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3:34 (토)
노인의 힘이 된 것을 축하한다
노인의 힘이 된 것을 축하한다
  • 김은일
  • 승인 2021.11.09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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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당심과 민심 거꾸로 달린 투표
국민의힘, 정치 변화 수용 못해

 느낌이 매우 좋지 않다. 어차피 결과는 나오게 되어 있고 승자와 패자도 정해지게 되어 있지만 그 내용 면에서 너무나 최악이다. 당심과 민심이 33%나 벌어졌다. 윤석열 후보는 민심에서 11%나 지고도 당심에서 22%를 이겨서 최종 후보가 됐다. 반대로 홍준표 후보는 민심에서 11%나 이기고도 당심에서 참패해 최종 후보가 돼지 못했다. 당심과 민심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당원도 국민이므로 정상적인 투표에서는 당심과 민심이 이렇게 크게 거꾸로 갈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심과 민심의 무게 차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이렇게 괴리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당원 투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원 투표가 당원들의 자유투표가 아니라 특정인을 후보로 만들기 위한 동원 투표, 조직 투표로 진행되었다. 당내 경선도 경쟁이고 동원 투표, 조직 투표도 경쟁의 한 방식이니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당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의사를 수렴해 전달해내는 창구라는 원칙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민심과 당심의 커다란 괴리는 정당의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윤 후보 측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역선택이라고 폄하하면서 민심으로 인정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거꾸로 동원 투표, 조직 투표가 민심인가라고 물으면 아무 대답을 못 할 것이다. 필자는 윤 후보 캠프를 보면서 지난해 4ㆍ15 총선 당시의 미래통합당이 떠오른다고 몇 차례 얘기한 바 있는데, 이렇게 세상 흐름을 못 읽고 골방에 갇혀서 누구처럼 족발에 막걸리나 마시면서 놀다가는 진짜 역풍을 맞을 거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

 그런데 정말 눈여겨보아야 할 현상은 강성 우파로 자타가 공인하는 홍 후보가 2040 젊은 세대로부터의 지지가 높고, 정치 신인이자 입만 열면 중도 타령하는 윤 후보가 젊은 세대로부터 완전히 외면받고 전통 보수층인 6070의 지지에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경선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아도, 20대에서는 홍 후보가 윤 후보에게 6배를 이겼고, 30대는 거의 3배, 40대도 거의 더블스코어를 기록했으며 50대도 홍 후보가 이긴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는 정말 중요한 함의가 있는데, 젊은 세대가 우파 가치에 대해 동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 볼 수 있는 이유는 홍 후보가 선명한 우파적 정치 이념과 정책을 주장하는 유일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젊은이들이 홍 후보의 선명한 우파적 관점의 공약을 진영 논리와는 전혀 무관하게 상식과 이성의 관점에서 수용했다는 사실이다. 진영 논리와 무관하다는 증거는 이들 젊은이들이 한편으로는 국민의힘이라는 보수 정당의 정치행태를 극도로 혐오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이것은 우파의 정치적 이념과 가치가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정치행태와는 완전히 무관하거나 어쩌면 정반대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1987년 6ㆍ29 선언을 가져온 주역들은 그 당시의 2040세대였다. 그때의 젊은 세대들은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 얽매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수십 년간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이 당시의 모습으로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결국 그 에너지가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내었다. 지금 젊은 세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에너지도 같은 맥락에서 움직이고 있다. 큰 변화가 젊은 세대로부터 오는 이유는 이 땅에서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내야 할 세대로서의 간절함이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간절함은 아무 때나 발동되는 것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발동한다.

 이제 1987년 이후 35년 만에 정치 변화의 큰 기회가 찾아왔지만 국민의힘의 그릇으로는 이 에너지를 담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정치 변화를 방해하고 있다.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면밀한 분석을 하기보다는 내가 한 자리 보장받을 후보를 대통령 만드는 데만 골몰하고 있고, 국민의 힘 주류 당원들은 나라의 미래보다는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 시의원, 도의원, 시장, 군수, 도지사로 공천을 받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에 방해가 되면 다 배척하고 제거하려 한다. 돌아보면 국민의 힘은 예전 신한국당 시절부터 진심이었던 적이 없는 정당이다. 단 한 번도 뜨거운 가슴으로 뛴 적이 없었고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선 지금도 끝끝내 잔머리로 사익추구만 일관하고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참고 봐주기 정말 힘든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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