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14 (금)
겨울과 함께 자신을 돌아본다
겨울과 함께 자신을 돌아본다
  • 영묵스님
  • 승인 2021.11.14 23: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묵스님 사회복지학 박사
영묵스님 사회복지학 박사

 겨울은 모든 것을 뿌리로 돌아가게 하는 시기다.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날들을 잠재우고 자숙과 반성과 침묵으로 의미를 더하는 날인 것 같다. 그동안 걸쳤던 얼마쯤의 허세와 위선의 탈을 모두 벗어 버리고 자신 속의 분수와 속 얼굴을 내다볼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알맹이 하나 걸치지 않은 그야말로 진실한 모습 속에 스스로가 볼 수 있어 자신이 되어보는 계절을 만들자.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치장으로 자신을 잃은 채 살아왔는가? 허둥지둥 앞만 보며 달려온 세월 속에 가늠할 수 없는 미래는 예측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래도 잠깐이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삶에 찌들어 지나온 흔적조차 뒤돌아볼 여유 없는 오염의 현실에서 자연이 주는 참다운 소리에 귀기울여 보자. 내가 살아온 흔적 속에서 하나의 발자국이 어지럽히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보며 걸음마다 남긴 발자국은 제대로 걸어왔는지, 흐트러진 내 모습의 춤추듯 갈팡질팡 걷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자. 자신의 모습에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의미를 찾아보자. 가끔은 허공에 귀를 열어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봄으로 자신의 허영 속에 갇힌 분수와 속내면 깊이 얼굴을 내다볼 수 있는 겨울이 되어보자. 많은 것을 일깨워 주고 때론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 덕분에 숨을 쉬며 사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된다. 모든 것이 자유로워지면 세상의 문도 더 넓고 크게 활짝 열리는 혜안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본다. 꽃은 필 때도 아름답지만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하듯이 자신을 볼 때 결코 비굴함 없는 모습이 돼야 한다. 결코, 인정하기 어려운 일도 있을 것이다. 그 어느 하나 답 없는 답 속에 또 답을 원하기도 한다. 내가 순간순간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순간순간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모든 것은 불멸의 원칙 속에 생로병사는 변함없는 가운데 나라고 예외는 없다. 때로 이 현실 속에서 한 번쯤은 이런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든 이는 삶에 대한 현실만 생각하지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세상 누구도 필멸한다는 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살아있다는 그것은 죽음도 의미한다. 그것이 자연이 주는 법칙이다.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아무리 크나큰 빌딩을 가지고 금은보화와 문서를 지녔다 해도 죽음 앞에선 별 볼 일 없다. 때에 따라서는 죽음이란 삶의 끝이며 새로운 세상에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모든 것이 멈추어지듯 조용한 겨울 그 속에는 새로움을 기다리는 희망이다. 우리의 모습, 자신의 모습 속에 앞서간 많은 사람의 흔적을 따라가는 바로 그 모습인 것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할배 2021-11-15 14:38:28
참 힘든때 좋은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