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1:07 (화)
메타버스서 꿈꾸는 정치세계
메타버스서 꿈꾸는 정치세계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1.11.11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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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가상세계에는 다른 선택이 있다는 허망한 생각 들어

 3차원 가상세계를 여는 메타버스가 대세다.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혹은 세상을 말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붙어 메타버스가 나왔다. 컴퓨터로 만든 가상공간에서 사람 캐릭터를 넣어 활동하는 메타버스에 자신의 아바타가 없으면 앞으로 큰일날 것처럼 보인다. 소셜미디어 기업이 메타버스에 뛰어들어 새로운 돈줄을 찾으려고 혈안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나와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상상은 신날 일이다. 상상에 머물지 않고 이미 현실에서 작동하면서 젊은 층에서는 인기가 높다. 현실세계에서 못 이룬 꿈을 가상세계에서 완성한다면 행복할지는 미지수지만, 현실에서 못 가진 페라리를 가상세계에서 구입해 타고 다니면 행복할 수도 있다. 현실과 가상이 뒤죽박죽되면 현실 행복이나 가상 행복이나 구분하기가 모호할 테니 말이다.

 메타버스 공간에 집을 만들고 결혼을 하는 게 대세가 되면 현실에서 인구 감소 문제가 더 큰일이다. 젊은이들이 현실에서 가정을 꾸밀 생각을 않고 가상세계에서 결혼 생활을 누리면 보통 일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현실보다 더 가상세계의 결혼생활이 더 재미있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인구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미래의 가상세계가 아름다운 새 세상이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메타버스를 두고 삶의 진정한 목적을 나누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문제는 내년 3, 6월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 쪽이다. 요즘 우리 정치 현실은 너무 팍팍하다. 여야 대선 후보의 비호감이 역대급이라고 한다. 비호감의 역학구도는 여야 지지자가 만들어내는 상대방 죽이기 프레임이 한몫하지만 이래저래 훑어봐도 정을 주기 힘든 구석이 많다. 친근한 대통령은 고사하고 유력 후보들이 뿜어내는 말을 들으면 메타버스 세계의 아바타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 후보가 멀쩡한 국민들 대상으로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단박에 든다. 실재하는 인물이면 차마 저렇게까지 뻔뻔스럽게 말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한숨이 나온다. 가상세계에서 한 정치인을 선택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거짓말 잘하는 캐릭터(가상세계에서는 선택하는 한 특징에 불과)를 투영한 아바타가 설친다고 여기면 위안이 되기도 한다.

 지구상에 자원이 무한하지 않듯이 인력 자원도 무한하지 않다.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실제 경제의 핵심이다. 무한한 공기가 이제는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공기는 유한재(有限材)가 됐다. 탄소 중립을 모든 나라가 목표 안에 성취하지 못하면 훗날 배달되는 공기를 제한적으로 마셔야 할 수도 있다. 국내 최초로 반려견을 위한 공기캔이 국내 최초로 하동에서 나왔다. `지리에어펫`를 마시는 반려견을 생각하면 묘한 느낌이 든다. 애견인이 좋아하면 더 말할 필요가 없는데 반려견에게 기억력과 주의력을 높이기 위해서 좋은 공기를 마시게 한다면 조금은 오버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국민의 삶을 제대로 보듬을 바른 정치인도 무한정 쓸 수 없는 유한재에 속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의 비호감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속앓이를 해도 현재로서는 다른 대체인을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이면서 실제 현실의 격차가 그대로 투영되는 세계일 수 있다. 메타버스는 신세계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현재는 소셜미디어 업계의 상업적 도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메타버스의 접근에서 뒤처지면 현실에 이어 또다시 가상세계에서도 빈궁한 삶을 살 수도 있다. 메타버스의 가능성이 디지털 신세계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정치성장를 위한 초월(Meta)의 영역까지 접근해 주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가상세계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이 만든 대통령을 내세우고, 모든 대통령 가운데 한 명을 뽑아 세운다면 어떨까. 가상세계의 무한한 영역에서 나온 대통령을 현실에서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현재 비호감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는 일은 고역이다. 현실에서 차선책을 뽑는 게 정치의 기술이라고 가르치는데, 가상세계에서는 다른 선택이 있을 것이라는 허망한 생각까지 하게 하는 정치 현실이다. 메타버스의 대세를 타고 정치 신세계를 여는 바람이 거세지기를 바라는 이유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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