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3:58 (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 이광수
  • 승인 2021.10.17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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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방담
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요즘 성남시 대장동개발사업 특혜의혹사건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터진 사건이라 여야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검ㆍ경의 수사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정치권의 관심을 떠나 주역을 공부하는 학역자의 입장에서 화천대유(火天大有)와 천화동인(天火同人)에 대해 주역해석으로 설명한다. 먼저 화천대유와 천하동인의 상호를 간명(揀名)해보자. 화천대유는 주운과 부운이 화극금(음오행)으로 서로 극하며, 합수는 영동력81수의 17수로 중길수이나 권력 지향적 특성 때문에 자기과신, 고집불통으로 인화에 힘쓰지 않으면 파멸수를 당한다. 천화동인은 주운과 부운이 수극화(음오행)로 극하며, 합수는 16수로 재운이 왕성한 대길수이나 지나치게 권세를 믿으면 실패수가 따르는 상호이다.

화천대유괘는 주역 64괘의 상경 14번째 괘로서 공자 <십익>의 서괘전에서 13번째 괘인 천화동인괘 다음에 오는 괘이다. 두 괘의 의미와 괘서를 정한 이유를 살펴보자. 공자<십익> `서괘전`에서 `물건(재물)이 끝가지 비색할 수만 없기 때문에 천화동인괘로 받았고, 사람과 더불어 같이하는 사람은 물건(재물)이 반드시 모여들기 때문에 화천대유괘로 받았다.`고 괘의 순서를 정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천하동인괘의 상하괘를 도전(뒤집음)하거나, 착종(상하위치 바꿈)하면 화천대유괘가 된다. 두 괘의 모괘(母卦)격인 중천건괘의 구2효가 동한 괘가 천화동인괘이다. 중천건괘 구2효의 효사는`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만남이 이롭다.`이다. 사업을 시작하거나 직장에 입사하면 윗사람으로부터 신임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는 천화동인괘의 괘사와 그 의미가 상통한다. 천화동인괘의 괘사는 `광활한 들에서 사람들과 같이 하면 형통하리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며 군자의 바른 도로 행함이 이롭다.`고 했다. 즉, 남과 함께 일을 할 때 세상 사람들을 잘 사귀도록 하고, 사적인 일의 동인은 좋지 않고 공적인 일의 동인은 좋다는 뜻이다. 천화동인 1호~7호가 화천대유와 컨소시엄해서 분수에 넘치는 큰돈을 벌겠다는 불순한 사적 모의는 옳지 않음을 경계하고 있다. 화천대유괘의 모괘(母卦)인 중천건괘 5효가 동한 효사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비룡재천 이견대인`으로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만남이 이롭다.`는 뜻이다. 구5효는 천화동인의 육2효와 마찬가지로 상하괘의 중에 위치하고 음양이 서로 정응하는 바른 자리에 있어 중정(中正)하므로 대길하다. 화천대유괘의 괘사는 크게 어질고 형통하니 다섯 양 가운데 홀로 음효로서 군주(CEO)의 도리를 행해야 하는 것이므로 유순지덕(柔順之德)으로 다른 다섯 양효(천화동인 멤버들)와 잘 화합해야 만사형통하다는 뜻이다. 잘은 모르지만 돈벼락을 맞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간의 이익다툼이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유순지덕으로 화합해야함을 간과한 소치다.

천화동인→화천대유 다음 15번째 괘를 지산겸괘로 괘서(괘의 순서)를 정한 이유를 살펴보자. 지산겸괘는 모괘격인 중지곤괘의 육3효가 동한 괘로서 하괘 곤(坤)이 간(艮)으로 변했다. 간은 그침과 멈춤이다. 하괘의 육3효가 양으로 변해 주효로서 아래 음효 2개를 통제하고 있다. 지산겸괘의 괘사는 `겸손함으로써 형통하니 군자(CEO)가 마침이 있다`이다. 지금까지 동인의 뜻을 한데 모아 대유를 이루었으니 겸손해야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뜻이다. 이렇게 3괘의 깊은 뜻을 풀이해보면 이번 사건의 발단과 전개 과정 및 결과를 명징하게 추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중천괘에서 구5효가 동하여 `비룡재천 이견대인` 했을 때, 구6효 `항룡유회`의 `지나치게 높은 용이니 뉘우침이 있으리라`는 경계를 간과한 이치와 똑 같다.

상수역학자 초연수가 창시한 <초씨역림>으로 다시 해석해 보자. <초씨역림>은 주역 64괘를 6효동이 아닌 64효 동한 4096효로 고사를 인용해 보다 세밀하게 해석한다. 본괘와 지괘의 관계로 풀어보면 천화동인괘가 화천대유괘로 변했을 때의 해석은 동인지대유(同人之大有)로 `나를 돕는 사람이 바람처럼 날아와서 큰 이익을 보게 되는 사람의 운수`라는 뜻이다. 화천대유괘가 지산겸괘로 변했을 때의 해석은 대유지겸(大有之兼)으로 `평소 선행을 많이 베풀고 위험에 대비하는 마음으로 살면 큰 어려움이 없고, 하늘이 하는 일을 도와 일이 잘 풀리며, 그 음덕이 후손까지 미치는 사람의 운수`라는 뜻이다. 과연 이분들이 떼돈을 벌어서 탐욕을 줄이고 선행을 베풀며 사회에 공헌하는 좋은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주역은 아무리 좋은 괘도 반드시 중도를 지키라는 경계의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양속에 음이 있고 음속에 양이 있다`는 주역의 오묘한 철리(哲理)를 악용하거나 호도하면 사달이 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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