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4:41 (수)
대장동과 누리호
대장동과 누리호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1.10.21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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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대권을 잡으려는 사람

우주 꿈을 본 사람 속이면 안돼
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대장동`이라 해서 처음에는 대장들(고급 군인들)이 사는 마을인 줄 알았다. 대장동이 있는 곳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이라고 줄줄 꿸 수 있는 사람은 대장동 사람 아니면 힘들었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대장동만큼 유명한 동네가 없다. 청와대가 서울 무슨 동에 있는지 알 턱이 별로 없다. 대장동 의혹의 폭발력은 우리나라 땅을 다 삼키고도 남는다. 대장동 개발의혹 탓에 주역의 쾌라고 하는 `화천대유`, `천화동인`이 우리에게 친숙한 말이 됐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특정인 몇 명이 대한민국 땅을 말아먹으려고 벌인 추악한 범죄행위에 국민 대부분이 분개하고 있는데 주적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버젓이 얼굴을 쳐들고 있다. 이 또한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아무리 세상이 호락호락해도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고 떠벌리는 입에서, 숱한 사람의 피와 땀을 배신하고 끌어 모은 돈이 산처럼 높은데, 여전히 하늘을 가리려는 작태를 뿜어낸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세상을 순진하게 보는 눈을 무안하게 만드는 그 입은 무쇠보다도 더 강력하게 보인다. 어떤 유려한 말로써 사건을 호도하거나 어떤 거짓으로 사건을 정의롭게 꾸며도 대장동 게이트의 문은 소수의 사람이 겁 없이 벌인 단군 이래 최대의 범죄행위다. 천 걸음 양보해서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가 의도하지 않을 결과가 나왔다 해도 설계자의 입에서 뻔뻔한 소리가 나오면 안 된다. 보통 사람은 맡을 수 없는 엄청난 의혹의 냄새가 끊임없이 진동하기 때문이다.

우리 손으로 여는 우주의 꿈이 펼쳐졌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21일 오후 5시 정각에 우주를 향해 솟아올랐다. 우주를 향하는 인간의 꿈이 단순히 꿈으로 끝나는 세상은 지나갔다. 우주를 향하는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드넓은 우주를 향하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지면 단순한 꿈에서 현실로 하나씩 자리를 잡는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인간의 꿈이 눈으로 펼쳐지는 현장을 목격하는 기분은 하늘을 난다. `대장동 국감`의 강을 웃으며 건너간 얼굴을 떠올리면 인간의 속물근성에 부아가 치민다. 우주로 나는 우리의 이상과 땅을 파는 우리 현실과의 괴리에 현기증이 일어난다.

누리호가 위성 분리를 해 우주에서 편안하게 비행하고 있다. 우주 발사체 기술은 국제법으로 국가 간 이전을 막고 있다. 우주 발사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기술이 들어가야 했다. 누리호가 단번에 발사에 성공해 우주 발사체 독립의 날을 만들었다. `한국형 발사체`는 세계에서 7번째 성공을 기록하는 거대한 도약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어릴 적 달에는 토끼가 살고 있다는 미성숙한 환상이 깨진지는 오래지만 마음에 그려두고 있던 우주의 환상을 누리호를 통해 볼 수 있다니 말이다.

이 땅에서 대권보다 큰 꿈은 없다. 말 그대로 큰 권력을 쥐는 일이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권력을 잡으려는 후보들이 물불을 안 가리고 상대를 할퀴는 행위는 이해할 수 있다. 상대를 흠집 내야 자신이 돋보이도록 작동하는 게 선거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권을 쥐려는 자가 온갖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해 얼굴에 미소를 띤다면 곤란하다. 추악한 가면을 스스로 찢고 민낯으로 유권자를 대해야 한다. 거짓을 진실인 양 꾸미는 교묘한 얼굴을 거울에 비춰 부끄러움을 느끼는 행위는 최소한의 예의다. 한 나라를 다스려보려고 대권에 접근한 후보는 평범한 사람과 달라야 한다. 거짓으로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는 사람은 하늘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원래 꿈꾸는 자는 현실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우주의 이상과 이 땅의 설계는 나란히 달릴 수 없다. 누리호가 우주를 유영하며 한국 우주기술을 알려도 이 땅의 대권 꿈은 땅 밑으로 잘 파야 이뤄질 태세다. 대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땅을 놓고 추잡한 게임을 벌이는 인간의 행태를 잠시 우주판에 그려보면 더없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인간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 하지만 개꿈은 나중에 개들만 우글거리게 한다.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땅속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데 대권이 무어란 말인가. 요즘 대권 꿈과 개꿈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누리호, 너 만이라도 우주를 유영하는 행복을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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