직이나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준비되어야 할 사람도 리더 자신이다. 지나간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이렇게 잘 준비된 리더들이었다. 하지만 `파트너십의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리더가 아니라 조직원들이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원들의 역량과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항상 조직원들이 잘 준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물론 전통적인 리더십을 구시대적 유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파트너십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먼저 리더십을 갖춘 리더가 되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파트너십 또한 리더십의 한 유형이다. 그러나 무슨 목적으로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갖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세워주기 위해서인가 하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만일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원한다면, 리더십을 발휘하건 파트너십을 발휘하건 간에, 그 목표를 이루도록 돕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존 네이비스트는 "하이테크 시대에는 하이터치로 승부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이 `하이터치`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사람들은 결코 거짓된 행위나 뻔히 들여다보이는 술수에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 어떤 피치 못할 조건 때문에 그 사람의 명령에 움직일 수는 있다. 그러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실함이라는 재료가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진실함이란 `Truth(진실)`와 `Integrity(일관성)` 둘 다를 포함한다. 즉,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동기 면에서도 진실해야 하고, 행동의 일관성을 통해서도 진실함이 증명되어야만 한다. 이 둘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결핍된다면, 결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위나라의 병사들이 오기(吳起) 장군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던 것은, 진심으로 병사들을 위하는 오기 장군의 마음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눈에 보여진 장군의 일관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이처럼 마음과 행동의 진실함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세워주고, 그들의 능력과 역량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히 마음을 사는 리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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