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3:07 (금)
게임처럼 재미있는 지역사회 만들어야
게임처럼 재미있는 지역사회 만들어야
  • 황원식 기자
  • 승인 2021.11.1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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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식 사회부 기자
황원식 사회부 기자

 `창원시티투어버스 타고 떠나는 보물찾기 여행` 이벤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조기 마감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창원의 관광지를 홍보하고, 가족 간 힐링 여행을 제공하기 위해 창원시가 기획한 이 이벤트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진해해양공원에 도착 후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으면 상품을 받는 내용이다. 지난달 열린 `창원시 진해 문화재 야행` 행사에서는 지역 문화재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시민들이 함께 야밤에 문화재 도보 투어를 하기도 했다. 또 최근 새롭게 리모델링된 마산도서관에는 `1318 도서관 마일리지`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이 도서관 이용 시 일정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50점 이상 적립하면 문화상품권을 준다.

 이런 이벤트들이 재미를 주는 이유는 시민들의 행동에 점수와 보상이 주어지는, 게임적인 요소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게임 제작 업체인 `놀공발전소`에서 발간한 `노력금지`라는 책을 보면 `게임이 사람을 유혹하는 것은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의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이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게임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끊임없이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게임 요소를 반영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외로움으로 인한 고독사가 증가하는 사회에서 게임을 통해 시민들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다. 철학자 알랭드보통은 그의 저서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이웃 간 친밀함이 없는 이유가 `공동작업`이 없어서라고 했다. 실제 사회 계층화가 존재하고, 핵가족화돼가는 사회에서 한정된 조건에서 말고는 사람들과 공동작업할 일이 거의 없다.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활성화시킨다면 보이지 않는 계층을 넘어 사람들이 화합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게임은 시민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의미`를 심어줄 수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정신의학자 빅터프랭클(1905~1997)의 지적처럼 우리는 여전히 `무의미`한 시간들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마산도서관의 `1318 도서관 마일리지`가 청소년들의 그저 일상적이었던 도서 대출에 점수라는 의미를 부여해주듯이, 게임 요소가 반영된 이벤트는 시민들의 무료하던 생활에도 어떤 보상을 해줄 수 있다.

 맥도날드에서는 직원에게 어떤 미션을 주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 금색 배지를 옷에 달아준다. 누군가 빠른 시간 안에 햄버거를 만들었다면 그에게 희귀 배지를 주는 것이다. 그 배지는 희소성이 있어서 어떤 직원이 그것을 달고 있다면 주위에서 관심과 감탄을 보낸다. 실제 맥도날드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햄버거 빨리 만들기 대회를 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는 시민들의 일상에 대부분 무관심하다.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에서도 맥도날드사의 섬세하고 창의적 보상 같은 이벤트로 위로를 줄 수 있다면 훨씬 정다운 지역사회가 될 것이다.

 요즘은 경제적인 이유보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실제 지난 8월 발표된 보건복지부 5개년 전국 자살사망 분석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건강 문제가 36.1%로 경제문제 19.5%보다 훨씬 높았다. 헌법에서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정신 건강문제에 개입해야 할 때이다. 게임 요소가 반영된 이벤트가 사람들 정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게임연구소`와 같은 공기관을 만들어 여러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할 게임을 개발하고, 섬세하고 다양한 미션을 주어 점수를 부여하고, 그것이 바우처 형태로 쓰이게 만들어 사회 전체로 영향이 확장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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