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53 (금)
행복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 백미늠
  • 승인 2021.11.2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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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늠 시인
백미늠 시인

행복 기준 개인ㆍ시대마다 달라
결혼ㆍ자녀관도 크게 바뀌어
여전히 행복 순간 가족서 발견

 늦가을의 정취로 고즈넉한 계절이다. 푸르고 깨끗한 하늘과 밝고 환한 햇살, 나무들은 고운 빛깔로 물들어 조명을 켠 듯 환하다. 좋은 기후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지난 주말이었다. 84세 친정엄마 생신을 앞두고 다섯 딸들이 엄마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하루 밤을 같이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노모의 건강이 해마다 나빠지고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엄마랑 보내는 시간을 자주 갖자는 큰언니의 말에 모두 공감하고 동의했다. 잠자리가 바뀌어 불편했지만 거실에 이불을 깔고 덮고 허물없이 떠들며 웃고 울었다.

 더 이상 나눌 이야기가 없고 졸음이 몰려올 때쯤 큰언니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서로 말해 보자고 했다. 딸 다섯을 낳고 아들을 낳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노라고 엄마가 망설임 없이 답을 하셨다. 당신이 정말 아들을 낳았는지 믿어지지 않아 자다가도 일어나 기저귀를 벗겨 보고 덮고 했다고 한다. 큰언니는 아들이 과학고에 합격했을 때라고 했다.

 그 아들은 카이스트 대학을 조기 졸업을 하고 물리학 박사로 국내 최고의 기업 IT 연구원이다. 둘째 언니는 형부가 대학 재단과의 오랜 재판 끝에 승소해 교수직에 복귀했을 때라고 했고 셋째 언니는 결혼 7년 만에 낳은 쌍둥이 딸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며 육아에 전념하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여동생은 아들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나 역시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중학생이던 아들이 새벽에 일어나 교복으로 갈아입고 예습을 마치고 독서를 하다가 등교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시간이었다. 아들은 동아일보 `성적 향상기`에 주인공으로 크게 실렸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회고하던 엄마와 다섯 자매의 표정은 맑고 환하게 변해 있었고 행복을 말하는 순간 지나온 모든 시간이 행복으로 바뀌었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즐거운 순간이 반복되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정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행복하다는 사람, 가족과 잘 지내는 것, 좋은 일이나 나쁜 일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시대상황이 급속하게 변하면서 결혼관과 자녀관도 많이 변했다. 비혼 주의와 자녀 없는 결혼생활을 지향하는 부부도 많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여전히 가족과 자녀에게서 발견되고 있고 자녀를 양육하면서 좋은 성품으로 다듬어지고 변화되고 완성되어짐을 안다.

 젊은이들이여!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이여! 두려워하지 말고 염려하지 말고 부모가 되어 보시라!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인생의 완성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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