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23:11 (목)
의리역과 상수역, 고사역
의리역과 상수역, 고사역
  • 이 지산
  • 승인 2021.10.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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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역설<志山易說>

주역 연구가 이 지산

주역 철학사에서 주 논의 대상으로 삼는 주역이론은 의리역과 상수역이다. 주역은 삼천 년 전 주나라 초기에 점치는 관리인 태사(太史)가 자신의 역사적 경험과 생활상의 체험을 반영하여 편집한 점서이다. 춘추시대에 태사들이 점을 풀이하면서 상수(象數)와 의리(義理) 두 방면으로 해석했으며, 전국시대 이후 공자가 <십익>을 지어 주역을 철학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학리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시대를 이어 한나라와 송나라를 거치면서 의리역의 왕필, 한강백, 공영달, 정이천 등과 상수역의 순상, 우번, 주돈이, 소강절 등 걸출한 역학자들의 출현으로 이론적 응용적 바탕이 튼튼해졌다. 특히 남송의 주희(주자)가 점서의 적용으로 의리역과 상수역을 창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주역해석의 이론적, 실천적 기반을 확고히 구축하게 되었다. 이후 명의 래지덕과 청의 왕부지 등과 같은 역학자들에 의해 전통역학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은허의 갑골문자 발굴로 고고유물 출토에 따라 훈고학이 발흥함으로써 갑골문자, 금문, 대전(大篆), 소전(小篆), 예서(隸書) 등 문자고증을 통해 주역을 해석하는 고증역과 고사역이 출현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의리역과 상수역에 대한 역학계의 일관된 주장은 변함이 없지만, 대만을 중심으로 고형 등이 주축이 된 고사학파의 출현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한국 역학계에서도 의리학파와 상수학파가 대립된 시각으로 서로 불신하고 무시하려는 기류 속에 신진 고사학파의 출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의리학파든 상수학파든 삼천 년의 세월을 이어 전래된 의리역과 상수역의 동반발전과정에서 보듯이 두 이론의 일방적 신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의리역과 상수역에서 주역해석의 바탕은 공자 <십익:역전>의 기본원칙에 충실한 `이전역경(以傳易經)`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의리역은 괘효사의 학리적, 철학적 논증으로 예와 덕을 중시해 현학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점서적 요소를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상수역은 괘효사의 수와 상에 오행을 접목해 점서적으로 해석한다. 정이천이 왕필의 도가적 요소를 제거하고 상수적 요소를 일부 수용한 점과, 주자가 상수와 의리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수용했다는 사실에서 일방의 배척은 억지로 비칠 수 있다. 고사역(故事易) 또한 고문의 고증에 근거해 `이경역경(以經易經)`하는 해석으로 주역해석의 지평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연구할 당위성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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