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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멀어진 인간관계 연 `바다미술제`
팬데믹으로 멀어진 인간관계 연 `바다미술제`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1.10.2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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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로 인간은 대화를 잊은 지 오래다. 대화에 나서도 입을 가린 마스크로 서로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대화는 말뿐만 아니라 표정 까지다. 그런데도 가려진 마스크로 인해 표정을 읽을 수가 없어 상대의 진심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는 종식 예측은 무척 어렵다. 코로나19는 각종 변이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종식은 가늠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은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 간의 대화가 멀어진 코로나19 시대에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축제들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2021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10일 폐막한 2021 부산국제호텔아트페어, 지난 4일 폐막한 2021 BFAA아트페어와 지난 10일 페막한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등에서 감독ㆍ작가와의 대화 등으로 일상은 조금씩 회복됐다. 지난 9일 개막한 2021 제2회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와 16일 개막한 2021 바다미술제는 새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2021 바다미술제`는 코로나19로 멀어진 인간관계에 손을 내밀고 있다. 미술제 주제 역시 `인간과 비인간:아상블라주`다. 부산만의 독특한 해양 야외 국제미술제인 `바다미술제`는 1987년 서울올림픽 프레행사로 처음 개최돼 34년간의 역사를 자랑한다. 바다미술제는 총 18회 개최됐다, 1995년까지 총 8회를 개최한 이후 부산비엔날레에 통합돼 5회를 열었다. 2011년부터는 독립브랜드로 부산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홀수년에 개최되고 있다. 2011년 독립 개최 이후 대한민국 1호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에서 2회 개최하고 바다의 원시적 형태가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 다대포해수욕장에서 3회를 개최했다. 올해는 부산시 기장군 일광해수욕장에 13개국 36명의 작가 작품 22점을 설치ㆍ전시했다. 여정은 11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지난날 환경을 주제로 했다면 올해는 인간과 비인간이 주제이다. 여기에다 아상블라주(Assemblage)까지 곁들였다. 아상블라주는 일상적인 용품이나 폐품을 활용한 작품 기법이다. 기장 일대 미용실에서 수집한 머리카락들로 작품<The DNA Park> (이진선)을 구성하고 고래나 참치를 잡는 데 사용하는 `낚싯줄`을 엮어 만든 작품 <세포유희> (안재국)도 있다. `최앤샤인 아키덱츠`는 한국인 최혜진 작가와 영국인 토마스 샤인 작가가 설립한 예술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이들 부부는 옛 일광마을회관, 일광천과 고층 아파트 사이 강승교 등 2곳에 작품 <피막>을 설치했다. 작품은 거대한 뜨개질로 수를 놓았다. 우리에게 예기 치 않은 만남을 주는 <피막>은 얇은 막 또는 표피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해양생물의 지느러미와 비늘, 곤충의 날개, 잎사귀의 세포, 인체가 가진 피부와 같이 복잡한 패턴을 떠올리게 한다. 섬세하고 우아하게 엮어진 이 패턴은 다양한 몸들을 끊임없이 가로지르며 나타나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를 넘나든다.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가 공유하는 미묘한 접점을 연결하고 공동 거주의 개념을 시각화로 보여 준다.

오태원 작가의 <영혼의 드롭스>는 일광의 하늘과 바다에, 땅에 각각 같은 형태의 물방울을 설치했다. 오 작가는 세상을 구성하는 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가다. 이들 물방울은 서로 다른 존재들 간의 관계를 하나의 공통점으로 아우른다. 기체, 액체, 고체 상태를 자유롭게 오가는 물의 속성뿐만 아니라 액체로 이루어진 생태계 전체의 연결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속해 있는 공동의 신체와 이를 가로지르는 물의 존재를 명료하면서도 가장 보편적인 상징으로 표현했다.

2021 바다미술제가 마련된 일광해수욕장은 주제를 가장 잘 녹여든 장소다. 바다미술제 사상 만 26세의 최연소 여성 전시감독으로 선정된 인도 출신 리티카 비스와스(Ritika Biswas) 전시감독은 주제 설정 이후 발로 뛰며 장소를 찾아냈다. 리티카 감독은 "해수욕장을 비롯해 하천, 다리, 공원과 포구에 형성된 어촌마을을 보유한 일광해수욕장과 그 인근은 의도한 작품기획을 표현할 전시공간으로서 적지"라고 밝혔다. 인간이 주제였듯이 주민과의 소통이 돋보인 미술제가 됐다. 주민 머리카락 수집과 바다 위에 띄워진 물방울 작품, 카페 유리창을 글로 채운 작품 <용해 전략> (루 킴 작가) 등은 주민과의 소통의 결과물이다. 오태원 작가는 "수심 50M 아래에 3~4개의 앵커를 박아야 하는 어려운 작업들은 선장님들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며 주민과의 소통 비화를 소개했다. 2021 바다미술제는 코로나 시대 거리두기로 멀어진 인간 간의 소통이 빛나는 미술축제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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