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8:30 (수)
"전국 첫 권역별 지원으로 다문화 평등사회 구현 힘쓸 것"
"전국 첫 권역별 지원으로 다문화 평등사회 구현 힘쓸 것"
  • 김용구 기자
  • 승인 2021.10.14 2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해다문화신문

다문화 인터뷰 -장수한 김해시가족센터장(옛 김해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다문화 관련 국제 콘퍼런스 자료를 들고 있는 장수한 김해시가족센터장.
다문화 관련 국제 콘퍼런스 자료를 들고 있는 장수한 김해시가족센터장.

다문화 인구 급증 전문화 등 기여

이중언어 습득으로 자긍심 고취

접근성 높이는 운영 집중 전국 전파

지역 특색 반영한 정부 지원 절실

김해시는 인구 56만 명 중 외국인이 5%가량으로 비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도시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더 이상 다문화 가정이 낯설지 않다. 동상동 등 구도심을 중심으로 외국인거리가 형성될 정도로 지역사회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문화 인식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가도 부족하고, 정부의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다문화 가정과 적극 소통하며 상생의 길을 개척하는 지역 리더가 있다. 맞춤형 지원으로 모두가 행복한 지역 사회 분위기를 조성에 노력하는 장수한 김해시가족센터장을 만나 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센터에 어떻게 오게 됐나

"10년 전부터 지역 다문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인제대에서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쌓은 지식, 경험을 기반으로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역사회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 직원 전문화 등이 필요했다. 인제대가 김해시가족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덕분에 기회가 왔고 지난 2017년부터 센터장을 맡게 됐다. 2019년 건강가정지원센터와 통합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우리 센터는 다문화 가족에 관한 모든 일을 다 한다. 유년부터 노년까지 생애주기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국제결혼을 하면서 결혼 이민자 등이 각종 세계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한국어를 포함한 이중언어 습득을 독려하고 있다. 통상 다문화 어머니들이 한국사회 적응 등을 이유로 아이들에게 자국 언어를 못쓰게 한다. 그러나 이중언어를 습득하면 오히려 자부심이 상승한다. 이런 과정이 성취동기를 만들고 가정 내 평등 의식을 고취시켜 화합을 유도한다."

△현 정부의 다문화 정책에 대한 진단은?

"여가부 정책이 너무 일괄적이다. 각 지역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이나 결혼이민자가 지역 문화를 흡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해지역 문화가 있는데 수도권에서 만든 정형화된 폼은 적용이 불가능하다. 한국어 교실처럼 기본 프로그램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지역 실정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하자는 말이다. 지난 2019년 이정옥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센터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부분을 건의하기도 했다."

△센터장을 맡고 가장 큰 변화는?

"김해는 도농복합지역이다. 내외동 전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지만 생림면, 한림면 등 농촌지역은 사정이 다르다. 도심에 센터가 있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국제 콘퍼런스에서 권역별 찾아가는 센터 운영이 필요하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중부, 동부 등 4~5개 거점을 지정하고 요일을 정해서 통ㆍ번역, 상담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골자이다. 이 서비스를 2017년 전국 최초로 센터에 적용했다. 전국 우수 사례로 만들어 모델 사업으로 전파를 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센터와 건강가정센터가 통합됐는데 어려운 점은?

"통합 이전 각 센터가 특화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었지만 합쳐지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거라는 계산에서 통합이 추진됐다. 그러나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이 우려됐다. 실제 통합해 보니 이점도 있지만 기대와 달리 크게 효과가 없는 부분이 많았다. 디테일 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이 커지다 보니 운영에 힘이 많이 들었다. 현재 언어발달사 3명이 전체 다문화 인구를 커버하고 있다. 다문화센터만 운영됐다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자랑할만한 시스템이 있다면?

"다문화서포터즈가 있다. 다문화 가정이 직접 모국어로 각종 소식을 전파한다. 예를 들어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한국어로 알려주면 지역 커뮤니티에 알려줘 도움이 많이 된다. 결혼 이주민이 오히려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셈이다. 이런 역할을 통해 당당하고 건강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다. 다문화 의용소방대도 비슷한 이유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다문화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왔나.

"각종 프로그램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수는 많아졌다. 키트를 제공하고 각 가정에서 수행하는 식이어서 접근성이 높다 보니 대면 프로그램보다 참여 인원도 많다. 가정 내 프로그램으로 화목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상담도 대면이 아닌 전화 등으로 진행하면 오히려 털어놓기 힘든 얘기도 한다. 단점은 사회복지 예산이 한정되다 보니 키트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요리 교실 등 대면 프로그램은 내국인이 수강료를 내고 학원에서 배우는 것에 뒤지지 않는다."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지고 있는데.

"코로나 감염을 비율로 따지면 외국인 노동자보다 내국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 수칙을 안 지킨 게 문제인데 외국인이라는 사실만 부각된다. 행정적으로도 내외국인을 구분해 집계하니깐 따가운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다. 외국인 노동자는 항상 불안해한다. 불법체류자는 더더욱 그렇다. 나오기 힘들다. 숨게 하는 방역이 아니라 양성화를 유도하는 방역을 해야 한다. 김해시가 추진 중인 찾아가는 선별 진료소 등이 좋은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

"다문화 가정이 한국 문화에 적응을 못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생겨도 하소연할 곳이 딱히 없다. 그나마 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업에 참여하면서 그런 얘기를 한다.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편견을 갖지 마시고 한국인으로 대해달라. 국적은 이미 한국인이다. 한국 가정이다. 편의상 통계를 따로 잡고 있을 뿐이다. 다문화가정이 행복한 사회가 될 때 내국인도 함께 행복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