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일기
코로나 시대의 일기
  • 이은정
  • 승인 2021.10.27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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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비대면 시대에 더 꽃 피울까

생명 숨소리 없는 회색 들판 감성 못느껴

앞으로 글에 따뜻함ㆍ새로움 담길 희망
이은정 수필가
이은정 수필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신나고 멋진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지금 우리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위험하고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 집 밖은 위험하다고 끊임없이 세뇌를 당하며 기한 없는 집 콕, 방콕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과의 거리두기가 사물과의 거리로 범위를 점점 더 넓혀가고, 작은 시골마을 조차도 마을 회관이 문을 닫고 주름진 얼굴 마주 보며 웃던 소규모 친목모임도 못하고 집안 행사도 생략하게 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더러는 절망하기도 하고 더러는 삶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기도 한다. 오죽하면 코로나+우울증이 합쳐진 신조어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그래도 현재는 백신 접종을 우리나라의 71.5%의 사람들이 완료한 상태다. 이런 희망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는 말한다. 문학은 비대면 시대에 더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글 쓸 시간도 넘쳐나지만 도무지 무언가 끄적거려 볼 엄두가 안 난다. 무언가 해야 하는 것 같은 초조감과 아무런 결실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상실감으로 밤잠을 설친다. 사람을 만나고 낯선 풍경이나 색다른 경험을 할 기회가 적어지니 글쓰기도 잘 안 된다. 마스크를 쓰고 저녁 산책길에 나선다. 사람의 그림자가 드문 들길은 안심하고 걷기가 좋다. 평소에는 산책길에서 글쓰기의 영감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계절적으로 들판이 모두 죽어있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비닐하우스 속으로 존재를 숨기고 생명의 숨소리 들리지 않는 회색빛 들판에선 어떤 정서적인 감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죽어있는 들판에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도꼬마리다. 바늘 침 같은 가시로 무장한 씨앗을 매달고 나는 살아있다고 외치는 듯하다. 자세히 보니 산책길 옆 개울의 언덕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디든지 가서 종자를 퍼트리려고 벼르고 있는 듯하다. 지독한 녀석이다. 한 시간 정도 들길을 돌아서 집으로 와서 보니 바짓가랑이에 온통 도꼬마리 씨앗이 붙어 있는 게 아닌 가. 너 뭐지? 왜 여기까지 따라왔어? 바짓가랑이를 잡고 텃밭귀퉁이에 조심조심 떼어냈다.

나의 글쓰기에도 도꼬마리 정신이 필요하다. 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면서 도꼬마리처럼 끈질기고 지독하게 견뎌내고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 올 날을 기다려본다. 평온한 일상은 다른게 없다. 그냥 예전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인 듯 싶지만 지금 순간에는 그것 만큼 바랄 게 없다. 앞으로 써 내려갈 모든 글들이 지금보단 더 자유롭고 따뜻함과 새로움이 담겼으면 좋겠다.

코로나와 함께하는 시대 `위드 코로나`가 온다고 하지만, 그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키는 단단하고 끈질긴 방역자세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나 한 명이 지키고 실천하는 방역지침이 한 데 모이고 모여 길고 어두운 코로나 터널 안에서 우리들을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작은 희망의 등대가 돼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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