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해, 인간의 양면성 비추다
존속살해, 인간의 양면성 비추다
  • 장예송 기자
  • 승인 2021.11.04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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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송 편집부 기자
장예송 편집부 기자

존속살해란, 자기의 직계존속(부모ㆍ조부모)은 법률상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경우를 뜻한다. 지난 8월 친할머니를 살해한 후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 또한 살해하려 했던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이들의 손자 A군(18)과 B군(16)이었다. 사건 전날부터 계속되는 할머니의 잔소리로부터 화가 난 A군은 동생 B군에게 "할머니 죽일래? 즐기다 자살하는 거지"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A군은 부엌에서 흉기를 꺼내 할머니의 등, 옆구리 부위 등을 찌른 후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를 향해 "할머니 갔는데 할아버지도 같이 갈래?"라며 말했으나 동생 B군이 "할아버지는 놔두자"라고 만류해 미수로 그쳤다.

B군은 범행 과정 중 "칼로 찌를 때 소리가 시끄럽게 나니 창문을 닫아라"는 A군의 말을 듣고 창문을 닫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번 사건 때문에 웹툰을 보지 못해 아쉽다"라고 발언하는 등 생명에 대해 경시하는 태도와 살인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인정돼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보호관찰 명령도 청구한 것으로 전했다. A군과 B군은 부모가 헤어진 뒤 약 9년 전부터 조부모와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범행을 살펴보면 온전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하고 조부모 밑에서 방치된 채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를 살해하고 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 했단 것이 정당화될 수 없는 노릇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이며 인터넷이 많이 발달했다. 이로 인해 각종 미디어에서 표출되는 폭력성 강한 게임ㆍ영화 등이 주변의 제제 없이 노출이 되면서 청소년들의 폭력ㆍ살해 사건들이 늘어나는 듯하다.

이와 반대로 앞서 중병 아버지를 굶겨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아들이었다. 존속살인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그 사건 속엔 비극적인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가해자의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왔던 C씨는 아버지가 뇌출혈에 쓰러진 후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와 생활고에 시달렸다. 가스가 끊기고 월세가 밀린 상황에서 C씨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에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를 테니 그전까지 방에 들어오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에 C씨는 모든걸 포기한 채 아버지가 숨을 거둘 때 까지 방치했다고 전했다. C씨와 앞서 형제의 가정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화목하지 않은 가정과 불우한 유년시절이 닮아있다. 그러나 C씨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밤낮없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듯 자신의 가족을 살해하게 된 이유를 비교했을 때 인간의 양면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단순히 자신의 기분을 언짢게 했단 이유로 9년간 돌봐준 할머니를 무참하게 살해한 형제와 비록 행복한 가정은 아니었으나 생활고에 시달리며 병든 아버지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청년 C씨의 살해가 과연 같다고 볼 수 있을까? 의도는 달랐지만 결과는 살인을 택한 이들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존속살인이라는 사건을 비교했을 때 우리는 이들을 통해 양면성을 엿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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