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0:52 (목)
“지방대 위기 극복 위해 ‘서울과 다른 콘텐츠’ 고민해야”
“지방대 위기 극복 위해 ‘서울과 다른 콘텐츠’ 고민해야”
  • 박민석 기자
  • 승인 2021.10.12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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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위기 진단과 해결 방안 모색
김석래 인제대 입학홍보처장은 “‘우리 지역에 대학이 있다’라는 생각을 넘어서서 ‘대학이 발전하면 지역도 성장한다’는 인식이 공유돼 지역과 대학이 시너지를 만들면서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석래 인제대 입학홍보처장은 “‘우리 지역에 대학이 있다’라는 생각을 넘어서서 ‘대학이 발전하면 지역도 성장한다’는 인식이 공유돼 지역과 대학이 시너지를 만들면서 발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2040년 학령인구 28만여 명 감소 전망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에 위기감 팽배

수도권 일극화 해소해야 생존 가능

대학과 지역 맞닿은 지점은 청년

청년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4차산업 대비 융합ㆍ전환 사고 습득

가야문화 개발 등 다방면 지역 협력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정원 미달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라는 자조를 지방대학은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원 미달 사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통계청에 장래인구추계 발표에 따르면 올해 47만 6200명이던 만 18세 학령인구는 2023년 43만 9000명, 2024년 43만 명 등 매년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040년에는 28만 4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대입에서도 대규모 미충원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의 162개 4년제 대학이 총 2만 6129명을 추가로 모집했다. 정원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도 7437명, 지난해 9830명이던 추가 모집 인원은 1년새 2.6배가량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정원 미달 사태가 지방대학이 폐교되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대학 한 곳이 사라질 때마다 지역 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고 침체된다. 지난 2018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대학의 위기와 지역경제의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5년 간 강릉지역 대학생 3600명이 감소하면서 연간 소비지출 규모가 278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인구 유출도 가속화 된다. 전북 남원의 경우 지난 2018년 서남대 폐교 이후 20대를 중심으로 청년 인구가 급속히 감속해 지난 2017년 8만 3500명에서 올해 8월 기준 7만 9933명까지 줄었다. 이처럼 지방대학의 폐교가 지역 소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몇몇 사례에서 목격한 지자체들은 전방위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남의 경우 도가 주도해 지역대학과 도내 대기업이 함께하는 ‘경남형 공유대학’을 출범해 지역 학생을 지역 기업에 취업 시키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거창에서도 폐교 예정이었던 거창기능대학을 승강기 대학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승강기 전문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관련 업체를 유치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등 지방대학과 지역사회가 운명 공동체임을 깨달은 지자체들은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대학은 현재 마주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대학이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는지 대학 실무자들을 찾아 살펴본다.

인제대 김석래 입학홍보처장 인터뷰

인제대학교는 김해시 어방동에 위치한 4년제 종합대학으로 전국에 5개 백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올해 개교 42주년 맞은 인제대의 입시를 책임지는 김석래 입학홍보처장(멀티미디어학부 교수)은 지역과 지방대학이 서울과 다른 차별점, 지역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대학이 어렵다고 한다. 현재 인제대학교의 상황은 어떤가?

인제대학교는 학생 1인당 연평균 333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인제대 학생 모습.
인제대학교는 학생 1인당 연평균 333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인제대 학생 모습.

“인제대의 경우에도 학령 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미 예전부터 예견된 일이라 이에 따른 대비를 해왔으나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해 정원 미달 사태를 맞이했다. 타 대학들도 통제 가능한 데미지를 벗어났다고 생각할 것. 하지만 인제대의 경우 올해 교육부의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돼 120억 원을 지원받게 됐고 올해 수시모집 지원율도 소폭이지만 상승했다. 재단 지원금도 전국 대학 중 상위권으로 학생 1인당 연평균 333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정원 미달 사태는 지방대학에게 생존의 고민을 강제했다고 생각한다. 지방대학이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학령인구 감소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도권 집중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교육부는 지방대학에 정원 감축을 요구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줄이지 않은 채 ‘정원 외 선발’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하버드대 학부 등록생이 6000~7000명이고 예일대가 1만 2000명인데 반해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학생 수는 2만 명 안팎이다. 이런 불균형도 지방대학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다.”

△그렇다면 지방대학이 수도권 대학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개선되야 한다고 보나?

“우선 대학 정원 조정과 특성화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뤄져야 하는게 수도권 일극화 해소다. 수도권 대학과 비교했을 때 지방대학에게 위치적인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서울과 다른 차별점, 지역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서 단순히 ‘우리 지역에 대학이 있다’라는 생각을 넘어서서 ‘대학이 발전하면 지역도 성장한다’는 인식이 공유돼 지역과 대학이 시너지를 만들면서 발전해야 한다.”

△단순히 지방대학만의 노력으론 힘들 것 같다. 지역사회와는 어떤 고민을 나눠야 하나?

“그동안 지역사회와 대학의 관계는 상호 무관심이였다. 그러던 중 일부 지방대학의 폐교 사례를 보면서 학교가 사라지는 것이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각 지방대학이나 지자체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협력에 나서고 있다. 결국 중요한 점은 지역의 인프라 문제다. 지역이 갖고 있는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부족하다 보니 수도권 대학으로 학생이 몰리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학생뿐만 아니라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 교육하기 좋은 도시가 만들어지고 청년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과 양질의 일자리가 지역에 있어야 서울로 가지 않아도 지방대에 진학해서 지역에 정착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지지 않겠나. 그런 측면에서 대학과 지역이 맞닿은 지점은 청년이다. 청년은 양쪽 모두에 중요한 자산인데 이들의 요구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양쪽 모두 부족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청년들과의 소통에도 노력해야 한다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인제대는 어떤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인제대학교는 지역연계협력본부를 통해 지역사회와 다방면의 협력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인제대 전경.
인제대학교는 지역연계협력본부를 통해 지역사회와 다방면의 협력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인제대 전경.

“많은 사람들이 대학 폐교 사태를 보면서 지방대학이 소멸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학 소멸은 대학을 운영하는 재단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측면에서 인제대는 든든한 재단이 있고 우수한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또 의료 보건 계열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강점을 잘 활용했느냐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보완할 지점이 많다. 인제대는 본교는 김해에 있고 의대의 경우 부산 개금동에 있다. 양쪽에 걸쳐 있어 객식구라는 인식도 있지만 뒤집어 활용하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프라임 사업과 링크 플러스 사업 등 교육부 지원 사업에 꾸준히 선정돼 운영해 산학 협력이나 특성화에 대한 전문성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나 산업대전환에 대한 대비도 중요성이 떠오르고 있다. 인제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선 4차 산업혁명이나 산업전환의 핵심은 사람에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인성 교육을 중시한다 현대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돌아보고 타인과 다른 문제에 대해 공감하기 힘들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만을 배출하기보단 공감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을 양성하는 게 대학의 역할이라는 기조를 갖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융합전공이난 다전공 과정을 운영 중이다. 가령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 공대와 결합해 3D 프린팅을 활용하거나 영상을 전공하는 학생이 드론을 활용해 촬영을 진행한다거나 하는 등 융합ㆍ전환적인 사고를 습득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지역사회와는 어떤 협력을 하고 있나?

“우선 학교 차원에서 지역연계협력본부를 만들어 지역사회와 다방면의 협력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김해시와 함께 가야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거나 김해지역아동센터와 협업해 학습지원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또 김해시 종량제 봉투의 경우에도 학생들이 참여해 디자인 하는 등 다방면으로 협력을 고민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역 벤처 기업, 중소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서 취업이나 산학협력 등을 진행 하거나 소상공인 상생 프로그램 운영 등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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