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0:32 (금)
잊혀진 가야사가 숨결을 찾는다
잊혀진 가야사가 숨결을 찾는다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1.09.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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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가야 왕도` 김해가 가야사 복원과 맞물려 뜨고 있다. 잊혀진 역사가 좋은 시절을 만나 햇빛 속에 드러나는 모양새다. 역사 자체가 역사를 증명하듯 숨겨진 역사는 때를 만나면 들춰지고 왜곡된 역사는 펴지게 마련이다. 가야사는 고구려ㆍ백제ㆍ신라 삼국에 밀려 옹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상대적으로 변방으로 밀려났던 가야가 역사의 중심 무대로 나온다면 삼국시대를 주축으로 삼던 고대사를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구르다 보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다가도 결국은 바른길로 간다는 역설(力說)이다.

가야 역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지금 너른 김해평야에 황금물결이 넘실댄다. 예전보다 평야의 넓이가 확 줄었지만 여전히 거대한 가야사를 품고 드러누워 있다. 가야 역사가 바로 세워지는 날, 김해평야는 배태하고만 있던 진실을 창공을 향해 부르짖으리다. 하지만 가야사가 제자리를 찾으려고 힘찬 기지개를 켜는 자리에 가야사를 끌어내리는 작태가 여전히 힘을 쓰고 있다. 가야사 정립 학술토론회가 지난달 27일 경남도의회에서 열렸다. 갸야사 정립을 위해 일본서기의 임나일본부를 넘어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허왕후 도래의 역사성 규명과 문화 콘텐츠화를 통한 관광자원 발굴에도 공을 들였다. 긴 학술토론회를 경남매일TV로 생중계해 도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7년 김해서 연 `한국고대사의 재발견`을 주제로 `제16기 가야학 아카데미`에서 김현구 전 고려대 교수는 고대판 조선총독부인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가 김해를 비롯한 남부지방을 식민지배했다는 내용을 다뤘다. 김해 시민을 모아놓고 조선총독부 식민사관을 추종하는 학자가 가야가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고 전했다. 가야 역사는 500년 동안 길게 이어왔지만 기록이 별로 없어 모르는 부분이 많다. 임나가 가야를 지칭한다는 그 하나를 가지고 일제시대 일본 학자들이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끌어들인 임나일본부를 가야 역사의 중심에서 뇌까리고 있다. 참으로 우스운 꼴이다.

우리나라가 외세의 힘에 의해 멍에를 쓸 때마다 역사는 여러 옷을 바꿔 입었다. 주류와 비주류는 역사를 자기 쪽으로 자의적 해석을 하면서 강하게 대립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식민사관이 대두되자 친일 사학자는 그 흐름에 몸을 맡겼다. 일제가 우리나라 통치를 정당화한 식민사관에 춤을 춘 친일파를 정리하지 못해 지금도 우리 역사계에는 민주사학계와 식민사학계가 대립하고 있다. 이 두 학계는 후학을 계속 길러낸다. 이들 후학자들은 스승이 가졌던 역사관을 견지한다. 우리 역사계에서 이런 양대 구도는 대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식민사학계를 대표하는 한국고대사학회는 독도를 우리나라 땅이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고대사학회는 동북아역사지도집에 독도를 그리지 않는다. 독도를 우리나라 땅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거꾸로 진화하면 퇴보하고 바로 진화해야 진보로 간다. 역사의 진실을 보는 눈을 가리고 한쪽의 주장을 내세우면 역사는 바로 세워지지 않는다. 임나일본부가 폐기 처분된 지는 오래다. 허술한 가야사를 비집고 들어온 임나일본부 주장이 김해에서 당당히 울려 퍼지고 있다.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임나일본부는 당연히 역사로 기록돼 있다. 지난 2015년 아베 정권이 우경화에 힘을 주자 임나일본부가 일본 교과서에 등장했다. 고대사를 왜곡하고 일본제국주의의 한반도 진출의 역사적 근거로 악용하기 위해서다. 4세기 중반부터 6세기 중반까지 일본은 삼국과 가야보다 약소국이었는데 식민지배를 했다는 주장은 얼토당토않다.

우리 역사는 도전과 응전으로 채워져 있다. 외세가 들어오면 주전파와 주화파가 맞섰다. 그들은 호국이라는 대명제 앞에 힘없는 거드름을 피우거나 비굴한 행동을 보였다. 위기의 절벽에서 간신히 살아나도 역사의 교훈을 제대로 새기지 못하고 또 명분에 따라 대립했다. 임나일본부설은 과거의 문제이면서 현재의 문제다. 가야사 복원이 탄력을 받으면서 임나일본부설까지 날뛰고 있다. 일본의 역사가조차도 입에서 쉽게 내뱉지 못하는 임나일본부설이 우리 학자의 입에서 쉽게 나온다. 가야사의 복원은 이런 역사의 왜곡부터 몰아내야 한다. 뜨거운 가슴을 품고 차가운 머리를 돌려야 한다.

메뚜기도 오뉴월이 한철인데, 이미 가을바람이 참 시원하다. 김해평야에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은 벼의 알을 마지막으로 여물게 한다. 가야 역사가 제자리를 찾으면 `메뚜기`는 더 이상 날뛰지 못한다. 그날이 가야사가 진정으로 부활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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