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0:36 (금)
청춘이여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라
청춘이여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라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1.11.03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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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꿈을 가지는 게 사치가 되지 않도록 해서 꿈이 삶의 한 부분이 되는 유연한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청춘은 불안한 미래 때문에 흔들린다. 아프니까 청춘이지만 취업 벽을 넘지 못하고 흔들리는 청춘을 보면 마음이 안쓰럽다.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결혼을 포기하고 나중에는 인간관계까지 내던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포기하는 숫자를 세지 못해 N포세대까지 상식이 됐다. 꿈을 꾸는 게 되레 이상한 청춘의 우울증은 더 깊어만 간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어떨까? 취업 초년생 10명 가운데 7명이 바늘구멍 같은 취업 문을 뚫은 뒤에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한 달간 만 19∼34세의 청년 15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년 삶의 질 실태조사 결과`에서 나온 대한민국 청년 보고서는 보면 응답자 가운데 26.2%는 결혼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내세우는 이유 대부분은 주거지 마련 어려움과 결혼비용 부담을 꼽았다. 취업을 못 해 아프고 취업을 한 후에도 아픈 청년이 너무 많다.

 청춘은 인생의 가장 젊은 시절이다. 가장 생명력이 넘쳐야 하고 앞으로 펼쳐질 삶을 가슴 두근거리며 맞아야 한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실제 그래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은 누구나 예외 없이 소중하다. 어떤 청춘도 앞날을 보며 허망한 웃음을 짓게 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청춘들에게 손을 불끈 쥐고 하늘에 대고 큰소리칠 수 있는 마당을 열어줘야 한다. 대학생 10명 가운데 6명은 결혼할 의사가 없고 혼밥ㆍ혼술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춘 가운데서도 더 빛나는 때를 누리는 대학생까지 삶을 삐딱하게 보고 스스로 담을 쌓고 자기를 가두고 있다. 세태가 그렇게 흐른다고 몰아붙이기에는 청춘이 너무 아깝다. 이들이 벌써 빚 부담을 지면서 청춘의 생명력까지 사그라뜨리고 있다.

 청춘의 피를 데우는 몫은 국가와 사회에게 있다. 국가가 청춘의 기를 세우지 않으면 그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취업을 위한 마중물인 청년수당을 줘 다리에 힘을 길러줘야 한다. 다양한 지원책으로 청년들에게 미래를 설계하는 단단한 체력을 길러줘야 한다. 청년에게 `포기`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희망`을 들려줘야 한다. 사회를 끝간데 없는 경쟁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 사회에 공유의 틀을 마련하고 그 틀 안에서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흙수저의 눈물이 없게, 전 사회를 평평한 운동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꿈을 가지는 게 사치가 되지 않도록 해서 꿈이 삶의 한 부분이 되는 유연한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인구 고령화가 노동수급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고령화로 우리나라가 이르면 10년 후부터 본격적인 노동력감소 문제에 직면한다. 오는 2050년 경제활동인구는 현재보다 13%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력 부족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추지 않아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청춘은 흔들리고 고령사회의 노동력 부족 문제는 닥쳐온다. 청춘이 흔들리지 않아야 우리나라 미래가 흔들리지 않는다.

 예전 고교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 첫 부분.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과 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라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너무나 많이 읽어 외울 뻔한 괜찮은 문장들. 그 당시 고교생들은 이 글을 읽고 청춘의 피가 끓을 걸 확인했다. 요즘 청춘은 끓는 피를 혈관에 채우기는 고사하고 아예 힘을 못 쓴다

 인생의 황금시대에 서 있는 청춘들 앞에 희망의 주단을 까는 역할을 하는 우리 사회와 국가가 강해야 한다. 청년수당은 만능이 아니다. 건강한 사회는 돈을 부어서 만들 수는 없다. 사회 지도자가 사회의 공정한 틀을 만들고 정치 지도자가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잘 설계해야 한다. 청춘이 아파하는 책임을 지도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공정이 무너지는 소리를 최근 몇 년 동안 숱하게 들었다. 이 또한 청춘이 필요 없이 아파하고 흔들리게 만들었다. 편협한 정치 논리까지 청춘에 상처를 주고 있으니 청춘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힘이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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