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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의 법률칼럼] 형법상 손괴죄에 관한 단상
[김주복의 법률칼럼] 형법상 손괴죄에 관한 단상
  • 경남매일
  • 승인 2021.11.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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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사회가 삭막해지고 인정이 메말라 갈수록 폭력범죄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타인의 신체에 유형력을 가하는 행위는 폭행죄(형법 260조 이하)나 상해죄(형법 257조 이하)로 처벌될 수 있고, 타인의 재산에 유형력을 가하는 행위는 손괴죄(형법 366조 이하)로 처벌 될 수 있다.

 손괴죄는 재물에 대한 소유권의 `이용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재물의 소유권 자체를 침해하는 다른 재물죄와 구별되는데, 형법 제366조(재물손괴 등)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 규정한다.

 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등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데, `타인의 재물`이란 타인 소유의 재물을 말하고, 타인과 공동소유인 재물도 타인의 지분의 범위에서는 타인의 재물에 속한다. 손괴는 반드시 그 물건을 물질적으로 소멸시키는 행위뿐만 아니라 그 물건이 제작된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은닉은 타인의 재물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발견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여 그 재물이 가진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말하고, 기타의 방법은 그 물건의 이용가치를 해하는 행위를 포괄한다. 실무에서는, 문언상 해석이 분명한 손괴나 은닉보다는 `기타 방법`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례가 많다. 그 이유는, 형벌법규의 해석에서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대법원 2002도2363 판결),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으므로(대법원 2017도7687 판결), 형벌법규의 해석은 매우 엄격하고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선고된 의미 있는 대법원판결을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사례는 이렇다. 김씨는 평소 자신이 굴삭기를 주차하던 장소에 이씨가 승용차를 주차해둔 것을 발견하고, 이씨의 차량 앞쪽에는 높이 120㎝ 상당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뒤쪽에는 굴삭기 부품인 크락샤를 가져다 두어 이씨의 차량이 이동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후 이씨는 약 18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의 차량을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씨의 차량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검사는, 김씨의 장애물 설치 행위로 이씨의 차가 일시적으로 그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므로, 형법 제366조에서 정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김씨를 재물손괴죄로 기소했다. 1심법원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는데, 그 이유는 재물손괴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타 방법`이란 손괴나 은닉과 같이 그 물건 자체의 형상, 속성, 구조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는데, 김씨의 행위로 이씨의 차량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 장애가 초래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심법원은, 이씨의 차량에 물질적인 형태의 변경이나 멸실, 감손이 초래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김씨의 장애물 설치 행위로 인해 이씨의 차량은 일시적으로 그 본래의 사용 목적인 `운행`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데, 이는 재물손괴죄에서 정한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벌금 50만 원)했고, 대법원도 2심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두 번째 사례는 이렇다. 박씨는 집에서 아내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밥을 먹는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아내 앞에 놓인 음식에 침을 뱉었다. 아내가 "더럽게 침을 뱉느냐"고 말하자 박씨는 다시 반찬 그릇에 침을 뱉어 아내가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격분한 아내가 112에 신고를 하여 수사가 진행되었고, 검사는 침을 뱉어 아내 소유 음식의 효용 가치가 훼손했다고 보고 박씨를 재물손괴죄로 기소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아내가 먹던 반찬과 찌개 등이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음식에 침을 뱉은 것이 효용가치를 해하였는지 여부였다.

 1심 법원은 `피해자가 준비해 먹던 중인 음식이 피해자 소유가 아닐 리가 없고, 음식에 타인의 침이 섞인 것을 의식한 이상 그 음식의 효용이 손상됐음도 경험칙상 분명하다`고 판단(박씨의 경찰 진술 중 `나도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못 먹었다`고 진술한 점도 음식의 효용이 훼손된 근거로 판단함)하여,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법원과 대법원도 1심법원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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