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겅 계곡 따라 산을 오른다
허리를 내어주는 이
등을 내어 주는 이
어떤 이는 정수리를 내어준다
밟고 가란다
지난주도 밟고 갔던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
발길이 닿을 때마다
온몸을 얼마나 움츠렸을까
미안하여
미안하여
바로 옆 흙길을 갈까하여 나무선 길을 잡으려 한다
나무뿌리들이 바르르 떤다
굳은살이 박힌 뿌리
살점이 떨어져 나간 뿌리
저들끼리 속삭인다
괜찮아 괜찮아
저이의 발길은 조심성이 있더라
옆에 있던 굴참나무 뿌리가 제 친구에게 속삭인다
나도 잎새 마냥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안심하라고
돌아오는 길에 돌탑 하나를 올린다
감사하다고
덕분이라고
시인 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주말마다 등산길 오르며 계곡 따라 너덜겅을 걷는다. 크고 작은 바위들을 밟으며 걷는다
그럴 때마다 그 바위들과 그 돌들에 미안하였다. 때로는 나무뿌리를 밟는 때도 있다. 자신의 허리면 허리 정수리면 정수리를 묵묵히 내어주는 것이 고맙고 미안하였다. 우리는 늘 자연의 도움이든 남의 도움이든 받으며 살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한 것처럼 누리면서 말이다. 배려와 사랑,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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