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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ㆍ허웅 선생 발자취 따라 한글 향기에 젖다
이윤재ㆍ허웅 선생 발자취 따라 한글 향기에 젖다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11.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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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문화체육부 기자
이정민 문화체육부 기자

 "백성 중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끝내 자기 뜻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새로 28자를 만드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일상에서 편하게 쓰도록 하고자 할 따름이다" 이 말은 훈민정음 어제 서문 중의 한 구절이다.

 세종대왕이 반포한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자음 14개, 모음 10개를 조합하면 소리와 감정, 시각적인 표현까지 어떤 언어도 표기할 수 있는 과학적이면서 1962년 국보 제70호,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글자이다.

 한글 창제와 반포는 사실 세상을 바꿀 정도의 위대한 혁명이었지만, 당시 조선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못한 채 긴 세월을 보냈고, 일제강점기엔 말살 위기까지 몰렸지만, 한문학자 주시경 선생 등 조선어학회의 노력으로 현재 편리하게 한글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한글은 정말 우리 민족에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배 중의 보배다. 그런데 너무 쉽고 효율적인 문자여서 그런지 일상생활 중 공기의 존재를 모르고 지내는 것처럼 한글의 위대성과 편리함도 곧잘 잊어버린다. 그리하여 한글날이 아니더라도 평소 쉽게 한글 문화유산의 중요성ㆍ소중함 등을 만나볼 수 있는 박물관이 개관했다.

 지난 9일 김해 출신 한글학자 한뫼 이윤재 선생(1888~1943)과 눈뫼 허웅(1918~2004)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김해한글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 2014년 서울시 국립한글박물관이 존재하고 있지만, 지역 자체의 공립박물관은 최초이다. 박물관은 한글 문화유산을 향유하기 위해 개인ㆍ기관ㆍ문증으로부터 보물 1점과 4000여 점의 유물을 기증받았으며, 대표유물로는 `조선말 큰사전`, `문예독본`을 비롯해 최초의 한글 공문서인 보물 제951호 선조국문유서 등이 있다.

 제1전시실에서는 `한글, 민족을 지키다`라는 제목으로 이윤재 선생의 유품을 주로 선보인다. 이윤재 선생이 집필한 사전 원고를 사위인 김병제 선생이 정리한 `표준조선말사전`(1947)과 최초의 문학 교과서 `문예독본` 등이 전시돼 있다. 이어, 제2전시실은 `한글, 그 정신을 잇다`라는 제목으로 한글 전용 운동, 일본어 잔재 몰아내기 등의 활동에 앞장선 허웅 선생의 육필원고, 만년필 등 허웅 선생의 유족들이 기증한 다양한 유품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기성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1980년대 이전의 책걸상, 칠판 등 옛 교실과 과거 연도별 국어시험을 치고 채점을 통해 성적표까지 받아볼 수 있으며 이윤재ㆍ허웅 선생의 집필 공간 체험 및 생전 영상을 시청하며 글쓰기 등 한글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때 한글을 지키기 위해, 세계화를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한글학자에 대한 감사함과 우리글의 우수성, 진정한 가치를 돌아봐야 한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박물관, 미술관은 위드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거리 두기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적인 한글학자 한뫼 이윤재 선생과 눈뫼 허웅 선생의 고향 김해에서 준비된 `김해한글박물관`을 찾아 한글의 향기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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