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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포해전지 비정, 시민 납득할 수 있어야
합포해전지 비정, 시민 납득할 수 있어야
  • 황원식 사회부 기자
  • 승인 2021.10.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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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식 사회부 기자
황원식 사회부 기자

지난달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업적을 연구하는 시민단체에서 논문을 발표하면서 ‘임진왜란 당시 합포해전지가 과연 어디인가’ 하는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장이 작성한 ‘합포해전지 위치 비정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합포해전지를 마산만 일대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합포해전은 임진왜란 당시 옥포해전과 같은 날 치러진 조선수군의 두 번째 해전으로 이순신 장군의 함대가 왜선 5척을 추격해 일본군들이 육지로 도망가고 빈 배를 불태운 사건이다. 문제는 과거 문헌에 해전의 장소가 ‘웅천땅 합포’로 기록돼 이곳이 마산이냐, 진해냐를 두고 오래전부터 학자간 논쟁이 있어 온 것.

그런데 창원시는 지난 2014년부터 진해구 퐁호동 일대에 합포해전지 안내판을 세우면서 사실상 그곳이 해전지로 비정하고 관광자원화에 나서고 있다. 창원시가 후원한 이순신 업적 유튜브 동영상에도 합포해전지가 진해만이라는 소개가 그대로 노출될 정도이니 확신이 있어 보인다. 물론 아무런 근거 없이 관광자원화 추진을 한 것은 아니다. 김태호 도지사 재임 시절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경남과 전국의 역사학자들이 참여한 ‘21세기 이순신 연구회’의 토론 끝에 합포해전지를 진해 학개로 비정했던 것을 근거로 삼는다.

그런데 역사를 잘 모르는 기자도 봐도 다수 역사학자들이 펼치는 논리의 전개를 보면 의아한 점이 많다. 조선시대 최고의 정밀한 지도인 ‘동여도(19세기 제작)’를 보면 그 당시 마산에는 합포(合浦)라는 지명이 있었지만, 진해에는 합포가 없었다. 진해구 학개는 원포라고 명시돼 있어 합포해전지가 진해만이라는 근거를 찾기 힘들다.

다만 합포해전지가 진해 학개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그 당시 진해에 학개라는 마을이 있었고, 그 근처 포구에서 해전이 일어났기 때문에 ‘학포’라 했을 것이고, 경상도 사람들의 발음 상 ‘합포’라고 불렀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장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학포(鶴浦)와 합포(合浦)는 한자 자체가 다르니 그들의 논리가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창원시에서 지난 2020년 2월 이순신리더십센터에서 이순신 정론 확립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토론 수준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합포해전지가 진해 학개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만 발언을 해 일방적이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던 것.

최소한 시민들에 의한 지자체라면 논란이 있는 사실을 결정해야 할 때 “저명한 교수진들의 논의로 그러게 결정이 났다”는 취지의 주장보다는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들었으면 한다. 아무리 비전문가인 시민들이라도 최소한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공개 토론에 참여해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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