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7:20 (금)
권력과 인간의 역사
권력과 인간의 역사
  • 류한열 기자
  • 승인 2021.11.02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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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정치권력 쟁취 위해 암투하고 추한 과거 덮어야
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인간이 권력을 잡으려는 욕구는 인류사와 함께한다. 어느 나라할 것 없이 권력 쟁투가 역사의 전 페이지를 점철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권력을 지향하는 속성은 자연스럽고 권력의 쥔 자에 의해 역사는 빈틈없이 채워져 오늘까지 왔다. 우리나라 노론 권력 300년을 들춰보면 여러 명의 임금이 노론에 맞서 독살됐다. 노론은 반정을 일으키면서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일본 제국주의에 나라를 팔아먹어도 사악한 명분을 붙였다. 권력을 잡으면 스스로 내놓는 법은 없다. 권력과 인간은 원초적으로 같이 작동하기 때문에 권력을 내놓은 것을 죽음으로 생각한다.

 문재인 정권 초기에 20년 집권론이 흘러나온 것은 자연스럽다. 9년 만에 다시 찾은 진보 권력의 향기는 초기에 진동했을 터이고 보수 권력을 궤멸시키고 얻은 권력은 더더욱 소중했을 게 분명하다. 다시 정권을 뺏겨서는 안 되는 이유를 겉으로 번드르르하게 치장해도 속으로는 권력 자체의 달콤함 때문에 심지어 100년 집권까지 꿈꾸는 허무맹랑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권력 자체의 강력한 빛은 불의와 상식을 벗어나도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권력의 속성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은 권력에 환멸을 느낄 수 있지만 권력에 취한 사람은 권력의 원래 속성을 들먹이며 양심을 내팽개친다. 혜경궁 홍씨가 뒤주에서 죽은 남편 사도세자의 언행을 기록한 `한중록`의 진실에 토를 다는 사람이 많다. 영특한 사도세자가 노론의 권력 유지에 필요한 희생양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찮다. 혜경궁 홍씨의 친정아버지가 노론의 거두인 홍봉한이다. 사도세자가 미치광이 짓을 해 아버지 영조의 미움을 사 뒤주에 들어간 게 아니고, 사도세자의 살인 설계는 노론이 하고 실행은 홍봉한이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당시 역사를 꼼꼼하게 챙겨보면 사도세자를 권력 쟁투의 희생양으로 보아도 터무니없지 않다. 정치권력의 변곡점에서는 설계자가 있고 실행자가 있다. 이 또한 추악한 권력의 속성에 맞대 보면 별로 눈을 크게 뜰 일도 아니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선 이재명 후보가 나섰고 제1 야당 은 후보를 오는 5일 결정한다. 권력을 잡으려는 후보의 어두운 과거 행적을 보거나 후보가 되기 위해 거침없는 말과 행동을 보면서 비호감이 쌓여가고 있다. 혹시 강력한 비호감을 보이는 후보가 대권을 쥐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주의 시대에 권력의 최정점에 설 사람을 뽑는 선거는 만능은 아니다. 유권자의 마음을 가장 많이 얻은 후보가 대권을 잡는다. 이 대목에서 국익보다 당익이 우선한다. 후보로 결정 나면 당익에 따라 당 후보를 무조건 밀어야 한다. 후보가 경제 정의를 무너뜨린 설계자라 해도 상관없다. 당익을 위하고 권력 연속성을 목숨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권력과 인간의 역사는 밝은 쪽보다 어두운 쪽으로 기운다. 역사를 권력의 흐름으로만 추적하는데 브레이크를 걸 사람도 많다. 1513년에 나온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강력한 군주의 역할과 통치 기술을 다뤘다. 당시 왕들이 박수하면서 읽었을 책이다. 군주는 반인반마(半人半馬)와 같이 인간과 동물의 본성을 겸비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군주의 냉혹함과 비인간성이 필요하다고 직시한다. 권력은 동물성이 있어야 취하고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권력은 정의를 담지 못한다. 왕조 시대는 물론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통하는 명제다. 거대한 정치권력을 만들기 위해 온갖 암투가 자행하고 추악한 과거를 거짓으로 또한 묻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겪을 동안 민초들은 괴롭다. 권력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은 권력 획득 과정에서 그래도 선한 구석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는 권력과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되새기며 시간을 때워야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천억 원의 돈을 개인 몇 명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게 한 개발 사업의 설계자가 대통령 후보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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