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0:02 (목)
공정이 필요 없는 사회에서 사는 지혜
공정이 필요 없는 사회에서 사는 지혜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1.10.0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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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절벽에 서야 날지 떨어질지 알 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나 천재일우의 기회에 서야 극명한 선택을 한다. 제대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때 알 수 있다. 예전보다 더한 `내로남불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내로남불의 전시장을 만들고 있다. 개인사를 포장하는 언변은 뒤로 하고 "저 정도 사람이"라는 한숨이 나온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에게 높은 도덕 수준을 무조건 갖다댈 수도 없지만 재물을 모으는데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기술을 애교로 봐줘야 할 판이다.

돈의 유혹은 자연스럽다. 자본주의가 만개한 마당에서 돈은 삶을 충만하게 하는 고마운 친구다. 돈을 버는 링에서는 공정한 룰을 따라야 상대가 다치지 않는다. 격투기의 최고봉인 UFC 경기에서 한 선수가 약물을 복용하고 8각형 링에서 주먹을 휘두르면 상대는 힘을 제대로 못 쓰고 꼬꾸라진다. 재미있다고 환호를 한 관중은 나중에 약물 복용이 밝혀지면 부아가 치민다. 고위 공직자는 보통 사람은 만질 수 없는 정보나 직위에서 얻은 자료를 가지고 부를 채우면 안 된다. 일부 후보가 보인 부를 축적한 경로는 산뜻하지 못하다. 지금 TV 토론에서 목격할 수 있다. 자신들은 정당한 방법을 강변하지만 보통 사람이 보면 가슴이 무너질 일이다.

진실한 말은 사실과 일치하는 말이 아니고 자기 자신과 일치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TV 토론장에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말과 하나를 만든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자신만의 진실을 탓할 순 없지만, 이상한 말과 행동의 합치가 사회를 변화시키면 곤란하다. 대통령 후보의 삶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우리 사회는 지탱되기 힘들다.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는데, 더 높은 자리에 가면 배를 더 불리기 위해 또 다른 허튼짓을 할 공산이 크다. 약물 복용은 순간 힘을 올려 상대를 제압하고 승리에 도취하게 만들지만 상대 선수는 인생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절벽에 서서 높이 비상할 때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내가 비상할 때 다른 사람은 추락하면서 비명을 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유리병 이력서`를 내놓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 몇몇 사람이 읽고 고개를 끄떡여도 안 된다. 미사여구로 꾸며진 이력서를 원하지 않는다. 공익에 합하는 사실로 가득 차야 한다. 공익에 일치하는 말과 행동은 사회를 바르게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편법을 이용해 자신의 배만 불린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자신만을 위해 편법을 당당하게 쓰고도 내 양심에 비춰 정당했노라고 고개를 쳐드는 후보를 보고 싶지 않다.

절벽에 서서 개인 욕심에서 돋아난 날개로 난 사람은 대통령 후보가 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내로남불의 전성시대에 살면서 내로남불의 종언을 구해야 한다. 절벽에 내몰릴 때 공익의 잣대를 대는 사람이 많아야 내로남불은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한다. 혹 내로남불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까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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