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00 (금)
듣기의 달인이 되라
듣기의 달인이 되라
  • 하성재
  • 승인 2021.10.25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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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칼럼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소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이 있다. 무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의 답답함을 담아내고 있는 말이다. 혹시 우리는 지금 누군가에게 이런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대상일지 모른다. 타인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누구와 이야기를 할 때 대화의 주도권을 잡고 싶으면, 말을 줄이고 대신 귀를 귀울여라. 모든 대화의 목적은 듣는 것이다"라고 한다.

누군가 이야기를 할 때 흥을 돋워 주고 장단을 잘 맞추어 주는가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격식을 갖출 필요가 없는 잡담에 있어서는 타인의 말을 듣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지금 주목하는 것은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이다. 윌리엄 E. 딜(Diehl)은 세상은 훌륭한 경청자를 갈망한다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방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고, 그러다 보면 듣고 있는 말보다 마음이 앞서가기 쉽고, 이 때문에 상대의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 순간에 자신이 할 말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실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의 소유 여부가 그 사람과의 관계의 수준을 결정짓는다.

공자는 "말을 배우는 데는 2년, 경청하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듣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였다. 더 나아가 소통 전문가들은 듣기 방법의 가장 이상적인 단계를 마음으로 듣는 것이라고 한다.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마음으로 듣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인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상대방을 위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나의 척도`가 아닌 `상대방의 척도`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척도`란 그 사람 입장에서의 사고방식이나 사물을 보는 관점을 가리킨다. 자신을 위해 듣는 사람은 자신의 척도만을 가지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사람이 지금 하는 말이 내 척도에 맞는 거야, 안 맞는 거야?`라는 생각에만 집착한다. 하지만 상대방을 위해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척도를 가지고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에 대해 집중한다. 상대방을 위해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상대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듣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상대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귀만 아니라 마음도 동원해야 한다. `정말 저 사람이 하고자 말이 무엇일까? 어떤 심정으로 이 말을 하고 있을까?`라는 마음이 있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마음을 다해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말하는 상대로 하여금 `정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한 3가지 포인트가 있다. 몸의 방향, 높이 그리고 각도가 그것이다.

먼저 상대방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얼굴을 상대 쪽으로 향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상대가 열심히 말을 하고 있는데 당신은 다른 쪽에 시선을 두고 있다면 상대는 당신에게 `저 사람은 내 얘기를 듣지 않는구나!`라는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다음으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얼굴의 높이를 상대와 같은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말하는 이보다 눈높이가 너무 높으면 강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눈높이가 너무 낮으면 `말해서 뭐하나!`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끝으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상대 쪽으로 약간 기울어야 한다. 물론 이런 자세는 서로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만약 떡하니 뒤로 으스대는 자세로 듣고 있다면 상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때 닫힌 자세, 팔짱을 낀다거나 다리를 꼰다거나 하지 말고 열린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부러 과장된 미소를 지을 필요는 없지만, 만약 당신의 표정이 경직되어 있거나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상대는 분명 흉금을 터놓고 말을 꺼내기 힘들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표정이 최상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시선이다. 시선이 우왕좌왕하면 상대는 당신에게 좋은 인상을 갖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너무 똑바로 응시한다면 오히려 상대는 말을 꺼내기조차 힘들게 된다. 중요한 것은 따뜻한 눈길이다. 당신이 상대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있다는 것을 얼마나 온몸으로 표시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이다.

근육을 단련하듯 경청에도 단련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상대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배려하는 자세가 습관이 되는 듣기 달인이 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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